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리의 달을 본 사람들은 ‘달’을 이야기하고 ‘달’을 가리켜 보이지 않을 수 없다. ‘달을 본’ 그 일이 존재 전체를 흔들어 놓고, 인생을 송두리째 바꾸어놓기 때문이다. 세상의 모든 각자(覺者)들은, 진정한 각자일수록,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 노릇을 기꺼이 자처한다.
허공의 달은 초승달에서 보름달로, 보름달에서 그믐달로 변화를 거듭하지만, 그것은 단지 겉모습일 뿐이다. 지구와 태양과 달의 삼각관계에 따라 모습이 달라 보일 뿐, 달은 언제나 스스로 보름달이다. 우리의 성품 또한 마찬가지다. 언제나 보름달이다.
<텅 빈 가득함>은 서해명이 본 ‘보름달’ 이야기이다. 진정한 자아찾기에 골몰하던 저자는, 에고의 속성이 텅 비어 있음을 자각함과 동시에 허공이 무너지는 체험을 하였으나 그것으로는 여전히 갈증 상태가 계속됨에 정진을 계속, 에고와 참나를 구별할 필요가 없이 ‘나의 부재’만이 진리임을 깨닫는 순간 모든 이원적인 상대성이 사라지고 오직 거룩함만이 물결치는 황홀함을 경험하게 된다. 그는 “나도 남도 없는 전체로, 하나로 있는 그 세계는 친밀하기 그지없는 황홀함이었고, 모든 걸 그대로 받아주는 사랑이 전부였다.”고 고백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