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누구와 어디에서도 어울리지 못하는‘아웃사이더’입니다.
항상 말없이 조용한 윤지는 아이들 눈에 띄지 않는다. 심지어 친구들이 윤지 앞에서 ‘엄마 없는 아이’라고, ‘지난주에 입던 옷을 또 입는다’고 험담하는 것을 듣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모든 게 사실이라는 생각으로 체념해 버린다. 윤지는 아이들의 말처럼 자신이 ‘아웃사이더’라고 생각한다. 그러던 어느 날, 온통 회색빛이었던 윤지의 일상에 작은 초록빛이 찾아든다. 하지만 윤지는 곧 감당할 수 없는 일이 생겼음을 깨닫는데…….
채린이의 초대에서 시작된 이야기
“내 친구라면 나 대신 복수를 해 줘야지. 안 그래?”
채린이는 윤지에게 함께 놀자며 집으로 초대한다. 윤지는 갑작스런 채린이의 초대가 어리둥절하면서도 내심 기쁘다. 채린이는 윤지에게 비밀까지 털어놓고 친한 친구 노릇을 한다. 엄마의 죽음으로 잔뜩 움츠렸던 윤지는 채린이 덕분에 조금씩 웃음을 되찾는다. 또한 온갖 식물이 가득한 채린이의 집과 채린이 엄마의 따스함에 어릴 적 엄마와 행복했던 시절을 떠올리며 잠시나마 행복함을 느낀다. 하지만 전학 온 수진이를 대하는 채린이의 행동 때문에 윤지는 불안하다. 부족할 것 없는 채린이지만 아이들이 수진이를 좋아하자, 질투심 때문에 삐뚤어진 행동을 한다. 그리고 나쁜 일에 윤지까지 끌어들이며 윤지를 곤란하게 한다. 하지만 윤지는 또 다시 아웃사이더가 될까 봐 무조건 채린이의 편이 되고, 채린이의 잘못을 외면한다. 윤지는 언제까지 채린이를 가만히 지켜볼까?
아이들의 학교생활은 어른들의 생각보다 훨씬 더 복잡하고 여러 이해관계로 얽혀 있다. 『새싹이 돋는 시간』 에서도 아이들에게 ‘친구’가 얼마나 중요한 존재인지 알 수 있다. 보통은 순수한 우정을 밑바탕으로 친구를 사귀지만, ‘내 편, 네 편’이 절대적인 의미를 갖기도 한다. 편을 가르면서 채린이와 같은 잘못을 저지르는 아이들을 종종 볼 수 있다. 채린이처럼 완벽해 보였던 아이도 질투와 미움을 조절하지 못해 잘못에 빠지고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남긴다. 누구나 잘못을 할 수 있지만 아이들 스스로 잘못을 뉘우치지 못했을 때는 부모와 선생님, 친구들의 도움이 필요하다. 시행착오 속에서 아이들은 사랑을 받아 깊고 단단한 뿌리를 내린다. 아이들이 각자의 뿌리와 빛깔을 만들며 성장하기 위해서는 복수가 아닌 사랑과 참된 우정의 힘이 필요할 것이다.
잘린 잎에서 뿌리를 내리는 몬스테라처럼,
다시 뿌리를 내리는 아이의 용기 있는 발걸음!
윤지는 잘못을 저지르지 않았지만 수진이를 괴롭히는 채린이를 말리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시달린다. 윤지는 채린이의 잘못을 지적해서 다시 소외될까 겁나지만 잘린 몬스테라 줄기가 뿌리를 내리고 초록으로 빛나는 모습을 보며 용기를 얻는다. 윤지는 선생님과 친구들의 시선이 두렵지만 잘못을 잘라 낼 사람은 본인밖에 없다는 것을 깨닫는다. 『새싹이 돋는 시간』에는 또래 여자아이들의 복잡미묘한 관계와 내밀한 감성이 담겨 있다. 채린이와 윤지의 상황은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모습들이다. 민경혜 작가는 인기 많은 아이 위주로 무리가 형성되는 교실 현실과 소외되는 아이의 감정을 담아 그렸다. 작가는 몬스테라처럼 아이들도 관심과 보살핌에서 싱그러운 초록빛을 발할 수 있을 것이란 희망을 이야기한다. 2019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동화 부문에 당선되어 등단한 민경혜 작가가 바라본 아이들의 세상이 또 어떤 이야기로 펼쳐질지 기대를 갖게 하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