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자스럽게’ 살아감을 위하여…
이 책을 펼쳐보면 표지에서부터 ‘노자스러움’이 느껴진다. 흔치 않은 하얀색 바탕에 그 흔한 그림 하나, 사진 하나 없이 꾸밈이라 할 만한 것을 찾아볼 수 없다. 어찌 보면 저자의 아마추어적인 면이 잘 드러나 오히려 신선하다. 형식면에서나 내용면에서도 이 책을 어느 영역으로 분류해야 할지도 모호하다. 마치 『노자』에서의 도가 ‘어슴푸레하고 희미하고 뒤섞인 어떤 것’이라는 것과 같다. 이 책은 그야말로 철저하게 ‘노자스러움’을 추구한다 할 수 있겠다.
수많은 노자서들 중 대부분의 노자서들은 노자의 원문을 잘 풀이하거나 그 의미를 잘 해설하기 위한 책들이다. 그러나 이 책은 잘 해설하기 위함보다는 노자가 말하는 바의 그 뜻을 현시대에서도 생활 속에서 실현하는 모습을 보여 주어 수양서에 더 가깝다고 볼 수 있겠다. 물론 현실적인 타협점은 있다. 그 타협을 위해 저자는 ‘읽은이의 말’에서 고대 인도의 마누법전에 나오는 인생 4주기를 언급한다. ‘가주기(家住期)’까지는 열심히 사회활동과 경제활동을 한 후 노후준비를 마치고 은퇴한다. 은퇴 후에는 더 이상 경쟁사회에서 머뭇거리지 말고 ‘일 없는 일’을 찾아 즐기며 평화로운 일상을 살자는 것이다. 즉 임서기(林棲期)에 들어 ‘노자스럽게’ 살아가자는 것이다.
이 책을 해설서의 관점으로 보면 『노자』의 각 장의 핵심내용을 현시대를 사는 개인의 관점으로 짧고 쉽게 잘 해설하였다고 볼 수 있다. 다만 도의 실체적인 면을 해설하는 데 있어서는 약간의 미흡함도 보인다. 해설적인 면으로 보더라도 개인의 관점에서 해설함으로써 결국에는 실천적인 면으로 귀결된다.
이 책은 원문의 풀이에 있어서도 고심한 흔적이 역력하다. 전반적으로 가능한 한문 그대로를 번역하여 뜻을 새김은 독자 스스로에게 맡긴 듯하다. 그러함에도 쉽게 그 의미를 새길 수 있도록 하였다. 각 장의 번역문은 전체적으로 매끄럽게 연결되어 시적인 운율이 느껴진다.
노자의 사상은 지금까지 어느 시대에도 그 사회의 주류사상이 될 수 없었다. 앞으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러나 그 시대에 대한 비판적인 역할은 보다 균형 잡힌 세상을 만들어 줄 것이다. 이 책에서도 자연스레 이 사회와 욕망 넘치는 사람들에 대한 비판을 아끼지 않는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온 세계가 혼란스런 이때 지나친 ‘하고자 함’을 멈추고 ‘자연스러움’으로 돌아가라는 노자의 말은 우리 모두에게 많은 시사점을 준다. 평화로운 삶을 바라는 모든 개개인이 『노자』를 통해 진정한 평화를 얻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