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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의 정치학 우생학

유전의 정치학 우생학

  • 김호연
  • |
  • 단비
  • |
  • 2020-09-10 출간
  • |
  • 400페이지
  • |
  • 153 X 225 mm
  • |
  • ISBN 97911635002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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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서평




▶ 우생학과 정치의 착종, 그 야만의 역사
19세기 후반 등장한 다윈의 진화론은 생물학에서의 지적 변혁은 물론이고 서구인들의 사고와 가치관에도 일대 변화를 가져온 역사적 분수령이었다. 필자는 서구의 역사 속에서 나타난 다윈 진화론의 영향 가운데 하나가 우생학이었다고 본다. 다윈의 사촌 골튼이 창안한 우생학은 과학적 영역의 논의였으나, 정치적·사회적 변화와 조응하여 지배 계급의 논리를 정당화하는 이데올로기로 발전했다. 골튼은 다윈의 진화론을 근거로 인간의 육체적·정신적·도덕적·사회적 특질이 유전된다고 확신했고, 이는 우생 담론이 근대적 형태의 체계를 갖춘 과학으로 발전하는 기본 전제가 되었다. 골튼은 인간의 불량한 형질을 제거하고, 인종의 질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선택적인 생식 프로그램이 필요함을 주장했다. 자신의 가설과 이론을 증명하는 과정에서 골튼은 우생학을 과학적 담론으로서만이 아니라 구체적인 사회적 개입의 방법론으로 확장했다. 이는 후일 다양한 가치 지향을 담은 우생학 운동을 낳는 근거가 되었다.
우생학자들이 설파한 생존경쟁과 최적자생존의 논리는 인간 개선이라는 이름 아래 다양한 사회적 부적격자들을 제거하고, 정치적·사회적·인종적 차별을 정당화했다. 우생학은 승자의 논리를 대변하며 애초부터 정해져 있는 결론을 생물학이라는 과학의 권위에 기대어 정당화했다.
오늘날 사람들이 새로운 유전학의 발달에 대해 느끼는 정서적 우려와 공포의 이면에는 19세기 말 영국에서 탄생하여 미국에서 가장 대중화되었으며 나치의 잔혹한 대량 학살에 이르러 그 폭력성을 여실히 보여 준 우생학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짙게 깔려 있다. 미국의 국적별 이민 할당법은 비앵글로색슨에 대한 차별이었고, 1930년대 유럽과 미국의 거세법은 인권 유린이었다. 나치 독일은 1934-1939년에 사회부적격자와 정신박약자 40만 명을 거세했다. 같은 때 나치와 일본 관동군 731부대의 잔인한 인간 생체실험 만행도 있었다. 20세기 후반의 생명공학 붐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 포스트 코로나 시대-우생학의 역사에서 무엇을 배울 것인가
코로나바이러스의 세계적 대유행은 중세 유럽의 페스트가 중세 봉건제에서 근대 자본제로의 이행을 촉발하는 계기로 작용했던 것처럼, 이전 세계와는 다른 질서를 만들어 내는 변곡점이 될 것이라고 필자는 예견한다.
그 ‘다름’의 내용은 과연 무엇이고, 우리는 어떤 노력을 해야 할 것인가. 이에 답하기 위해 필자는 코로나바이러스 등장 이후 즉각적으로 표출된 인종주의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코로나바이러스가 소환한 인종주의적 태도와 실행은 야만이 문명 속에 존재하고, 증오가 우리 삶의 일부라는 것을 극명하게 보여 주고 있음이다.
인종주의는 역사적 맥락 속에서 탄생한 서구의 이데올로기이자 사회운동의 근거였으며, 국가 정책 속에 은밀하게 내재된 가치였기 때문이다. 즉, 인종주의는 단순히 몇몇 엘리트나 지적 담론에 의해 추동된 이데올로기였다기보다는, 19세기 후반 유럽의 민족주의, 국가주의, 팽창주의, 경제위기, 대중 미디어의 등장, 그리고 사회 내부 집단 사이의 역학 관계들의 복잡한 착종에 영향을 받아 형성되고 강화된 역사의 산물이었다. 과학은 이 과정에서 인종주의를 정당화하는 기제로 활용되었다. 즉, 19세기 후반 서구에서 고착화된 인종주의는 사회다윈주의 및 우생학과 불가분의 관련을 맺으며 형성되고 발전한 측면이 있다고 할 수 있다
필자에 따르면, 낸시 톰스(Nancy Toms)는 이른바 ‘병균사회주의’와 ‘질병의 사슬’이라는 개념을 제시한 바 있다. 병균사회주의란 병균이 인종, 성별 또는 계급 등을 가리지 않고 침투하며, 따라서 모든 사람이 병균이라는 공동의 적을 물리치기 위해 협력하고 연대한다는 것을 말한다. 물론 가장 큰 피해는 사회의 약자가 입는다. 그래서 전염병의 유행은 단순한 위생개혁을 넘어 노동환경 개선이나 사회 개혁의 기회가 되기도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일군의 사람들은 병균의 원인을 해소하고 치료하는 과정에서 병균 발원자나 특정 계층, 지역(이라고 믿는) 등을 배척하고 차별한다는 것이다. 이를 톰스는 질병의 사슬이라고 불렀다. 필자는 톰스의 두 개념이 코로나바이러스 이후의 새 질서를 성찰적으로 고민하는 데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고 본다. 즉,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우리는 협력과 연대를 새로운 질서의 모티브로 삼을 것인가, 아니면 배척과 차별의 낡은 체제를 그대로 유지한 채 살아갈 것인가.

▶ 우생학의 역사가 던지는 메시지
필자에 따르면 우생학에 대해 본격적 논의가 학계에서 시작된 지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이는 나치의 대량 학살이 가져온 충격 때문이었다. 나치의 대량 학살은 유전에 기초한 인간 이해와 개입, 그리고 그에 따른 생명의 등급화에 대한 대중의 심리적 거부감을 유발시키는 원천이 되어 왔다고 한다. 이는 오늘날 개인주의적 선택이라는 이름 아래 전개되고 있는 새로운 유전학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견지하는 핵심적인 이유이기도 하다. 왜냐하면 인종 개선이라는 미명 아래 전개된 배제와 차별, 나아가 살육의 잔혹한 역사는 재현의 위험이 크기 때문이라고 필자는 주장한다.
필자는 유전학의 세기를 맞이하여 우리 역시 위험한 비탈길을 따라 과거 우생학의 악몽 속으로 빠져들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우생학은 장애, 이민, 인종, 성, 국가 등과 관련한 이데올로기와도 긴밀히 연계되어 있고, 건강과 관련한 공중보건, 인구 조절, 사회복지 등 다양한 국가 정책과도 깊이 착종되어 있기 대문이다. 우생학은 극우 보수주의자에서 좌파 사회주의자들에게까지 수용되었던 과학적 담론이자 사회적 운동의 이념이기도 했다.
사회의 야만은 약자 멸시에 담겨 있고, 야만은 문명의 반대가 아니라 그 속에 있는 광기이자 증오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광기와 증오는 불안과 공포를 낳고, 이는 인간 영혼을 잠식하면서 궁극적으로 인간 존엄성을 훼손한다. 우리가 사회의 가장 약한 이웃들에게 가해지는 다양한 폭력에 대해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이며 우리의 지성이 평등과 정의에 얼마나 부합하는지 끊임없이 자문해야 하는 까닭이기도 하다고 필자는 강조한다. “역사는 성찰의 현재적 원리이다. 우생학의 역사에서 우리는 무엇을 배울 수 있을 것인가.”

[구성]
1장 우생학 연구의 쟁점은 과학적 담론에서 사회적 실천의 영역으로 확장된 우생학의 논쟁점을 다섯 가지로 분류하여 살펴본다. 우생학 실천의 다양성, 유전인가, 환경인가, 네거티브와 포지티브, 과학인가, 이념인가, 우생학과 새로운 유전학 등을 고찰한다.

2장 영국의 우생학은 우생학 탄생의 사회적 배경, 다윈의 영향, 골튼의 이론 등을 중심으로 영국의 사회적, 역사적 상황과 다윈의 진화론이 맬서스, 스펜서의 이론과 조응하여 사회적 담론으로 확장되는 과정을 살펴본다. 영국의 우생학은 중산계급의 이해와 밀접한 관계를 맺으며 성장하였고, 국가적 효율과 영국 제국의 보전을 위한 필요에서 인종 차별적 윤리가 강조되기도 했다.

3장 미국의 우생학에서는 미국에서 멘델의 법칙 재발견 이래 우생학이 대중적으로 확산되었고, 제1차 세계대전을 계기로 증폭된 인종적 공포로 우생학이 이념적 도구로 기능하게 되는 과정을 살펴본다. 이후 미국의 우생학은 앵글로색슨의 우월성을 정당화하고 와스프(WASP)의 사회적 위치를 공고화하는 메커니즘으로 활용되었다. 국가적 효율성과 정체성 강화라는 명분 아래 이민 제한법, 결혼 제한법, 불임법 등으로 수많은 사회적 부적격자들을 제거했다.

4장 독일의 우생학에서는 인종위생(Rassenhygiene)이라 불리며 강제불임, 안락사, 집단 학살 등을 자행했던 독일의 상황을 살펴본다. 19세기 말 급격한 산업화로 인한 사회 문제와 계급 간 출산율 차이로 인한 인적 구성의 불균형 등의 문제에 대한 해결책으로 독일에서 각광받았던 우생학은 초기에는 인종적 색채가 두드러지지 않았다. 그러나 제1차 세계대전의 패배와 대공황의 여파로 우생학의 인종주의적 색채가 강화되었고, 1933년 나치 집권 이후 인종주의적인 정치 운동으로 급속히 변질되었다. 각종 우생학적 법을 거쳐, 결국 히틀러의 우생학적 정책은 안락사로 귀결되었다. 이는 결국 전대미문의 대량 학살로 귀결되었다.


목차


추천사 10
책 머리에 12
들어가며 18

1장____ 우생학 연구의 쟁점

우생학 실천의 다양성 31
유전인가, 환경인가 31
네거티브(제거)와 포지티브(향상) 32
과학인가, 이념인가 34
우생학과 새로운 유전학 35

2장____ 영국의 우생학

19세기 말 영국의 사회적 상황 45
맬서스, 다윈, 그리고 스펜서의 영향 56
1) 다윈의 『종의 기원』 출간 56
2) 다윈과 맬서스: 생존경쟁과 자연선택설 61
다윈과 스펜서: 최적자생존과 자연선택설 68
골튼 우생학의 형성과 발전 78
우생학의 다양한 실천 105

3장____ 미국의 우생학

섬너와 개인주의적 경쟁 127
유전과 환경 그리고 이념 137
우생학의 대중화 145
우생학적 입법 164
1) 이민 제한법 165
2) 결혼 금지법 173
3) 강제 불임화 수술법 177

4장____ 독일의 우생학

헤켈과 집단주의적 투쟁 191
인종위생의 탄생 203
인종위생의 성장과 전개 218
인종위생의 극단화 228
1) 강제 불임화 수술 235
2) 안락사 241

나오며 252
[보론1] 우생학 실험: 미국 오네이다(Oneida) 공동체 265
[보론2] 코로나바이러스(Covid-19), 인종주의, 그리고 우생학 286
[보론3] 우생학 연구 노트 302
주석 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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