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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도둑

풍경도둑

  • 천세진
  • |
  • 모악
  • |
  • 2020-09-14 출간
  • |
  • 124페이지
  • |
  • 130 X 210 mm
  • |
  • ISBN 97911880712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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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서평




삶은 직선이 아니라 순환!
『풍경도둑』은 다채의 사유와 입체의 감각을 갖추고 있는 시집이다. 시인은 사물과의 일체감을 추구한다. 타자를 향한 마음의 기울기가 “세계의 기울기”(「좀머 씨의 기울기」)라고 생각한다. 바람이나 이슬 같은 자연 현상은 물론이고 대장장이와 지도 제작자 같은 타자 속으로도 자신을 밀어 넣는다. “간밤, 그대 가슴에서 자라난 고드름 몇 개를 따서 돌아와 밤새 품에 안아 녹였다”(「볕 안 드는 곳」), “창 안에 사는 사람의 생이 앞으로 갔다가 뒤로 물러서는 것이 보였다”(「벽시계를 훔쳐본 일」), “나도 석양에게 답했다, 몸속에 수십 개의 저녁이 있었는데, 그중 몇이 그대에게로 날아가 이야기를 털어놓았을 거라고.”(「한때 저녁이 있었다」), 이처럼 시인은 다양한 방식으로 타자와 소통한다.
시인은 “반가운 이가 내릴 줄 알았는데 슬픔들이, 기억들이 왈칵 쏟아져 내”(「기차는 도착했는데」)리는 순간의 이야기들을 시로 표현해낸다. 무명 사진가 ‘비비안 마이어’, 화가 ‘빈센트 반 고흐’, 은둔한 천재 수학자 ‘페렐만’의 생애 속으로 시간 여행을 떠나기도 한다. 기억 속의 시간을 다시 살아냄으로써 삶은 직선이 아니라 순환이며 회귀라는 사실을 깨닫게 해준다. 삶의 기억을 고독하지 않게 해주는 것, 그것이 시인의 사명이라는 것을 지나간 “풍경의 증인”(「까마귀가 나는 밀밭」)이 되어 알려주고 있다.

모감주 노란 꽃잎들에 흥건히 배어있던 풍경들이 단내 풍기며 익어가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만찬에 늦을까봐 서둘러 달려갔는데, 만찬장이 멀리 보이는 곳에 이르자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이방의 강과 호수에서 두둥실 떠오른 풍경들이 산맥 몇 개를 넘는 사이에 차가운 물방울이 되어 떨어질 줄 알았는데, 문장이 되지 못한 단어들이 여름날 우박처럼 쏟아지기 시작했다.

어찌나 세차게 내리는지, 깨진 장독 뚜껑, 썩은 나무 둥치, 길고양이 밥그릇, 녹슨 자전거 안장, 기울어진 간판 모서리…… 오목한 자리마다 금세 웅덩이가 생겼다.

웅덩이마다 문장이 하나씩 생겼다.
빗방울 떨어질 때마다 문장이 출렁거렸다.
-「오목한 자리마다」 전문

인간의 마음에는 오목한 자리가 있다. 세상의 모든 풍경들은 이 오목한 곳에 고여 하나의 기억이 된다. 풍경의 기억이 출렁거려 소란해질 때 시인의 마음도 소란해진다. 소란의 목소리들은 한 편의 시가 되었다. “문장이 되지 못한 단어들이 여름날 우박처럼 쏟아”져 “오목한 자리마다 금세 웅덩이가 생”기고, “오랫동안 덜컹거리며 굴러온 생이, 풍경의 정거장이”(「이름의 정거장이었으나」) 되었다. 시인은 풍경의 정거장에서 새로운 세상을 향해 출발한다.

고독이라는 이름의 기억!
“오래 걸어 도착한 곳은 어느 강가였어.”(「늙은 버드나무가 사는 강」)와 같은 구절은 독자를 설레게 한다. 시인이 들려줄 미지의 이야기에 대한 기대로 부풀게 한다. 시인은 “바닥에 남은 커피 앙금을 보고 남은 생의 방향을 점”(「어떤 점괘도 흘러나오지 않는」)치면서 마음 한가운데 오목하게 고여 있는 풍경의 기억을 들려준다.
이러한 대목에서 문화비평가로서의 시인의 감각은 빛을 발한다. 망각의 세계로 폐기처분되어 있는 우리의 경험을 되살려내고, 그 중에서 이야기되고 전수되어야 할 요소들을 적확하게 짚어낸다. 시인과 성장기를 함께 했던 지난 세기의 문화코드에 대한 향수를 바탕으로 흑백시대의 감성을 컬러로 재현하기도 한다. “어제의 사내가 향기를 맡았다. 어제의 꽃에서 어제의 향기가 흘렀다.”(「립 밴 윙클-어제의 사내」)고 과거를 호출하면서 그 속에 “숨긴 풍경은, 누구의 생이라고 이름 붙여야 할까.”(「비비안 마이어」)라고 묻는다. 이렇게 함으로써 시인은 어제의 고독한 기억을 오늘의 삶으로 재생해내는 것이다.

자고 나면 육지에서 한 뼘 더 멀어져 있는 무인도 같은 사내를 알고 있는데, 그의 고독은 고대 귀족의 긴 옷자락 같아서 그림자를 가리고도 남을 정도였다.

고독의 옷자락이 슬쩍 들린 찰나가 있었는데, 들린 틈으로 그의 고독을 스치듯 볼 수 있었다.

버섯이 자라고 있었는데, 기이하게도 나이테가 선명하여 오래 묵은 버섯임을 알았다. 버섯이 저만큼이나 묵으려면, 사막에 내리는 비처럼 찾아드는 생의 습기들마저 단호하게 튕겨낼 단단한 외피가 필요했으리라.

기화하지 않고 깊이 스며드는 생의 습기를 뿌리를 통해 빨아들이는 일에 대해서도 처절하게 인색해야만 저 같은 나이테를 지닐 수 있으리라.

오늘 밤처럼 마른 달이 뜨는 날이면 어디선가 몸피 버는 소리가 들린다. 오늘 밤에도 버섯의 나이테가, 고독의 동심원이 하나 더 늘어나고 있으리라.
-「버섯 같은 사내」 전문

“고독은 고대 귀족의 긴 옷자락” 같다는 통찰은 시대의 한계를 넘어선다. 누구나 고독한 존재라는 것, 그 고독이 “생의 습기들”을 “처절하게” 외면해야 하는 고귀한 운명이라는 것을 알려준다. 시는 “고흐의 고독이 그려졌고, 렘브란트의, 뭉크의 고독이 그려졌지만” 끝내 그려내지 못한 시대의 자화상이기도 하다.
천세진 시인의 시집 『풍경도둑』을 읽다보면 마음속에 “고독의 동심원”이 오목하게 만들어진다. 그럴 때 우리는 “떠나기만 하고 돌아오지는 않는 자신을 기다리는 일이 고독이라는”(「고독계의 페렐만 씨」) 사실을 깨닫게 된다. 시인은 그 모든 고독한 존재들이 세상의 풍경이라고 고백한다. 그리하여 마침내 “내내 풍경에 갇혀 있었고,/풍경이 품었던 고질(痼疾)을 유전자”(「시인의 말」)로 지닌 언어의 세계로 우리를 이끄는 것이다.


목차


1부 풍경의 비밀
오목한 자리마다 / 신천옹 씨의 숙박계 / 저 여린 것들이 / 도토리 이명증 / 도깨비바늘 / 이름의 정거장이었으나 / 까막눈의 문장 / 어느 어스름 / 소리의 몸 / 사슴벌레 산책길 / 그리 멀리 가지 못했다네 / 어느 오후 / 볕 안 드는 곳

2부 시간의 비밀
누군가를 세는 저녁 / 골동품이 되는 시간 / 한때 저녁이 있었다 / 부식 / 하룻밤만 더 기다리지 / 늙은 버드나무가 사는 강 / 대장간의 눈동자 / 벽시계를 훔쳐본 일 / 서랍 닦는 사내 / 바람이 환부를 지날 때 / 마음이라 부른 / 낡은 것들에 대하여 / 두려움도 자라더군

3부 이슬의 비밀
이슬의 비밀 / 검은색은 무겁다 / 버섯 같은 사내 / 발자국에 손을 대요 / 지도 만드는 사람 / 타투 / 매듭 묶는 여자 / 어떤 점괘도 흘러나오지 않는 / 무엇을 놓쳤을까 / 깊은 뿌리를 내리는 중 / 길을 막지 않는다면 / 조각도를 들고 / 기차는 도착했는데

4부 좀머 씨의 비밀
좀머 씨의 기울기 / 갈매기 조나단 / 비비안 마이어 / 아테슈카데 사원의 불씨 / 별이 빛나는 밤 / 흡혈의 밤 / 제3의 사나이 / 자가나트 / 고독계의 페렐만 씨 / 까마귀가 나는 밀밭 / 어느 밈 공화국 주민의 일기-산티아고 / 립 밴 윙클-어제의 사내 / 모모의 이야기는 시작되었다

해설 풍경의 발자국에 손을 대다 | 임소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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