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전문 편집자로 역사책을 읽고 만들고 쓰고 옮기는 일에 관하여
20년 가까이 주로 역사책을 만들어 온 편집자, 묵묵히 ‘역사책의 한길로’ 매진해 오다가 이제는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역사책을 쓰기도 하는 작가. 자신이 가장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일이 역사 분야에 있음을 일찌감치 깨닫고 역사만을 고집해 온 강창훈 편집자가 역사책을 기획·편집하고 나아가 역사책을 쓰면서 경험해 온 것들을 토대로 『역사책 만드는 법』을 썼습니다.
역사책은 역사를 기록한 책입니다. 과거의 인물과 사건에 대한 기록이기에 역사책의 범위는 너무 좁게만 느껴지고, 편집자는 회사에서 역사책만 만들기도 어렵거니와 역사책만 만든다고 하면 한 분야에만 매달리는 게 아닌가 싶어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그러나 『역사책 만드는 법』 저자가 말하는 역사책의 범주를 살펴보면 생각이 달라집니다. 역사의 사전적 정의는 ‘인류 사회의 변천과 흥망의 과정 또는 그것에 대한 인식’인데, 저자에 따르면 “인류 사회의 변천과 흥망은 철학, 정치, 경제, 예술, 문학 등 모든 분야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입니다. 중세 시대 그림을 통해 옛사람의 생활사를 보여 주는 책은 예술책이자 역사책이라 할 수 있을 겁니다. 조선 시대 지식인들의 시나 편지 등을 중심으로 지성사를 썼다면 고전문학이자 역사책이라 볼 수 있을 테고요. 세계사의 주요 협상 전략을 이야기하는 책은 정치나 외교에 가까운 역사책이겠죠. 이렇듯 역사책의 범위는 넓고 깊습니다. 저자는 역사에 대한 편집자의 꾸준한 관심과 공부가 바탕이 된다면, 한 분야에서 충분히 넓고 깊게 확장하는 역사책을 만들 수 있다고 말합니다. 이를 위해 역사책의 특징을 살피며 역사책을 기획할 때 준비해야 할 것, 역사책을 편집할 때 특히 고민해야 할 지점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 나가지요.
20년 가까이 역사라는 한 우물만 파 온 저자의 경험은 역사책 읽기에서 시작해 편집과 번역과 집필까지, 두루 걸쳐 있습니다. 역사책을 읽고 만들고 옮기고 써 오면서 쌓아 온 전방위적 경험이 이 책에 골고루 녹아 있는 것이지요. 역사를 공부하며 책을 만드는 편집자, 꼭 역사가 아니어도 자신이 가장 좋아하고 잘하는 분야의 전문 편집자로 성장하고 싶은 편집자에게 이 책은 좋은 안내서 역할을 할 겁니다. 역사책을 꾸준히 읽어 온 독자라면 내가 읽어 온 책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이해하면서 동시에 시공간의 흐름과 변화를 읽어 내는 방식을 배울 수 있을 테고요. 역사책을 한국어로 옮기거나 쓰고자 하는 저역자에게는 이 책이 역사책을 쓰고 만드는 일을 전체적으로 파악하는 데 도움을 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