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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첫 노래

아버지의 첫 노래

  • 이강원
  • |
  • 도서출판 바람꽃
  • |
  • 2020-06-29 출간
  • |
  • 323페이지
  • |
  • 136 X 198 X 26 mm /389g
  • |
  • ISBN 979119091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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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서평




시원의 노래와 존재의 시원

1. 바라지 가락과 생명의 리듬

『아버지의 첫 노래』는 우리에게도 상여소리 말고 다른 음악이 있었을지 모른다는 것, 죽음을 보살피고 애도하는 그 바라지 가락이야말로 존재의 시원으로부터 발아되어 그 시원으로 다시 돌아가는 생명의 리듬에 걸맞은 소리였을 것이라는 상상에서 비롯된 이야기다.
작가는 소설의 첫 머리에서 독자들을 백제금동대향로 앞으로 안내하는데, 그 향로에서 다섯 명의 악사도 그런 음악을 연주하지 않았을까, 혹시 ‘정읍사’도 그런 경우 아닐까, 하는 생각으로 이야기를 엮어나간다. ‘정읍사’의 관악부가 지금까지 전래된 ‘수제천’으로 이어지고, 현악부가 바라지 가락으로 갈라져 나왔을 것이라 가정하고, 주인공 이선재를 통해 그 바라지 가락을 탐문하는 과정의 이야기를 촘촘하게 형상화했다. 이선재 가계로 내려오다가 돌연 중단된 바라지 가락을 그가 다시 이어가는 과정과 아울러 연구자인 오무진이 그 가락의 해석적 맥락을 보충하는 것으로 작가의 가정과 추론에 설득력을 더해 간다. 그 결과 작가가 형상화한 ‘아버지의 노래’는 이런 가락이다.

‘아버지의 노래’는 여기가 아닌 저기에서 울리는 것 같았다. 먼 과거, 아득한 시간 어디쯤에서부터 울려오는 소리, 시원에서 비롯한 소리. 비파는 제가 떠나온 곳을 기억하고 있을 거라고, 처음으로 소리가 시작되는 곳이라고, 자기 어머니가 가실 곳이라고 말하던 선재의 목소리가 ‘아버지의 노래’ 선율처럼 가슴속으로 굽이쳐왔다. 별안간 마을이 환해졌다. 웬일인가 싶어 그는 주위를 둘러봤다. 선재네였다. 기와지붕을 뚫고 빛이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빛은 커다랗고 둥그렇게 뭉치면서 오색찬란한 자태로 허공으로 떠올랐다. ‘아버지의 노래’도 흘렀다. 바람처럼 가볍게 빛 덩이 속으로 스며들었다. 빛이 된 노래는 요강바우재로 날았다. 어긔야 어강됴리, 나난구리를 향해 솟아, 날았다(306~307쪽).

소설의 마지막 장면이다. 자세히 해설할 필요도 없이 여기서 ‘아버지의 노래’는 시간적으로 과거와 현재와 미래, 공간적으로 차안과 피안을 넘나들며 공현전하는 가락이다. 지금 여기의 순간과 시원의 영원 사이를 교감하며 스미고 짜인다. 어둠에 빛을 선사하는 별의 지도가 되기도 한다. 그러기에 가락은 역동적인 생명의 리듬이다. 존재의 숨결이다.

2. 생의 비의秘意를 탐문하는 소리

그렇다면 왜 바라지 가락인가? 왜 죽음을 보살피는 노래인가? 그것은 죽음을 통해 삶과 존재 전체의 비밀을 거듭 심원하게 탐구하기 위한 근원적 성찰의 일환으로 보인다. 소설에서 선재는 환각처럼 매월당의 질문을 받는다. “너는 지금 무엇을 보고 있느냐. 네가 서있는 곳은 어디냐. 너는 지금 어디로 가려 하느냐. 네가 가려는 곳은 네가 진정으로 가고자 하는 곳이냐.”(100쪽). 바로 답을 하지 못한 그는 끊임없이 그 질문을 찾아 나선다. “나는 지금 무엇을 보고 있는가. 어디로 가고자, 어떻게 살고자 몸부림치는가…… 내 삶의 비밀은 내게 있다. 나만이 안다. 나만이 그 비밀을 캐낼 수 있다.”(173쪽) 선재는 생의 비의를 탐문하는 단초가 바로 자기 자신에게 있음을 절감한다. 당연한 것 아니냐고 물을 수도 있다. 지극히 당연하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유예되는 진실, 그러기에 조금도 그 중요성이 덜해지지 않은 질문이 바로 이것이다. 말하자면 낯설지는 않되, 익숙한 질문이되, 그 답을 구하기 어려워, 줄곧 충격을 주는 과제가 바로 이것 아니겠는가. 그 질문에 마주한 작가 이강원의 성찰은 참으로 어지간하다. 自는 모든 일이 자기로부터 비롯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自에는 얽매임이 없다.

自에는 저절로는 있어도 결코 방임은 없다. 自에는 억지스러움도 없고 自에는 흐트러짐도 없다. 自는 바람보다는 물의 성질이 강하다. 그저 한없이 흘러가는 물처럼 自에는 능동적인 생명력이 꿈틀거린다. 自는 살아있는 활동을 말한다. 自에는 파멸이 아니라 스스로 사라지는, 때가 되면 스스로 거두어가는 적멸이 있을 뿐이다. 自에는 그래서 거스를 수 없는 단호함이 존재한다(97쪽).

인용문과 같은 사려 깊은 성찰은 이 소설의 여러 곳에서 순금처럼 빛난다. 작가는 이런 성찰을 위해 멀리 서서 바라보고 심연의 뿌리처럼 사유하고 오래도록 고뇌한다. 그래야 조금 더 온전한 실체에 접근할 수 있겠기 때문이다. 신화적이고 우주적인 성찰과 아울러 민속학적 음악적 탐문 또한 상당한 수준이다. 그 자신의 음악적 추론을 자연스럽게 풀어가기 위해 많은 자료를 섭렵하고 체험하면서 자연스러운 이야기가 되도록 소리의 숨결을 살렸다. 한 편의 소설을 완성하기 위해 작가가 얼마나 많은 공력을 들였는지 짐작케 하는 대목은 그 외에도 많다. 앞에서 우리는 『아버지의 첫 노래』가 잃어버린 바라지 가락을 재구성해 나가는 과정을 그린 소설이라고 했다. 잃어버린 가락을 되찾아가는 과정은 곧 잃어버린 언어를 복원해 가는 과정과 맞물린다. 주인공 선재는 남다르게 토박이말에 관심이 많은 인물로 그려진다. “중고등학교 때와 대학 다닐 때, 그 이후로도 간간이 새로 듣게 된 우리말이나 잊힌 단어들을 찾게 되면” 노트에 적어두었으며, “마을 어른들이 쓰는 사투리들도 기억해뒀다가 메모해두곤 했다”는 선재는 그렇게 개인적으로 “일종의 사전”을 만들어왔다(129쪽). 가령 다음과 같은 식이다.

고잔잔하다: 잔잔하다 못해 침울할 정도로 고요하다. 고는 苦인지도 모름
신푸녕스럽다: 근심걱정이 너무 많아 사소한 일도 돌아볼 여유가 없다
무장무장 = 서나서나 = 시나브로
애젖하다: 몹시 애가 타다
꽃잠: 숙면 또는 첫날밤(은하)
인연 = 인다라망 = 관계 = 고리 = 업 = 원인과 결과의 되풀이 = 윤회 ↔ 해탈
횟대 = 말코지. 끈이나 나무를 벽에 가로로 쳐놓아 물건을 걸 때 씀(290~291쪽)

이 소설을 읽으면서 독자들은 ‘흐놀다’ ‘흔뎅거리다’ ‘호아가다’ ‘허대다’ ‘물이못나게’ ‘처설프게’ ‘앓음답다’ ‘나난구리’ 등등의 여러 단어들을 그냥 지나칠 수 없었을 것이다. 작중 무진이 말했던 것처럼, “사전에 안 나온 말들이 얼마나 수두룩한데요.”(286쪽)라며 사전을 찾아보았을 터이다. 이런 점에서도 작가 이강원의 미덕을 새삼 확인하게 된다. 무릇 작가란 잃어버린 겨레의 혼과 말을 복원해내는 영매자이기도 한 까닭이다. 이강원의 언어 탐구는 너무나도 쉽게 쓰이는 요즘의 소설 창작 환경을 생각하면 아주 소중한 미덕 중의 미덕임에 틀림없다.

3. ‘줄’의 사상과 무하유지향無何有之鄕

이 소설에서 죽음을 보살피는 바라지 가락은 ‘아버지의 노래’로 불린다. 선재의 아버지, 아버지의 아버지, 조부의 아버지, 증조부의 아버지…… 그렇게 시원을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로 윗대부터 있어왔던 가락으로 얘기된다. 그러나 그 ‘아버지의 노래’로 인해 선재의 아버지와 어머니의 불행, 그리고 선재의 울분과 절망, 분노, 이웃의 오해와 갈등으로, 가락은 중단되고 만다. 바라지 가락을 떠나 배회하고 방황하며 성찰하던 선재는 고통의 통과제의를 거쳐 다시 비파를 타도 좋겠다는 생각을 하기에 이른다. 자기 안에서 이전과는 다른 ‘아버지의 노래’가 들려오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울분과 절망과 분노로 뒤범벅 돼버렸던 아버지의 노래는 자기에게서 떠난 지 오래고 지금은 그것들에서 벗어난 소리, 울분과 절망과 분노들을 품은 소리로 들려왔다. 그는 ‘아버지의 노래’가 자기 안에서 강물로 넘실거리는 것을, 바다로 흘러가는 것을 바로 보게 되었다.”(231쪽) 그렇게 되찾은 ‘아버지의 노래’로 선재는 어머니를 잘 보내드릴 수 있게 된다. 마을 공동체도 이전의 갈등을 넘어서 그 가락과 더불어 치유의 지평으로 나가는 것처럼 얘기된다. 이 소설에서 가락은 나 개인의 존재론적 시원을, 그리고 공동체와 민족의 시원을 떠오르게 하는 상상의 탈것이다. 그 가락을 통해 존재하는 모든 것들은 스스로를 비우고 텅 빈 충만의 세계로 입사할 수 있게 된다. 그런 면에서 작가 이강원이 제시한 ‘줄’의 사상이 주목된다. 울림통을 통해 소리와 가락을 빚어내는 현에 대해 작가는 다음과 같이 성찰하고 있는데, 이 소설에서 가장 빛나는 대목이기도 하다.

줄은 결코 머무르지 않는다. 줄은 줄 전체로 제 안의 소리를 드러낸다는 것을 그는 안다. 줄은 항상 제 몸을 닳려가면서 교감을 원한다. 제 한 가닥을 닳리고 또 한 가닥을 닳리면서 자신의 마음을 드러낸다. 비파의 울림통을 탓할 것 없이, 연주하는 사람의 손가락을 탓하지도 않고 오로지 제 몸을 닳려가면서 세상과 일체가 되는 순간을 기다린다(236쪽).

이렇게 머물지 않고 제 몸을 닳려가면서 소리를 내는 줄, 그러니까 제 몸을 내주면서 교감의 소리를 펼치는 줄, 울림통이나 연주자의 손을 허물하지 않고 오로지 제 온몸을 내주면서 세상과 일체가 되는 순간을 기다린다는 줄…… 작가 이강원이 상상한 ‘아버지의 노래’는 그런 줄에 의해 비로소 울림의 가능성을 연다.
그리고 그 울림은 존재하는 모든 것들로 하여금 어디에도 없는 마을, 『장자』에 나오는 그 무하유지향無何有之鄕을 떠올리게 한다.
- 우찬제(문학평론가·서강대학교 교수)


목차


선재의 비파 7
뿌리 뽑힌 노래 25
선사시대 48
은하 69
아버지의 노래 88
그리고 바라지 가락 117
이제 십일월은 152
설연화 189
삼만 구천이백사십 가닥의 소리와 2 06
시원의 노래 251
처음으로 소리가 시작되는 별 262
해설 | 시원의 노래와 존재의 시원 | 우찬제 309
작가의 말 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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