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만을 물류활동이나 무역실무의 일부로 보거나 아니면 화물의 선적·하역, 반출·반입이 이루어지는 작업공간으로 보아 왔다. 즉 화물 수출입을 위해 통과해야 하는 곳, 통관이 이루어지는 곳 등 물류활동의 한 부분으로 이해해왔다. 그리고 화물이 무역화물이 항만게이트를 통과하거나, 접안해 있는 선박의 선측을 통과하는가에 따라 화물에 대한 소유권, 무역조건, 보험조건 등이 달라지는 경계의 개념으로 보았다. 또한 항만은 해상운송과 육상운송의 접점으로 운송수단 간 연결, 이전을 용이하게 하도록 설계된 설비와 장비를 가지고 있는 공간으로 항만 내 작업과정을 주요 내용으로 설명해왔다.

그러나 국제무역을 하는 화주의 입장에서 항만은 부산항, 인천항, 광양항뿐 아니라 수입부품을 조달하는 중국이나 동남아국가의 항만, 그리고 북유럽이나 북미 수출대상국의 항만을 공급사슬의 하나로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중국 우한에서 만든 자전거를 프랑스 파리로 수출할 때 상하이항과 로테르담항을 이용하여 수출, 수입한다면 이 항만은 무역거래에 관련된 공급사슬에서 경쟁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항만이 이미 무역거래 공급사슬의 중심축이 되어 있는 것이다.

또한 화주는 국내외 항만을 이용하면서 운송 중 가공활동을 통해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다. 수출입 화주들이 해외 항만에서 이러한 부가가치활동을 하고 있지만, 그것을 현지 항만과 현지 지방정부의 정책으로 이루어진 항만서비스로 이해하고 있지 못하고 있는 경우가 있다. 의류나 부품을 수입할 때, 중국항만 배후지 창고를 어떻게 활용하면 납기를 줄일 수 있고, 국내 대신 현지 항만배후지에서 어떤 가공활동을 할 수 있는가에 따라 제품 경쟁력이 달라질 수 있다. 로테르담항을 경유해서 독일로 수출하는 화물이 로테르담 항만배후물류단지에서 어떤 부가가치활동을 할 수 있는지를 이해해야 상품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찾을 수 있다. 수출입 화주는 항만의 선택이 수출입상품의 가치를 증대시킬 수 있는 방안임을 이해해야 하고, 항만도 이러한 화주의 가치창출 요구에 부응할 수 있을 때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그동안 항만물류나 항만운영, 그리고 항만실무는 항만에서 이루어지는 작업 위주를 이해해 왔다. 그러나 항만을 이해하려면 정기선사와 컨테이너 터미널운영자, 항만당국, 그리고 화주와 운송주선인들이 항만을 통해 추구하는 가치가 무엇인지 이해해야 한다. 이를 통해 정부나 항만당국이 항만을 건설하는 정책을 제대로 세울 수 있다. 또한 항만당국과 터미널운영자가 향후 투자해야 할 부분이 어떤 부문인지 알 수 있다.

세계 정기선 해운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얼라이언스나 초대형 선사, 전 세계 대부분의 컨테이너 터미널을 운영하는 글로벌 터미널 오퍼레이터는 서로 어떤 영향들을 받고 있는지, 이런 현상이 수출입 화주나 선사 혹은 항만, 터미널운영자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이해해야 한다. 터미널이나 항만입장에서 보면 항만을 이용하는 선사와 화주를 위해 항만이 혁신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특히 선사의 수평적 통합, 그리고 수직적 통합, 또한 터미널운영자의 수평적 업무확대와 수직적 통합이 화주나 항만서비스 제공자들에게 권한 남용의 여지는 없는지, 각국의 경쟁당국은 기울어진 협상력을 올바로 만들 수 있는 정책수단이 없는지도 검토해보아야 한다.

항만과 컨테이너터미널의 물동량이 증가하고 있고 신규항만이 계속 건설되고 있다. 그러나 항만과 터미널은 항만도시와 단절되어 있고, 부산항이나 인천항의 항만예산은 전체예산의 1%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외국의 경우 지방정부들이 나서서 항만정책을 세우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우리 항만도 항만도시의 시민들에게 좀 더 기여할 수 있는 정책을 찾을 때가 된 것이다.

항만은 여러 이해관계자들의 경제적 의사결정이 이루어지는 곳이다. 그리고 항만은 화주의 가치를 창출시켜줄 수 있는 곳이다. 항만을 항만실무나 항만물류보다 항만경제로 이해할 필요가 있는 이유이다. 본 책은 총 19개 장으로 구성되며, 화주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컨테이너항만을 대상으로 살펴본다.

우선 세계 컨테이너선 해운의 변화를 살펴본다. 정기선해운의 수요와 공급, 초대형선화, 거대선사화, 얼라이언스의 세력 확대, 수직적 통합의 추세와 항만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본다. 그리고 항만산업의 경쟁심화 환경과 컨테이너터미널의 수요와 공급을 분석한다.

항만건설 부문으로 컨테이너 터미널 작업과 계획 및 설계 시 검토사항, 항만처리능력 및 자동화터미널 하역시스템을 살펴본다. 항만운영 부문으로 항만 선택기준을 선사와 화주입장에서 정리하고, 화주에 대한 가치창출에 대한 항만, 항만공사의 역할과 정책방향을 살펴본다. 항만의 경쟁력과 터미널 생산성과 측정지표, 그리고 컨테이너 터미널 가격책정 방안에 대해 분석한다.

또한 항만의 디지털화 증가로 우려되는 사이버보안 등 항만보안과 안전, 항만도시지역의 대기오염이 선박에 의해 발생되는 문제 등 항만오염문제, 그리고 항만정책과 도시정책이 연결될 수 있는 방안, 그리고 이를 통한 항만도시의 고용창출을 살펴본다.

마지막으로 항만이 대형선사의 물동량 확보 차원에서 터미널을 전용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했지만, 항만전체의 효율성으로 보면 여러 가지 문제점이 나타나고 있다. 이를 혁신할 수 있는 시스템을 검토한다. 그리고 향후 경제와 무역이 항만에 미치는 영향을 전망하고 항만이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예상한다. 그리고 미래형 항만인 스마트항만의 전개방향에 대해 살펴본다.

항만경제 분야를 선각적으로 연구하고 많은 학문적 성과를 낸 국내외 학자가 많이 있다. 이분들의 저술과 논문이 없었으면 엄두를 내지 못할 작업이다. 이분들의 연구결과를 정리하면서 항만경제의 대강을 이해하려 했지만, 그럴수록 무지한 분야가 더욱 생겨나, 부족한 지식을 바탕으로 책을 출간하는 것이 부끄러운 일임을 깨닫게 된다. 그럼에도 출판을 결심한 것은 이를 통해 더 나은 항만경제 저술이 이루어질 것이라는 바람 때문이다.

이 책을 통해 화주들이 항만을 경쟁력 강화의 발판으로 활용하고, 터미널운영자나 항만당국은 화주의 가치창출을 위한 투자방향을 세우는 데 활용되기를 바란다. 물류회사와 선사들도 항만과 화주의 가치를 이해하고 화주의 항만 니즈에 부응하는 전략을 세우는 데 도움 되기를 바란다.

글을 쓰는 동안 많은 용기를 준 아내과 며느리에게, 그리고 항상 기쁨을 주고 있는 손주 희원, 예준, 희중에게 사랑의 마음을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