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체적이고 강인하고 독창적인 화가 프리다 칼로에 집중하다!
‘프리다 칼로’와 ‘고통’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입니다. 프리다는 거의 평생을 육체적인 고통에 시달렸고, 그 고통을 그림으로 표현해 냈지요. 하지만 이 책에서는 프리다의 고통만 말하지 않습니다. 프리다가 얼마나 주체적이고, 강인하고, 독창적이었는지 보여 줍니다.
“프리다는 그림 그리는 법을 스스로 터득했어요.
그 시절에는 남자만 주요한 예술가가 될 수 있다고 여겼어요.
프리다는 그 생각이 어리석다고 느꼈지요. 그래서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어요.” _본문 중에서
프리다는 여성이자 장애인이자 제3세계 사람이었지만, 그 사실에 주눅 들지 않고 자신만의 독창적인 예술 세계를 펼쳐 나갔습니다. 자신의 상상력의 뿌리는 모국인 멕시코에 있다고 생각했고, 멕시코의 전통과 문화를 몹시 사랑했습니다. 실제로 프리다의 독특한 화풍은 멕시코 전통 미술에서 영향을 받기도 했지요.
그러나 무조건적으로 멕시코의 전통과 문화를 받아들이지만은 않았습니다. 여자가 결혼하면 아이를 낳고 집안일만 하는 게 당연했던 당시 멕시코의 상황에 반발하며 결혼 후에도 작품 활동을 무엇보다 중요하게 여겼지요. 이런 프리다의 모습은 오늘을 사는 우리가 전통과 문화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에 대한 더없이 좋은 본보기가 되어 줍니다. 프리다는 모두가 평등하게 살아가는 세상을 꿈꾸며 차별에 맞서 싸우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생각과 신념 때문에 프리다는 페미니즘의 선구자로 여겨지며, 최근까지도 ‘프리다매니아(Fridamania, 프리다의 삶과 예술이 끊임없이 재조명되는 현상)’를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프리다는 여성에게는 좀처럼 자신의 재능을 발휘할 기회가 주어지지 않던 시절에 오롯이 자신의 힘만으로 최고의 위치에 오릅니다. 멕시코인 최초로 뉴욕에서 단독 전시회를 가졌고, 루브르 박물관에 작품이 걸린 최초의 멕시코 화가가 되었습니다.
“프리다 칼로의 예술은 리본을 두른 폭탄이다.” _앙드레 브르통
“나는 자주 혼자이기에 또 내가 가장 잘 아는 주제이기에 나를 그린다.”
끊임없이 자신을 그린 화가
프리다의 그림은 대부분 자신의 모습을 그린 자화상입니다. 책에 수록된 그림도 「내 드레스가 거기 걸려 있네」만 빼고 부분적으로라도 프리다의 모습이 담겨 있지요. 프리다는 신체적인 고통 때문에 자주, 그리고 오랫동안 병원 생활을 했습니다. 병상에서 홀로 보내는 시간이 많았던 프리다는 자신의 생각과 자신이 겪은 일을 표현하기 위해 자화상을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그 작업은 프리다에게 고통의 연속인 삶을 견디는 버팀목이 되어 주었습니다. 이런 배경에서 탄생한 자화상은 프리다의 생각과 느낌을 우리에게 고스란히 전달해 줍니다.
프리다는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더욱 효과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상징’을 자주 이용했습니다. 「상처 입은 사슴」이라는 작품에서는 프리다의 얼굴을 한 사슴이 화살에 맞아 피를 흘리고 있습니다. 이 그림을 통해 우리는 프리다가 무언가 커다란 상처를 받았음을 추측할 수 있지요.
프리다가 그림에 담은 것은 비단 고통만이 아닙니다. 자신의 의지도 그림에 담아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도 마음을 다잡았습니다. 프리다가 수많은 고통을 겪었음에도 강인할 수 있었던 것은 끊임없이 자신을 그리며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다잡았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런 프리다의 이야기는 독자들에게도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의 마음을 똑바로 바라보며 주체적으로 살아가라는 메시지를 전하는 듯합니다.
“나는 항상 프리다 칼로에 사로잡혀 있었기 때문에 프리다의 작품을 모으기 시작했다.” _마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