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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모던 교육사상

포스트모던 교육사상

  • 게시아키라
  • |
  • 박영스토리
  • |
  • 2020-09-25 출간
  • |
  • 267페이지
  • |
  • 159 X 233 X 27 mm /528g
  • |
  • ISBN 979116519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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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서평




[저자 서문]
최승현 교수께서 이 책을 한국어로 번역하여 출간에 이르게 되어 대단히 기쁩니다. 최 교수님과 저는 한국과 일본의 교육학을 나누는 가운데 만났습니다. 우리는 이런 학술적·문화적인 국제교류를 더 심화해 가고자 합니다. 이 책은 1950년 무렵부터 현대까지 일본 교육학의 동향을 분석한 것입니다. 한국의 독자 여러분에게도, 저에게도 가슴 아픈 일이지만 일본의 교육학사를 말하기 위해서는 어찌 됐든 한국과 일본의 역사를 직시하는 일에서 시작해야만 합니다. 한국과 일본 사이에는 불행한 과거가 있습니다. 메이지 유신부터 제2차 세계대전의 패전에 이르기까지 일본은 한국을 부당하게 대우하였습니다. 일본인은 이 과거를 과소평가할 수 없습니다. 이 과거는 아직 지나가지 않았습니다. 현재에도 일본이 과거에 한국에 대해 자행한 행위를 용서할 수 없다고 느끼는 분들이 있음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습니다. 그런 분들의 기대는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일본인이 이런 현실을 외면하는 것은 결코 허락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교육은 자국의 이익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국제적인 평화를 지향해야 합니다. 이 책의 키워드 중 하나인 ‘전후교육학’은 1950년 무렵 생겨난 일본의 독자적 용어입니다. ‘전후교육학’은 메이지 유신부터 제2차 세계대전까지의 교육 방식을 반성하고 평화를 향한 염원을 새롭게 다지는 지점에서 출발합니다.(이하의 내용은 이 책의 마지막 장에서도 논의하겠지만, 독자 여러분의 이해를 위해 여기서도 조금 상세히 설명하려 합니다. 마지막 장을 이해하기 쉬울 것으로 생각합니다.)
모두 동의하는 바와 같이, 일본은 메이지 유신부터 제2차 세계대전까지 제국주의적이고 군사주의적인 국가였습니다. 여러 교육학자나 교사들은 전쟁을 원치 않는 마음에도 불구하고 협력하고 말았습니다. 그러나 일본은 1945년 제2차 세계대전의 패전을 계기로 미국의 실질적인 점령기관인 연합국 군최고사령관 총사령부(GHQ)의 지도로 다시는 전쟁을 하지 못할 평화 국가로 변하고자 노력하였습니다. 일본은 전쟁의 피해자일 뿐 아니라 가해자임을 강하게 자각했습니다. 일본국 헌법(1946년 교부, 1947년 시행)은 전전戰前에 한정되었던 인권을 전면적으로 인정함과 더불어 일본이 다시 전쟁을 하지 못하도록 육해공군 외 기타 전력을 보유하지 않기로 정하였습니다. 교육기본법(구법, 1947년 공포·시행)은 “민주적이고 문화적인 국가”의 건설과 “세계평화와 인류의 복지”에 대한 공헌이라는 “이상의 실현은 근본적으로 교육의 힘에 의해 이루어진다.”라고 쓰고 있습니다. 즉, 교육을 통해 평화로운 세계를 만드는 것이 일본의 새로운 사명이 된 것입니다.
1945년 패전 이후, 교육학자와 교사 모두 전쟁에 가담했던 과거를 강하게 반성하고 새로운 교육을 지향하였습니다. 이렇게 생겨난 전후의 새로운 민주주의적 교육은 ‘신교육’이라고 불리게 되었으며 다양한 실천이 자유롭게 시도되었습니다. 이 ‘신교육’이라는 말에는 이중의 의미가 들어 있습니다. 하나는 패전 이후 전전의 초국가주의적 교육 방식을 부정하기 시작한, 새로운 민주주의적 교육이라는 의미입니다. 이 새로운 교육은 미국에 의해 일본에 들여오게 되었습니다. 다른 하나는 19세기 말~20세기 전반 선진국에서 시도되었던 ‘신교육’(new education)으로, 미국식으로는 ‘진보주의교육’(progressive education)이라는 의미입니다. 종래의 주입식 교육, 성인 중심, 교과 중심의 교육이 아니라, 존 듀이로 대표되듯 아동을 교육의 중심에 두고 민주주의 사회를 지향하는 경험주의적 교육 방식을 말합니다. 이런 의미에서의 신교육은 1920년 무렵~1930년대 전반 일본에서도 ‘다이쇼大正 자유주의교육’으로서 일부 시행된 바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운동은 이후 일본이 군국주의화 하면서 무너지게 됩니다. 그리고 패전 이후 다시 미국에 의해 일본에 도입됩니다.
이와 같이 민주주의적이면서 아동중심주의적, 경험주의적인 ‘신교육’의 실천은 1950년 무렵까지 일본 전국으로 확대되었습니다. 1946년부터 1950년 무렵까지의 교육은 일본 역사 속에서 가장 자유롭고, 민주적이며, 많은 자유가 인정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의 탄생, 1950년 한국전쟁의 발발로 미국의 대일정책에 변화가 생깁니다. 미국은 일본에 대한 ‘비군사화·민주화’ 전략에서 ‘반反전체주의’(반공산주의)의 방파제로 삼는 정책으로 전환하였습니다. 그 결과 전후에 도입된 자유와 민주주의에 어두움이 드리웁니다. 일본은 1951년 샌프란시스코 평화조약과 미일안전보장조약(안보조약)에 조인하고 재일在日 미군을 들여오게 됩니다. 이 무렵 과거 전쟁에 가담하여 공직에서 추방됐던 사람들이 정치인 등으로 복귀하였습니다. 패전과 더불어 해체된 전쟁부대도 1950년에는 경찰예비대라는 이름으로 부활하여 현재의 자위대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전전 국가주의적인 이데올로기 교육을 했던 ‘수신’이라는 도덕교육 교과를 부활시키려는 움직임도 나옵니다. 1958년에는 학습지도요령에 법적 구속력이 생겨 국가에서 동일한 기준으로 교육할 것을 규정하여 자유로운 교육실천이 제한됩니다. 이와 동시에 ‘도덕 시간’이 특설되어 국가에서 통일된 도덕교육을 하게 됩니다.
많은 학자나 언론인은 이런 동향을 국가통제 강화의 증거로 삼아 일본에서 군국주의가 부활했다고 염려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들은 일본의 민주화, 비군사화에 역행한다고 생각되는 정치활동을 ‘역코스’로 부르고 비판하였습니다. 진보적 지식인이나 일부 교육학자는 전후에 도입된 민주화의 움직임이 전전 초국가주의로 회귀할 것을 염려하며 국가정책을 강하게 비판하는 일을 사명으로 삼았습니다. ‘전후교육학’(postwar pedagogy)은 이와 같은 상황에서 나왔습니다. 이 말에는 ‘역코스’에 저항하여 전후 직후의 민주적 교육의 방식으로 돌아가 그 방향성을 계승해야 한다는 사고가 들어 있습니다. 전후교육학은 혁신 층이나 진보적인 문화인들의 지지를 받았습니다. 1955년 이후, 일본의 정치체제는 제1여당인 자유민주당과 제1야당인 사회당이 대립하는 체제가 오랫동안 지속되어 왔습니다. 이 정치적 대립 도식은 ‘55년 체제’로 불립니다. 자민당은 ‘개헌·보수·안보유지’를, 사회당은 ‘호헌·혁신·반안보’라는 입장을 취했습니다. 진보적 문화인이나 전후교육학은 좌파·혁신파의 입장에서 대미추종·국가주의적 정책을 취한 자민당을 비판하고, 국민을 우선으로 생각하며, 평화를 지향해야 한다고 주장하였습니다. 55년 체제는 교육학에서는 국가를 체현한 문부성과 국민을 대표하는 전후교육학의 대립, 톱다운(top-down) 방식으로 교육정책을 실현하고자 하는 문부성과 학교현장으로부터의 보텀업(bottom-up) 방식을 지향하는 일본교직원조합(일교조)의 대립이라는 도식으로 표현되었습니다.
그런데 이 본론에서 상세히 논하게 될 바와 같이, 1990년대 이후 일본의 교육학은 전후교육학에 커다란 비판을 가합니다. 이 사상적 동향은 ‘전후교육학 비판’(critique of postwar pedagogy)이라고 불립니다. 그러나 여기서 주의해야 할 것은 ‘전후교육학 비판’이 결코 ‘역코스’와 같이 복고주의적인 것도, 우파·보수파에 가담하는 것도 아니라는 것입니다. 독자 여러분 중에는 왜 평화를 지향하는 전후교육학이 비판받게 되었는가라며 납득하지 못하는 분들도 계실 것입니다.
1990년 무렵 ‘전후교육학’이 영향력을 잃고 ‘전후교육학 비판’이 대두하게 된 이유를 이해하기 위해서 두 가지 동향을 설명해야겠습니다. 첫째, 정치적 이유로서 55년 체제의 종언입니다. 55년 체제에서 보수와 혁신이 대립한 배경에는 미국으로 대표되는 서방 여러 나라와 소비에트 연합으로 대표되는 동유럽 여러 나라의 냉전체제가 있었습니다. 좌파 혁신층이 여당인 자민당을 강하게 비판한 것은 공산주의를 실현한 국가가 현실에 존재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동유럽 여러 나라가 그다지 이상적인 국가가 아님을 안다 해도 ‘본래의’ 공산주의나 사회주의는 일종의 유토피아로 상정되어 현실의 일본 정치체제를 비판할 근거가 되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1989년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고, 1991년 소비에트 연합이 해체되면서 동서냉전이 끝납니다. 이윽고 일본의 55년 체제도 종언을 고합니다. 자민당은 1993년에 여당의 위치를 빼앗겼고, 1994년에는 사회당을 포함한 연립정권이 여당이 됩니다. 이렇게 보수 대 혁신, 자민당 대 사회당이라는 좌우 대립 도식이 소멸합니다. 오랫동안 문부성과 대항 관계에 있었던 일교조도 1995년에 문부성과 역사적 화해를 이루어 협조노선으로 방침을 전환하였습니다. 이에 따라 ‘혁신세력’이었던 전후교육학도 기존의 의의가 의문시됨에 따라 새로운 유형의 교육학이 요구되기에 이르렀습니다.
둘째, 사상적 자유로서의 포스트모더니즘의 경향입니다. 물론, 포스트모던 사상 이전에도 마르크스나 니체와 같이 근대를 비판하는 사상은 존재했습니다. 그러나 구조주의나 후기구조주의와 같은 포스트모던 사상, 포스트모더니즘은 그 비판을 더욱 철저히 하였습니다. 1960년대까지 영향력을 지녔던 마르크스의 사상(그리고 그 선구인 헤겔)은 테제these와 안티테제antithese가 종합 테제synthese로 종합되는 것과 같이 ‘이것이냐, 저것이냐’라는 이항대립이 변증법적으로 지양되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이에 비해 ‘전후교육학 비판’은 포스트모던 사상의 영향을 받으면서 이와 같은 ‘이것이냐, 저것이냐’라는 이항 대립식 문제설정의 전제에 의문을 표하고, 이 물음 자체를 탈구축하여 전후교육학의 한계를 넘어서고자 하였습니다.
몇 가지 사례를 들고자 합니다. ‘전후교육학’이라는 말은 1945년 이후의 세계를 ‘전쟁이 끝난 평화의 시대’ 혹은 ‘전쟁을 과거의 것으로 보고 평화를 향해가는 시대’로 생각합니다. 그러나 세계적으로 보면 한국전쟁이나 베트남전쟁을 필두로 현대에 이르기까지 1945년 이후에도 전쟁은 이어져 오고 있습니다. 이 가운데 1945년 이후를 ‘전후’로 규정하는 것은 일본 국내에만 통용되는 것에 불과한 자국중심주의적인 태도입니다. 나아가 전후교육학은 ‘국가’와 ‘국민’을 대립시켜 ‘국민을 위한 교육’을 요구한다는 특징을 갖습니다. 이 사상은 전전의 교육이나 교육학이 초국가주의에 가담해 왔다는 반성에서 생겨난 것입니다. 그러나 ‘국민국가’라는 말이 보여주듯 국가 없이 국민은 존재할 수 없기에 국민과 국가가 분리될 수 있다는 발상은 소박한 것입니다. 또, ‘국민’이라는 용어는 일본에 사는 사람들의 다양성을 균일화, 평면화한다는 비판도 받고 있습니다. 일본에는 야마토大和 민족뿐 아니라 아이누나 오키나와인도 있으며, 해외에 뿌리를 가진 사람들도 많이 있습니다. 더구나 전후교육학은 국민을 위한 교육이나 복지제도가 전후에 새롭게 등장했다고 생각하지만, 1990년대 이후 전개된 총력전 체제에 대한 연구는 이들 교육이나 복지제도가 사실 전시부터 준비되어온 것임을 밝히고 있습니다. 이와 같이 ‘전후교육학’의 불충분함을 지적하는 것이 ‘전후교육학 비판’입니다. 추가로, 이 책의 중요한 키워드인 ‘근대교육학’(modern pedagogy) 및 ‘근대교육학 비판’(critique of modern pedagogy)이라는 용어도 설명이 필요합니다. ‘전후교육학’은 ‘근대교육학’과, ‘전후교육학 비판’은 ‘근대교육학 비판’과 공통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일본은 메이지(明治) 유신 이래 서양 근대의 사회체제와 문화를 수용해왔습니다. 그리고 다양한 조건이 중첩되어 아시아 국가들 중 눈에 띄게 일찍 ‘근대화’를 달성하였습니다. 그러나 이는 다른 한편에서 보자면 일본의 제국주의화 과정이기도 합니다. 일본이 이미 근대화를 달성했다고 생각한 이들은 1930년대 말부터 1940년 무렵까지 서양 근대의 제국주의를 넘어 동양적 가치관을 체현한 ‘대동아공영권’의 수립이 일본의 사명이라고 불손하게 주장해 왔습니다. 철학자를 필두로 일부 학자들은 1942년에 ‘근대의 초극’이라는 슬로건을 제창하였습니다. 이미 근대화를 달성한 일본이야말로 동양적 가치관을 체현해야 할 중심적 존재라고 주장했습니다. 당연히도 ‘근대의 초극’은 전후 엄밀한 비판대상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만일 반대로 그 입장을 현재 시점에서 재평가한다면, 동양의 시점에서 서양중심주의를 묻는 자세 자체는 이후에 나온 포스트모던 사상과 통하는 부분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이 ‘근대의 초극’이라는 사상은 어디까지나 국가주의 범주에 속한 일본 중심의 사고방식이라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이 슬로건은 군국주의와 섞여 일본의 전쟁과 대외진출을 정당화하기 위한 용도가 되었고, 결국 또 하나의 제국주의를 낳고 말았습니다.
그러나 일본의 지식인들은 제2차 세계대전에서 패배함에 따라 메이지 유신 이래의 근대화가 불충분한 것이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인류 최초로 원자폭탄 투하로 초래된 파멸적 피해, 도쿄를 필두로 전국의 도시에 닥친 대공습, 미국의 압도적 기술력과 물자 격차, 계획성이 결여된 채 인명을 경시한 전쟁은 일본의 근대화가 겉모습에 불과한 것임을 실감하기에 충분했습니다. 그리고 1945년 이후 일본은 다시 한번 ‘진정한 근대화’를 달성합니다.
1945년에서 1951년까지 일본은 GHQ, 실질적으로는 미국의 지배 아래에 있었습니다. 이후에도 미국은 일본에 매우 큰 영향력을 행사하였습니다. 그러나 일본의 연구자는 현실의 미국이나 유럽 나라들뿐 아니라 이들이 만들어온 ‘이념’이야말로 제2차 세계대전 이후의 일본을 인도해 왔다고 생각하였습니다. 일본이 서구歐美 제국에게서 배운 것은 근대의 제국주의적 측면뿐 아니라 구미 제국이 근대화하면서 들여온 인권의식 등의 보편적 이념이라고 생각한 것입니다. 이런 근대의 이념을 일본의 목표로 삼는 입장은 ‘근대주의’로 불립니다. 전후교육학은 이 근대주의라는 입장에 서 있습니다. 그리고 전후교육학은 ‘근대의 이념’을 국가에 의한 통제적 교육이 아닌 국민 자신에 의한 자발적 교육, 국제사회에 공헌할 평화교육이나 모든 아동이 똑같은 교육을 받을 권리 등으로 생각하여 이를 실현해야 한다고 생각하였습니다.
현대적 입장에서 보면, ‘구미도 달성하지 못한 최고의 근대적 이상을 지향한 것’ 자체는 나쁘다고 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이 책에서 서술한 바와 같이, 서양에서도 구조주의, 후기구조주의를 필두로 포스트모던 사상은 자신들의 서양중심주의, 이성중심주의, 백인 남성 중심주의를 반성하고 ‘근대’의 부정적 측면을 도출하였습니다. 그리고 이들 근대비판 사상을 이어받아 ‘근대교육학’에 대한 이상화를 비판하는 것이 일본의 ‘근대교육학 비판’의 입장입니다.
예를 들어, 이반 일리치의 ?탈학교 사회?는 1960년대 이후 과도하게 학교화, 학력사회화된 일본의 상황을 묻는 시초가 되었습니다. 1970년대 이후 관리가 엄격해진 일본의 학교는 미셸 푸코가 ?감시와 처벌: 감옥의 탄생?에서 묘사한 바와 같이 일부 학교 관계자들이 보기에 마치 감옥과 같은 것이었습니다. 필립 아리에스의 ?아동의 탄생: 앙시앙 레짐기의 아동과 가족생활?은 ‘아동을 위한 교육’이나 ‘과학적인 아동 이해’로 과연 우리가 행복해졌는가를 의심한다는 시사점을 제공합니다. 즉, ‘서양 근대’를 지향해야 할 이상이 아닌 현실의 일본과 동일한 문제를 가진 것으로 보게 된 것입니다. 나아가 교육의 보급이 반드시 사람들의 행복을 약속하지 않는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이런 의문이 교육학으로 전개된 것이 1990년대 이후의 ‘전후교육학 비판’과 ‘근대교육학 비판’입니다. 이는 ‘좋은 것으로서의 교육’, ‘지향해야 할 이상으로서의 서양 근대’라는 전후교육학의 전제를 의문시합니다. ‘전후교육학 비판’은 포스트모더니즘의 영향을 받아 여태까지 혁신적인 것으로 생각했던 전후교육학을 비판하였습니다. 이로 인해 이 책에서 설명드리게 될 것처럼 ‘전후교육학’의 입장을 견지하는 입장은 여러가지 비판을 하게 됩니다.
‘전후교육학 비판’에 대한 비판은 예를 들면 다음과 같은 것입니다. 그것은 보편적인 교육이념을 부정하기 때문에 교육이 지향해야 할 이념을 보여줄 수 없다. 또, 학문적인 방법론에 흠이 있어서 객관성·보편성을 방기한다. 이야기식 역사관을 수용하기 때문에 실증주의적·객관적인 역사를 묘사할 수 없는 역사 수정주의에 가담한다. 혁신적 입장에 손을 놓아버리기에 국가주의나 신자유주의를 정당화하고 평화주의의 이상에서 손을 뗀다 등이 그것들입니다.
그러나 상세한 것은 본론에서 이야기하겠지만 이런 비판들은 전혀 온당치 않다고 생각합니다. 포스트모더니즘의 영향을 받은 교육학도 학문적인 방법을 따르고, 실증주의적인 역사를 중시하며 현상에 대한 비판을 잊지 않고, 이상과 평화를 추구합니다. 다만 그 수행 방식이 전후교육학과 다를 뿐입니다.
이 책에서 묘사한 것은 1950년 무렵에서 현대까지 일본교육학의 일부입니다. 특히, 1990년대 교육철학이나 교육사상연구의 전환을 중점적으로 논하였습니다. 이 책은 교육학을 통해 일본의 사상 일부만의 변천을 도출한 것으로서 반드시 일본 사회의 전체상을 그려낸 것이라고는 할 수 없습니다. 또, 이 책은 제가 1990년대 도쿄의 대학과 대학원에서 배운 원체험을 바탕으로 하나의 역사를 그린 것으로서, 그 한계 또한 충분히 자각하고 있습니다. 세대나 지역을 달리하는 저자라면 당연히 교육학의 역사를 저와는 다른 각도에서 그렸을 것입니다.
이 책에 등장하는 일본의 여러 교육학자들은 한국에 이름이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독자 여러분들은 이들의 고유명을 기억할 필요가 없습니다. 이보다는 일본교육학의 변천을 큰 흐름 속에서 이해해주면 고맙겠습니다.
제가 소속된 일본의 교육철학회나 교육사상사학회는 게재된 논문을 웹 상에 무료로 공개하고 있습니다. 일본어를 배운 독자라면 이 논문들을 직접 읽는 것도 흥미로울 것입니다. 또, 교육철학회는 영어판 온라인 저널도 무료로 공개하고 있습니다. 괜찮다면 이 또한 권해 드립니다. 일본인에게 한국은 가장 가깝고 친근감을 느끼게 하는 나라 중 하나입니다. 현재도 많은 일본인이 한국의 문화를 좋아하고 있습니다. 팝 문화를 통해 한국의 매력을 느끼고 한국어를 배우기 시작한 사람들도 적지 않습니다. ‘한국의’라는 의미를 표현한 ‘한류’라는 일본어는 ‘한류드라마’, ‘한류영화’와 같이 쓰여 어린아이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스며들어 있습니다. 또한 ‘K’라는 이니셜이 한국의 문화를 표현하기도 합니다. K-POP은 일본인이 애호하는 음악 장르의 하나이며, 젊은이들은 K-HIP HOP에서 일본과의 동시대성과 친근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한국인들도 일본의 애니메이션이나 만화 그리고 음악이 친근할 것입니다. 일본에는 한국에서 온 많은 유학생들이 있습니다. 어떤 유학생은 일본의 애니메이션을 통해 일본어를 배웠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저는 언젠가 한국에서 온 한 유학생이 일본인 학생보다 일본 팝송을 뛰어나게 부르는 것을 듣고 감동을 받은 적도 있습니다.
한국과 일본의 문화에는 아시아의 전통과 서양의 영향이 혼재되어 있습니다. 양국의 문화에는 공통된 면과 다른 면이 공존합니다. 이 책에서 묘사한 일본의 교육이나 교육학의 역사도 한국과 비슷한 면이 있을지 모르고 다른 면도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이 책을 통해 한국의 독자들이 양국의 교육과 교육학의 활용 방식을 비교해 볼 것을 기대합니다. 그리고 그 성과를 우리 일본인에게 가르쳐준다면 기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이 책의 한국어판을 번역하고, 출판해 준 충북대학교의 최승현 교수님과 출판사 분들 모두에게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최승현 교수님을 저에게 소개시켜 주셨고, 일본교육학회 회장을 맡고 있는 히로타 데루유키?田照幸 선생님(니혼대학)에게도 감사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추천사를 써 주신 고려대학교의 한용진 교수님과 서울교육대학교의 오성철 교수님에게도 감사드립니다. 처음에 쓴 것처럼, 한국과 일본의 교육학자가 적극적으로 교류하기를 희망합니다. 저도 미력하나마 양국의 우호 관계를 구축하는 일에 도움이 되고 싶습니다. 이 책이 여기에 일조할 수 있다면 저자인 저로서는 가장 큰 기쁨일 것입니다.

2020년 9월
저자 게시 아키라下司 晶


목차


서장 교육사상과 포스트모던

1. 교육학과 포스트모던_1
2. 포스트모던과 포스트모더니즘_8
3. 교육학의 포스트모던 사상_15
4. 이 책의 대상과 범위_25

1장 포스트모더니즘과 규범의 상실?: 교육철학의 포스트모던 사상 수용

도입: 망각의 포스트모더니즘 33
1. 이스케이프 부호esc로서의 포스트모더니즘_35
2. 밀교秘敎로서의 포스트모더니즘_41
3. 규범주의의 단절과 연결_46
4. 수행(performative)이 아닌 진술(constative)로_54
5. 포스트모더니즘의 커다란 유산_59
결론을 대신하여: 육화된 포스트모더니즘 65

2장 근대비판, 미완의 프로젝트 : 교육철학은 근대를 어떻게 논해왔는가

서론: 교육철학에서 근대론의 전개 69
1. 아이러니로서의 근대: 1960년대_71
2. 근대주의의 등장: 1970년대_75
3. 근대주의의 전성기: 1980년대_78
4. 근대비판의 전개: 1990년대_83
5. 근대비판을 넘어: 2000년대_89
결론을 대신하여: 근대비판, 미완의 프로젝트 94

3장 근대교육학 비판이란 무엇이었나: 교육사상사의 과제와 방법에 기대어

서론: 망각의 유혹에 저항하여 97
1. 왜 ‘근대’의 ‘사상사’인가?_100
2. ‘전후교육학의 근대’ 비판_105
3. 교육사상사에서 교육인간학으로?: 근대교육학 비판의 전개_113
4. 근대교육학 비판의 실제성_120
결론을 대신하여: 성찰과 대화의 근대교육학 비판 125

4장 언어론적 전회 이후의 교육사상사: 혹은 포스트모더니즘의 어떤 점이 불가不可한가?

서론: 포스트모던을 경유한 후 교육 비판은 가능한가? 127
1. 교육사상은 비판의 근거를 획득한 것인가?_129
2. 언어론적 전회 이후의 교육사상사: 말해지지 않은 규칙_136
3. ‘언어론적 전회 이후의 교육사상사’로부터: 갱신의 역사로_146
결론을 대신하여: ‘근원적으로 상실된 무엇인가’와의 거리 151
5장 교육철학과 교육실천, 그 관계성의 전환: 잃어버린 계몽의 행방

서론: 계몽의 행방 155
1. 전후교육학과 교육실천: 마르크스의 속박을 벗어나_157
2. 독백으로부터 대화로: 교육철학의 변용_162
3. 새로운 관계성을 위해: 장소, 텍스트, 임상_170
결론을 대신하여: 이론-실천의 매개자를 기른다. 177

6장 국민의 교육권론을 푸코로 다시 짜다: 도덕의 교과화를 어떻게 대할 것인가

서론: 전후 체제의 종언과 전후교육학 비판 179
1. 전후교육학 패러다임의 형성과 계승_185
2. 국민의 교육권론의 한계와 그 속박_190
3. 통치로서의 근대교육과 그 비판_196
결론을 대신하여: 교육을 변혁하는 회로 203

종장 전후교육학을 넘어

1. 전후교육학에서 냉전후 교육학으로_205
2. 근대비판의 행방_218
3. 교육사상에서 사회사상으로_232

맺음말 245
옮긴이 후기 251
인명색인 254
사항색인 259
최초 출처 2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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