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가는 대로만 읽어도 어느새 의학의 역사에 정통해지는
새로운 형식의 의학사
2019년 12월 31일, 중국 후베이 성 우한에서 처음 보고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 ‘치료법 없는 전염병’은 지금(2020년 6월 17일)까지 누적 확진자 수 800만 명, 사망자 44만 명을 넘어서며 전 세계적으로 유행(pandemic)하고 있다.
다대한 희생을 치른 후 집단 면역 형성되는 것이 먼저일지, 아니면 백신 개발이 먼저일지 인류의 집단 지성이 시험대에 오른 ‘코로나19’ 시대. 이를 극복할 열쇠는 결국 의학의 역사에 있다. 중세 유럽의 봉건제를 무너뜨린 흑사병, 17세기 남아메리카 원주민을 몰살시켰던 천연두, 1918년의 스페인 독감 유행처럼 문명사적 전환을 불러온 전염병에 대응했던 과거의 의학을 알아야, 내일의 의학이 어디로 향해야 할지를 추리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몸이 아플 때가 아니면 병원과 관계되는 것 자체가 꺼려지는 일인 일반 대중에게 의학, 그중에서도 의학의 역사를 흥미 있게 풀어내는 일이 과연 가능할까? 한국에서 이 작업을 시도했던 선구자로는 울산 대학교 의과 대학에서 인문 사회 의학 교실 교수로 재임하며 제10대 의과 대학장을 역임했던 이재담 서울 아산 병원 교수가 꼽힌다. 이재담 교수는 1979년 서울 대학교 의과 대학 졸업 이후 40년간 의업에 몸을 바치며 울산 의대에서 1,000명의 제자를 길러 낸 의학사 교육의 권위자이면서, 전국 유수의 의과 대학에 의학사 기본서로서 채택된 『의학의 역사』 외 다수의 저서를 저술하고 《조선일보》와 《문화일보》에서 일반인을 위한 의학사 컬럼을 오랫동안 연재한 ‘글 쓰는 의사’이기도 하다.
이번에 ㈜사이언스북스에서 출간하는 에피소드 의학사 3부작(『무서운 의학사』, 『위대한 의학사』, 『이상한 의학사』)은 이재담 교수가 20년 동안 각종 매체에 연재했던 글 217편을 ‘무서운’, ‘위대한’, ‘이상한’이라는 3개의 키워드로 집대성해 의학의 역사에 입체적으로 접근하는 기획이다. 2~3쪽 분량의 짧은 에피소드라는 새로운 형식으로 구성되어 부담 없이 시간 날 때마다 손 가는 대로 펼쳐 보기만 해도 의학이 무수한 희생자를 만들어 내던 시대로부터 어떻게 지금의 모습으로 정립되었나를 저절로 알게 되는 이 3부작은 의학사에 가진 대중의 고정 인식을 타파하고, 의업의 꿈을 품은 젊은 독자에게 도움을 줌과 동시에, 하루가 다르게 발전해 나가는 의학을 이해하고 미래에 닥쳐올 의료 환경의 변화를 예측할 수 있게 하는 길잡이가 될 것이다.
불굴의 의지로 질병을 극복하는 의학사
마을 사람들을 꾸준한 관찰한 결과 확신을 가지게 된 그는 1796년 5월 소젖을 짜는 사라 넬름즈라는 여인의 손에 우두로 인한 물집이 생긴 것을 보고 그 내용물을 같은 동네에 사는 8세짜리 제임스 핍스 소년의 팔에 찰과상을 내고 접종했다. 1796년 7월 1일에는 천연두에 걸린 환자의 수포에서 내용물을 채취, 소년의 팔에 피하 투여하고 경과를 관찰했다. 소년에게 천연두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 것을 확인한 제너는 수개월에 걸쳐 천연두 환자들의 분비물이나 화농 물질을 반복적으로 소년에게 투여했고, 아무리 투여해도 천연두에 걸리지 않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최초의 과학적인 종두법 실험이었다.
-59장 「최초의 종두법 실험」에서
에피소드 의학사 2권 『위대한 의학사』는 의학사에 빛나는 이름을 남긴 이들과 그들이 이룩한 성취를 위대한 약·사람들·의사·의료의 4부 구성, 74편의 에피소드 형식으로 풀어냈다.
600번의 실패 끝에 찾아낸 매독 치료제, 낮은 자들을 위한 사랑으로 영국 의료 체계를 바꾼 플로렌스 나이팅게일, 이론적 기반보다 몸으로 부딪치며 실험과 검증으로 무균 수술법을 확립한 조지프 리스터, 한 나라 전체의 힘을 모아 만들어 낸 소아마비 백신, 20년 동안의 집념으로 이뤄낸 최초의 시험관 아기 시술까지…… 수많은 역경과 좌절, 시행착오를 이겨 내며 사람의 목숨을 구한다는 타협할 수 없는 목표에 한 걸음씩 다가가는 기적 같은 이야기들을 이 책에서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