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잘 노는’ 여행작가와 ’잘 우는’ 독일 남자의 베를린 동거 이야기.
_’쿨한 회색빛 도시’ 베를린, 이 도시를 배경으로 깊어 가는 두 사람의 사랑.
_바싹 말라버린 일상에 결핍을 느끼는 30~40대 여성들, 이들이 공감하고 끌어안을 ‘동미’의 성장 서사.
“나는 다 늦게, 갑자기, 베를린에서 살게 됐다. 거창한 계획도 없이, 베를린에서 만난 남자의 집으로 옮겨와 살고 있다.” (본문 중에서)
자유로운 일과 삶을 사랑하던 ‘잘 노는’ 여행작가 이동미(48세, 여). 수년째 매거진을 만들고 여행작가로서 글을 쓰다가 이제 삶의 한 챕터를 끝냈다. 그의 다음 계획은 베를린이다. 베를린에서 한국식 치맥집 ‘꼬끼오’를 운영하는 친구 집에서 지친 몸과 마음을 추스리기 위해 베를린으로 떠난다.
하지만 웬걸. 꼬끼오 사장 안정아는 동미를 가만히 놔두지 않는다. “베를린에 있는 동안 남자라도 만나려면 데이팅 앱 ‘틴더’를 깔아.” 친구의 성화에 못 이겨 시작한 틴더. 동미는 많은 남자와 대화를 나누고, 그 중 몇몇과는 실제로 만나다가 스벤이라는 남자와 덜컥 사랑에 빠진다. 그리고 다 늦게, 갑자기, 그것도 베를린에서 생각지도 못한 동거를 시작한다.
동미의 남자가 된 스벤은 ‘잘 노는’ 자신과 달리 ‘잘 우는’ 남자였다. 스벤은 종종 눈물을 흘리며 얘기한다. “불안은 감기처럼 찾아오는 거야.” 동미는 적잖이 당황했지만 스벤의 진심에 점차 마음을 연다. 자기 감정을 스스럼없이 표현하는 스벤을 통해 오히려 자신의 불안감을 확인한다. 서로의 아픔을 끌어안으며 앞으로 나아갈 힘을 얻는다.
“처음엔 그가 아프니 내가 지켜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자주, 그의 말에 내가 위로받고 울었다. 우리가 서로에 대해 이야기할 때, 초반의 나는 자주 울음을 삼켰다. 감정을 숨겼다. 남자 앞에서 우는 게 익숙하지 않았다. 누군가를 한참 사랑했을 땐 모든 걸 같이 공유한 것 같은데, 그게 언제였는지도 가물가물했다. 연애 따위 사랑 따위 잊고 산 지 오래였다. (중략) 내가 울음을 삼킬 때마다 스벤은 귀신같이 알았다. 그리고 내 등을 쓰다듬으며 속삭였다. “울고 싶으면 그냥 울면 돼. 아무도 뭐라고 하지 않아. 네가 다 울 때까지 내가 옆에 있을 거야.” 나는 그 말에 더 울었다. 울고 나면 진이 빠질 때도 많았다. 그럴 땐 침대에서 일어나기도 힘들었지만, 동시에 뻥하고 속이 뚫리는 느낌도 있었다.” (본문 중에서)
동미에게 베를린은 각별한 도시다. 여행작가로서 ‘첫사랑’인 도시이기도 하다. 하지만 스벤과 함께 보낸 베를린의 여름은 완전히 달랐다. 대규모 혼욕 사우나 ‘바발리’, 극작가 사무엘 베케트에게 영감을 받은 칵테일 바 ‘베케츠 코프’, 어둠 속에서 식사하는 다크 레스토랑 ‘노치 바구스’ 등 ‘쿨한 회색빛 도시’ 베를린의 속살은 동미와 스벤의 사랑을 쓰다듬듯 어루만진다.
생각지도 못한 사랑, 꿈꿔본 적도 없는 동거, 스벤과 함께 한 베를린의 한여름. 동미는 사랑을 통해 베를린이라는 도시를 새롭게 마주한다. 이전엔 몰랐던 인생의 순간들, 동미는 자신을 성장시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