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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모르

장 모르

  • 장모르
  • |
  • 열화당
  • |
  • 2020-02-10 출간
  • |
  • 144페이지
  • |
  • 140 X 157 X 16 mm /236g
  • |
  • ISBN 97889301066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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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서평




열화당 사진문고 43번째 작가
국내외 대표 사진가들을 엄선해 그 생애와 작품을 소개하는 ‘열화당 사진문고’는 아담한 판형에 부담 없는 가격으로 꾸준한 사랑을 받아 왔다. 한 권씩 사 모으는 재미를 붙였다는 분, 출근길이나 여행길에 펼쳐보며 위안을 삼는다는 분, 가까운 이들에게 마음을 담아 선물했다는 분 등, 이 문고판 사진집이 가진 매력은 특별하다. 비록 몸집은 작아도 그 구성은 전문적이고 알차다. 당대의 뛰어난 비평가나 문인이 쓴 작가론, 주요 작품들과 거기 덧붙여진 사진설명, 사진가의 전 생애를 정리한 연보까지 ‘사진예술의 작은 박물관’이라고 불러도 좋을 만하다. 2017년 41번째권부터는 새로운 디자인과 제본으로 기존의 단점을 개선하고, 이후 출간되는 개정판과 신간에 이를 적용했다.
한편 국내 사진가뿐만 아니라 세계 사진가들로 시야를 넓혀 단순 번역서가 아닌 작가를 직접 선정, 기획하는 작업도 함께 하고 있다. 그 첫 시도로 2008년 대만 사진가 『장차이』와 『장자오탕』을, 2011년 중국 사진가 『장쉐번』과 『사페이』를 직접 섭외 방식으로 출간했다. 올해 1월에는 스위스 출신의 『안드리 폴(Andri Pol)』 국영문판을 동시 출간하며 새로운 사진문고로는 처음으로 외국 사진가를 소개했다. 작품을 함께 선별하고, 작가론 집필, 사진 설명과 연보 작성 등 오랜 준비와 편집 과정을 거쳐 완성도를 높였다. 영문판은 해외 유통망도 확보하고, 이 경험을 바탕으로 국내 사진가들의 영문판 출간과 저작권 수출 등도 함께 고민하고 있다. 이번에는 스위스 사진가 『장 모르(Jean Mohr)』 국문판이 출간되었다. 이어 팔레스타인 사진가 『아흘람 시블리(Ahlam Shibli)』의 국영문판이 출간을 앞두고 있으며, 앞으로도 새로운 국내외 작가를 꾸준히 소개할 예정이다.

이차대전 이후 포토저널리즘의 새로운 경향
장 모르는 스위스를 대표하는 다큐멘터리 사진가로, 이차대전 후 유엔 산하기구인 세계보건기구(OMS), 유네스코(UNESCO), 국제적십자위원회(CICR), 난민기구(HCR) 등과 일하며 유럽을 비롯한 아프리카, 아시아, 중동 등 세계 곳곳의 난민, 이주 노동자, 농민 등을 사진으로 기록했다. 다른 곳에 이끌리는 성향은 그의 성장배경에서 비롯되었다고 볼 수 있다. 1919년 스위스로 이주한 독일계 부모에게서 태어나 그 역시 ‘이방인’으로 나고 자란 셈인데, 국제기구에서 통역관으로 일한 아버지도 많은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그 때문인지 국제적십자위원회와 유엔팔레스타인난민구호사업기구(UNRWA)에서 중동으로 이 년 동안 파견되었을 때에도 처음 유럽을 떠나 완전히 달라진 환경에도 그는 별로 동요하지 않았다. 도리어 만반의 준비가 된 것처럼 현장에서 어렵게 사진기를 구해서는 난민 수용소의 삶을 가족과 지인들에게 전해 주기 시작했다. 그리고 제네바로 돌아와 지역 신문사와 국제기구 등에서 일을 하며 직업 사진가로서 자리잡는다.
그의 사진은 어수선한 인파 속 신문팔이 소년(p.25)이나 전쟁이 끝난 후 시골 병원의 허름한 침상에 누워 있는 여성과 갓난아기(p.67), 무장한 채 대치 중인 경찰들과 반군 시위자들(p.73)과 같은 이미지에서 드러나듯이, 사건에 직면하여 사실의 어떤 상태를 고발하는 데 주저함이 없다. 때론 감동적이고 상징적이지만 섣부른 동정이나 감각주의는 거부하며, 대신에 사건의 전후를 총체적으로 탐색하는 인내심을 보여준다. 이러한 접근 방식은 세계대전 이후 사진계에 나타난 새로운 경향과 맥을 같이한다고도 볼 수 있는데, 애국주의 사진들이 지배적이었던 세계대전 기간 이후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더욱 가까이서 재현하려는 사진가들이 출현했기 때문이다. 당시 프랑스 사진들은 물론, 유진 스미스, 워커 에번스 같은 미국의 사진가들의 영향도 빼놓을 수 없다. 미국에서는 사회적 비참함에 대한 묘사뿐만이 아니라 텍스트와 이미지의 관계가 갖는 중요성 때문에 ‘다큐멘터리 사진’이 상당히 대중적이었고, 장 모르를 비롯한 많은 사진가들이 훨씬 실천적이고 참여적인 개념을 갖게 된다.

현실 참여 방식으로서의 사진
‘반품’ 또는 ‘박탈’된 자들이나 사회 주변부의 소외층은 장 모르가 끊임없이 작업했던 주제로, 이 책에서도 1950년부터 1990년대 중반까지의 작업에서 엄선된 사진들 중 부정부패, 실향, 열악한 노동환경에 대한 작업이 주를 이룬다. 그러나 그의 시선은 다른 다큐멘터리 사진가들과는 어딘가 좀 다르다. 예를 들어 이른 아침부터 공원 벤치에서 갓난아기를 돌보는 어린 소녀(p.59) 사진이 있다. 이런 사진을 찍는 것이 그들을 더 괴롭히는 거라고 하는 이들이 있을 때, 사진 속 소녀가 자신을 왜 찍느냐고 물을 때, 장 모르는 언쟁을 하는 대신 말을 건네고 설명하려 노력한다. “난 경찰도 아니고 사회복지사도 아니에요. 거리의 신부도 아닙니다. 그냥 난 내 즐거움을 위해 사진을 찍어요. 난 대도시의 거리를 좋아해요. 내 마음에 닿고, 마음을 움직이는 것에 자연스레 반응하는 것뿐이에요. 저기, 저 공원 벤치에 있던 당신을 봤어요. 먼 산을 보는 것도 같고, 뭐랄까, 여기 없는 사람처럼요.” 마리 가이츠는 작가론 「세상을 향해 열린 눈」에서 “그의 사진은 즉각성 또는 거기서 나오는 순진성으로 정의될 것이다. 이러한 접근은 본능과 직감만이 아니라 가라앉히고 기다릴 줄 아는 적절한 시간성으로 이루어진다”고 해석한다.
그런가 하면 산업 변화에 대비하지 못한 채 정비공 역할까지 하는 농민(p.31)이나 지난 삶이 얼굴에 새겨진 듯한 농민(p.101) 등의 고단한 초상을 포착하거나, 잔잔한 해변가에서 식사 중인 그리스의 사제들(p.21)처럼 몰래 훔쳐 본 것 같은 사진들도 찍었다. 특히 그가 1962년 제네바대학의 문화 활동 위원 자격으로 북한에 방문해 찍은 사진들은 우리 한국인들에게는 더욱더 의미가 깊다. 오늘날보다 더 삼엄했을 분위기에서 그는 호기심과 두려움 섞인 작은 소녀(p.41), 긴장감이라곤 느껴지지 않는 마을 잔치의 소소한 풍경(p.43)을 담아냈다. 출국 전 필름 검열을 받아야 했던 상황을 회고하며 그는 북한 사람들의 아름다움을 온전히 가져올 수 없었던 아쉬움을 토로한다. “이 나라에서 사진을 찍기란 얼마나 힘든 일인지! 외국인들이 자신들을 늘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전근대적이며 퇴행적인 나라로 보는 것을 두려워했다. (…) 하지만 등에 아이를 업고 있는 엄마와 머리에 큰 짐을 이고 있는 여자들, 논에서 일하고 있는 농부들을 찍으면 왜 안 된다는 건가. 이런 게 더 아름다운 것이다. 줄지어 서 있는 경운기나 노동 현장에서 영웅적인 미소를 짓고 있는 사람보다 이런 게 더 사진적인 요소라는 것을 어떻게 하면 이해시킬 수 있을까.” 이러한 태도는 그가 단순히 순발력있게 일면을 담는 기술에 신경을 쓰는 것이 아니라 사물과 존재의 본성을 그대로 포착하는 데 몰두했음을 보여준다. 정치적 문화적 상황을 은밀하게 암시하는 작업 방식은 어떤 메시지를 강요하기보다 우리 스스로 질문을 던지게 하며, 마음을 천천히 끌어당긴다.
이처럼 주제를 다루는 긴 호흡은 존 버거, 에드워드 사이드 같은 작가들과의 공동 작업으로도 이어졌다. 존 버거와 함께 작업한 두번째 책인 『제7의 인간: 유럽 이민노동자들의 경험에 대한 기록(A Seventh Man: A Book of Images)』(1975)은 그중 하나로, 이번 사진집에서 독일 채용 사무국으로 몰려드는 수백여 명의 이민 후보자들(p.83)과 건강 검진(pp.85, 87)의 현장 등을 살펴볼 수 있다. 이밖에도 존 버거와 함께 영국의 한 시골 의사의 삶을 담은 『행운아: 어느 시골 의사 이야기(A Fortunate Man: The Story of a Country Doctor)』(1967), 에드워드 사이드와 팔레스타인 난민 수용소를 다룬 『마지막 하늘 이후: 팔레스타인 삶(After the Last Sky: Palestinian Lives)』(1986) 등의 작업도 포함했다. 이는 장 모르가 주력했던 ‘인간적이면서도 고발성이 강한’ 작업들로, 사진을 그저 ‘실재를 보충하는 증명’이라 여겼던 그의 겸손함과 자제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리고 그것은 그가 성취한 가장 효과적인 현실 참여 방식이었다.

환속한 화가의 시선
한편 음악가, 작가 들의 초상사진에서부터 아이들, 가족, 반려견과의 일상처럼 가벼운 주제도 포함되어 그의 넓은 스펙트럼을 확인할 수 있다. 아들 패트릭은 아버지 장 모르에 대해 “프레임 안에 들어온 모든 것이 어떤 주제가 되었다”며, 장 모르가 스스로를 일컬었듯이 “환속한 화가”였다고 회상한다. 그중에서도 가장 매혹적인 주제라 할 수 있는 음악은 그를 십 년간 전 세계로 스위스 로망드 관현악단을 따라다니게 할 정도였다. 그밖에 각별한 우정을 쌓은 존 버거를 비롯해 만 레이, 장 피아제, 아르투르 루빈스타인, 엘렌 피츠제럴드 등 여러 예술가 및 지성인 들의 초상사진은, 난민이나 노동자와 같은 무거운 작업에서 드러나는 예리한 감각 이외에 또 다른 재능들을 보여준다.
각 사진에는 장 모르가 직접 남긴 글, 촬영 당시 아내 시몬 모르가 남긴 메모, 마리 가이츠가 발췌한 글들을 적절히 배치해 사진 뒤에 숨겨진 사연과 역사적 상황을 함께 이해하면서 볼 수 있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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