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편의 그림이 백 마디 말보다 설득력 있게 다가올 때가 있다. 외롭고 지쳤을 때 문득 다가온 그림 한 편이 나를 위로해 줄 때도 있다. 반대로 사람들이 대단하다고 하는 명화 앞에서 사진을 찍으면서도 도대체 왜 명화인지 고개를 갸우뚱하게 되는 일도 있다.
예술 분야 중에서 일반인들이 이해하기 어렵다고 느끼는 분야는 아마도 문학이나 음악보다는 미술일 것이다. 전문가들의 설명이나 평을 듣고 고개를 끄덕여 보지만 내 가슴으로 느껴지지 않으면 감동은 줄어든다. 또 미술에 대한 기초지식이 전혀 없는 것도 깊이 있는 감상을 어렵게 한다.
그렇기에 저자는 진정한 감상은 창작만큼 어렵고 가치있는 일이라고 말한다. 그림을 다른 사람의 잣대가 아닌 동심의 눈으로 바라보라고, 편견을 내려놓고 자기만의 렌즈로 보라고 강조한다. 비록 서툴더라도 남이 차려준 밥상이 아닌, 소박하지만 나만의 밥상을 차려보라는 것이다. 저자가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지식과 도덕이 지배하는 세상에서 우리를 구원하는 것이 예술 세계이며, 이를 통해 자유와 삶의 의미와 가치를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이다. 화가의 마음속에 들어가 깊이 공감함으로써 예술 안에서 자유와 행복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화가이면서 문학가이기도 한 저자는 문학과 미술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더불어 인생철학을 이 책에 담아냈다.특히 화가와 명화 이야기에서는 다채로운 비유와 설득력 있는 문체, 주인공이 된 듯한 생생한 표현 등 에세이나 소설을 읽는 듯한 즐거움을 안겨준다. 또 나만의 도슨트가 곁에서 설명을 해주는 것처럼 친근하고 물 흐르듯 편안한 설명과 약 100편의 컬러 명화가 곁들여져 마치 미술관에 와 있는 듯한 감동을 느끼게 해준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미술 감상과 이해를 위한 단순한 교양 미술서가 아니라 휴식과 위안을 주는 책이기도 하다.
이 책은 5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미술 감상의 태도, 일상생활에서 예술이 필요한 이유, 미술(회화) 기법, 독특한 화가와 명화 이야기, 근현대 미술사 등 진정한 미술(그림) 감상을 위한 최소한의 미술 지식과 가이드라인을 제시한다. 각 장은 서로 독립된 주제를 다루고 있어 어떤 장을 먼저 읽어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미술 감상은 너무 어렵다?
그것은 미술에 관한 안목이나 지식이 부족하기 때문일 수도 있고 근본적으로 남의 의견이기 때문이다. 기억이 오래 남는 것은 한 가지라도 내가 부여한 의미 속에 있는 단어, 내가 중얼거리면서 줄을 그어가며 읽은 문장이라는 점을 상기해보면 쉽게 이해가 갈 것이다.
저자의 메시지는 간단 명료하다. 나만의 마음속 렌즈로 보라는 것, 섣부르게 평가하기보다는 화가의 마음을 느껴보라는 것, 동심으로 돌아가 바라보라는 것. 이를 위해서 저자는 최소한의 지식을 곁들이되 나머지는 독자의 몫으로 남겨둔다.
이렇게도 자상하고 쉬운 미술서
미술관에 가면 그림 아래에 달려 있는 설명글이나 오디오 해설, 때로는 해설자를 통해 그림을 감상하게 된다. 그것을 듣고 나면 어쩐지 더욱 명화스러운 것도 같고, 한 번 더 시선이 간다. 그러나 공감이 가지 않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런데 이 책을 펼치면 왠지 그림이 어렵지 않게 느껴진다. 뭔가 많은 설명이 따라오는데, 이해하기 어렵지 않으며, 마치 미술관에서 도슨트와 함께 그림 하나하나를 같이 보면서 설명을 듣듯이 편안하게 읽힌다.
이 책의 또다른 이름은 ‘휴식을 주는 미술’
문학가이면서 화가인 저자의 인생 철학이 책 전체에 스며 있고 비유나 표현들이 많아 마치 소설책이나 철학책을 읽고 있는 느낌이다. 이 책을 읽고 보는 동안은 복잡하고 답답한 현대 사회, 어른의 세계에서 벗어나 순수한 동심으로 돌아간 듯 감수성이 살아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