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 종말론의 핵심인 “휴거”를 소재로 한 책은 여지껏 많이 쓰였고 이에 관한 내용들도 이미 많이 축적된 상태이다. 그러므로 역시 “휴거”를 다룬 이 책 또한 어쩌면 그간 보여진 일종의 계시론적인 서사나 종교적 계몽의 연장이겠거니 하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은 휴거를 소재로 하였으나 휴거에 대한 소설이 아니며, 과거 휴거사건의 피해자의 입을 빌어, 시한부 종말론에 담긴 일종의 시대적 메시지에 대해 주목함으로써 주목할 만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마땅히 사회적 비난의 대상이 되어야 할 시한부 종말론자의 입을 통해 오히려 통렬하게 반격을 당하고 있는 한국 교회의 세속화와 물신화에 대한 고발은 아이러니를 넘어 더 강렬한 한국 교회에 대한 비판적 성찰로 다가오게 될 것이다.
시한부 종말론의 준동과 그에 휘말려 든, 우리 사회에서 소외된 사람들의 고통은 기성교회가 역할을 다하지 못한 부끄러움 속에 두려운 마음으로 떠안아야 할 이웃의 아픔이 아닌가. 저자는 오늘날 너무나도 많은 사회적 비난과 지탄의 대상이 되어 버린 기독교와 기독교인들에게, 오히려 그날의 사람들이 가진 믿음이야말로 우리가 회복해야 하는 믿음이라고, 하나님께서 가장 기뻐하시는 믿음이라고, 그래서 우리는 이로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저자는 글을 쓰면서 이 주제를 다룬다는 것이 두렵고, 한편으로는 과연 이 글을 쓸 자격이 있는가 하는 의구심에 괴로웠으나, 모쪼록 이는 하나님께서 판단하실 문제이며, 또한 독자의 몫으로 남겨 두길 바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