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적 관념들은 현대 엔터테인먼트를 최고의 영역으로 바꾸었다.
과거의 철학에서 상상적 관념들이 이성적 변용을 가로막고 있다고 규정한 생각은 이제 버려야 한다.
상상적 관념과 이성적 변용 사이의 갈등과 투쟁, 그것의 중심에 불안이 있다.”
영화, 드라마, 그리고 대중음악 케이팝(K-pop)과 같은 한국의 문화 콘텐츠는 빠르게 세계적인 문화로 확산되면서 변방의 직종이었던 엔터테인먼트는 감각을 중시하는 문화의 시대를 대표하는 분야가 되었다. 특히 탁월한 가수들이 음악과 춤으로 표현한 새로운 감각의 유혹적 경향은 세계를 갱신할 만한 문화적 사건으로 평가받을 정도이다. 그들은 음악가이자 동시에 시인으로서 기존의 사상가들이 완전히 파악할 수 없었던 인간의 새로운 내면 공간을 두드린다. 그래서 대중들은 열광한다. 플라톤 이후 서양 근대 철학에서 감각을 이성적 숙고를 방해하는 사태라고 인식해왔던 정신의 역사를 통째로 흔들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더 이상 감각의 부정과 관능으로부터 초탈을 강조할 수 없게 된 것이다. 현대의 개인들은 윤리적 반성과 합리적 언어의 개념 속에서 자율성 없는 근대적 주체로 전락하기보다는, 잡아내는 순간 탈주하는 감각을 통해 새로운 자기 이해를 추구하기 때문이다.
덴마크 사상가 키에르케고어(Søren Kierkegaard, 1813~1855)는 이전의 사상가들이 단편적으로 다뤄온 불안에 대한 의미를 깊이 있게 개척했다. 그에게 불안의 의미는 기본적으로 감각과 이성(또는 정신) 사이의 모순에 의해 야기되는 것이다. 키에르케고어의 사상에서 모든 인간은 자연적 조건 속에 있는 직접성의 심미적 단계에서 시작되고, 윤리적 자각을 거쳐, 그리고 인간을 무한한 존재로 변모시키는 종교적 단계로 나아간다. 다시 말하면 그의 사상은 심미적 단계로부터 그리스도를 닮을 것을 강조하는 종교적 단계를 향해 정진한다는 목표를 향한 방대한 설계 속에서 펼쳐지는 것이다. 여기에서 개인은 심미적이거나 윤리적이고, 나아가 종교적이라는 삶의 단계 속에서 각각 다른 삶의 양식에 처해 있는 자로 규정된다.
끊임없이 현재를 새롭게 갱신하도록 요구받는 시대, 그곳에서 감각의 논리는 주목된다. 현대 미학이 감각의 논리에 천착하게 된 것은 언어로 의식화되지 않는 곳에서 존재에 대한 새로운 의미를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불안 속에서 감각은 인간과 세계를 가로막는 장벽들인 철학적 반성과 합리적 언어의 개념성을 허물어뜨리고 인간의 삶에 대한 직접성을 환기시키면서 기존의 고정관념을 뛰어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