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어떤 분들에게 추천하고 싶은가, 라는 질문에 소설가 권효진은 “혼자 조용히 깊은 숲속을 걸으며 나무와 꽃과 새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은 사람들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 싶습니다.”라고 답했다.
혼자서 조용히 깊은 곳에서 아무도 듣지 않는 이야기를 듣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 그녀가 첫 소설집에서 하고자 하는 이야기이다.
의도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소외(疏外)는 자연적으로 발생하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소외는 우리 주변 어디에든지 존재한다. 다만 소외당했기 때문에 보고 들리지 않을 뿐이다.
작가, 그중에서도 소설가는 소외된 것들, 소외된 자들을 깊이 참작하여 이야기로써 타인에게 전하는 역할을 하는 자이다. 그로 인해 타인의 이해를 불러일으켜 자연 발생한 소외를 해소시키는 일을 한다, 해야만 한다.
소설집 『좀마삭에 대한 참회』에 등장하는 인물들 - 집으로 돌아온 사람, 사냥을 기억하는 사람, 급한 대로 취업을 한 수습기자, 갑자기 떠나버린 여자, 국제결혼을 한 여인, 혼자 남게 된 남자들, 수국, 기괴한 괴물이 되어버린 여자 - 은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익숙한 인물들이다. 이들은 왜 소외당했고, 왜 소외될 수밖에 없었는가. 그리고 그보다 더 익숙한 존재인 우리는 과연 소외되어 있지 않은가?
식물을 사랑하는 사람이 사람을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요?
자연의 어원은 도덕경에서 명사가 아닌 부사로 스스로 그러하다는 말에서 파생했다. 그러나 현대 국어에서 사용하는 자연은 서양의 Nature에서 파생된 말로, 정복이라는 뜻을 품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권효진은 자연이 아닌 식물이라는 단어를 쓰지 않았을까? 식물(자연)은 거기 그대로 있다. 거기 그대로 있는 것들을 거기 그대로 바라볼 수 있는 사람들이 거기 그대로 소외되어 버린 사람들을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