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평소 시를 ‘깊은 우물’에 비유해 말하곤 했다. 땅속의 우물이
밤새 하늘의 천기를 받았다가 아침에 찾아오는 이들에게 청량한 물을 제공해 주듯이
시는 삶에 지친 사람들의 마음을 촉촉이 적셔주는 것이라고.” - 저자 윤수천
좋은 시는 요란하지 않고 은근하게 사람의 마음을 적신다. 그것은 마치 보이지 않는 꽃향기가 우리의 몸속으로 들어오는 것과 같다. 시 〈바람 부는 날의 풀〉을 비롯해 8편의 동화작품을 교과서에 올린 윤수천 동화작가가 65편의 동시를 엄선해 그에 대한 해설을 담은 첫 에세이집을 펴냈다.
책의 부제 ‘동시를 읽는 시간, 어른을 위한’에서 보듯이 이 책은 어른들을 대상으로 동시의 의미와 가치, 아름다움과 재미를 느껴보라고, 그럼으로써 우리가 잊어버린 것들, 우리가 놓치고 살아가는 것들이 무엇인지 생각해보라고 넌지시 권한다. 저자의 동시 해설은 평론가의 차가운 이성의 논리가 아니라, 시를 통해 삶을 반추해보도록 낮은 목소리로 조곤조곤 들려주는, 시적인 스토리텔링이다.
이 책에 실린 시들을 읽고 한 쪽 분량의 해설을 읽어가다 보면, 잠시 때 묻은 가슴을 열고 어린 날의 ‘나’를 들여다보는 경험을 하게 된다. 그 어린 날의 내가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 뭐라 하는지 귀를 기울이게 된다. 그래서 동시는 때로 어른들에게 부끄럼을 가르쳐 주는 거울이 아닐까? 하는 것이다. 60년대 초, 박경용, 유경환 시인 등이 “동시도 시여야 한다”고 부르짖은 이유를 곱씹을 수 있다.
한 편 한 편의 시와 해설을 읽어가면서 우리는 금을 그어 놓고, 담을 쌓아 놓고 지내는 어른들의 단절과 슬픈 이야기들을 고발하는 시를 만나는가 하면, 좋은 일이 있으려면 꽃샘추위와 같은 시련이 꼭 있다는 것을, 그것을 이겨냈을 때에야 자신의 ‘봄’이 온다는 가르침을 전달하는 시를 만나기도 하면서, 어릴 적엔 몰랐지만 점차 자라면서 알게 되는 세상살이의 ‘어려움’을 동시를 통해 돌아보게 된다.
그뿐이겠는가. 비록 가난과 궁핍의 어려움 속에서도 기죽지 않고 내일을 향해 꿋꿋하게 자라는 아이들의 꿈을 만나 스스로를 북돋우기도 하고, 작고 보잘것없는 일상의 흔한 것들을 그냥 흘려보내지 않고 끌어안는 일의 소중함을 깨닫기도 한다. 자기 몸을 방패삼아 자식들의 안위와 장래를 위하는 데 행복의 의미를 두었던 이 땅의 어머니들에게 바치는 헌시에 잠시 고개 들어 하늘을 보게 되는가 하면, 어린 날 아버지와의 추억을 연민의 정으로 풀어 놓는 시를 만날 수도 있다. “누구를 막론하고 실패하지 않은 인생은 없다. 중요한 것은 그 실패 다음이다. 그대로 주저앉았는가? 아니면 떨치고 일어났는가?” 저자는 짧은 동시 한 편을 해설하면서도 삶의 지혜와 인생의 의미를 담은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