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스원의 큰글자도서는 글자가 작아 독서에 어려움을 겪는 모든 분들에게 편안한 독서 환경을 제공함으로써 책 읽기의 즐거움을 되찾아 드리고자 합니다.
고대 중국의 갑골문부터 조선의 소설까지,
이야기 속에서 찾는 ‘아름다움’의 퍼즐
아름다움을 찾아가는 길
아시아의 미를 탐구하는 시리즈 ‘아시아의 미’ 네 번째 책. 세상에는 다양한 아름다움이 있다. 서구적 미의 잣대가 비판과 고민의 여지도 없이 무차별로 흘러넘치는 지금, 과연 옛사람이 말하는 아름다움은 어떤 것일까?
이 책은 과연 무엇이 아름다운 것인지를 찾기 위해 고대 중국의 옛 글자에서부터 아름다움을 찾는 긴 여정을 시작한다. ‘아름다움’이라는 고전적이면서도 현재적인 주제를 탐색하기 위해, 우리의 설화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와 한자 문화를 공유하면서 영향을 주고받았던 중국의 문자와 글, 그림을 만났다.
아름다움, 치명적 유혹
그 속에서 찾은 아름다움은 눈과 마음을 모두 움직이는 것이기에, 어여쁜 외모가 있어야만 아름답다는 칭송을 받는 것은 아니었다. 괴물과 같은 외모를 가졌다 하더라도 사람들에게 선량했던 여신들은 아름다워질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됐다. 무쇠도 녹인다는 사람들의 말과 글 그리고 소문은 그녀들을 세상에서 가장 아리따운 여인으로 바꾸기도 했고, 또 어떤 아름다운 여신은 사람들의 언어를 통해 추해지는 형벌을 받기도 했다. 괴물에서 아름다운 여신이 된 서왕모, 천녀에서 두꺼비로 변한 항아가 대표적이다.
또한 아름다움에 관한 이야기 속에는 수로부인처럼 도도한 매력을 가진 아름다움도 있고, 포사와 달기처럼 순간적으로 눈과 마음을 사로잡아 돌이키지 못할 파멸을 불러오는 아름다움도 있다. 설문대할망이나 삼신할미처럼 인생의 고단함과 신산함을 온몸으로 살아낸 여인들이 가져다주는, 사람들의 마음을 서서히 적시는 잔잔한 아름다움도 있다.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추구하는 미에 대한 열망의 크기가 아름다움의 빛을 환하게 만들었던 것만큼, 아름다움이 만들어낸 그림자도 짙다.
그리고 아름답다는 찬사를 받는 여인은 문자 그대로 어여쁜 외모를 갖고 있기도 하지만, 때로는 젊은 외모와 무관하게 사랑받기도 한다. 사람들은 수천 년 동안 발그레한 복숭앗빛 뺨을 가진 소녀, 결코 늙지 않는 여신의 초상에 흰 머리카락을 그려 넣기도 하고, 젊은 여신을 마치 중년 여성처럼 표현하기도 했다. 또한 몸에 새겨진 시간의 흔적, 나이 듦의 증거는 그녀들에 대한 비하나 혐오의 의미가 결코 아니다. 그녀들은 굽은 등, 흰 머리카락을 갖고 있지만 형형하면서도 따뜻한 눈빛을 가지고 있다. 그녀들을 기리는 사당 앞에서 타오르는 향은 그녀들을 향한 사랑과 존중의 증거다. 그녀들은 그렇게 이야기 속에서 변화해왔고, 지금도 여전히 변화하고 있다. 이야기는 앞으로도 끝나지 않을 것이다.
아름다움, 마음을 만지는 것
저자는 우리나라와 중국의 책과 그림, 조각과 이야기 속에서 그 존재를 증명하는 수많은 여신, 여인을 통해 아름다움의 의미와 만나고 싶었다고 한다. 그렇게 신화와 이야기, 그림 속에서 그리고 길 위에서 수많은 여신과 여성을 만났다. 그녀들이 중심이 되어 만들어진 다채로운 이야기 속에는 지극한 마음이 있었다. 그녀들은 단지 아름답기 때문이 아니라, 그 아름다움이 누군가의 마음을 흔들었기 때문에 시간을 뛰어넘는 불멸의 이야기로 남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