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후의 명작 괴테의 ‘파우스트’를 읽다>
《파우스트》는 괴테가 인류에게 선사해준 최고의 선물이다. 1772년부터 1832년 죽을 때까지 60년 동안 집필과 수정을 반복하며 완성해낸 문학의 정수이다. 괴테는 인간의 내면을 들여다보았고, 그가 본 것을 언어로 승화해낸 집념과 노력의 결과물이다. 오랫동안 진행된 집필과정 때문에 작가의 정신이 성숙되어 가는 과정 또한 고스란히 담겨 서로 관계를 형성하며 복잡하게 얽히고설킬 수밖에 없었고, 그래서 작품 속 이념의 세계 또한 인식의 거미줄을 연상해야 할 정도로 촘촘하게 짜여져 있다. 아니 이 책 한권 속에 마치 커다란 도서관 하나 전체를 옮겨놓은 듯도 하다. 그 오랜 집필과정은 감정에 치우치며 반항을 일삼던 질풍노도기에서 시작하여, 비현실적인 이야기에 더 매력을 느끼는 낭만주의를 거쳐, 균형과 조화를 지향하는 고전주의에까지 이른다. 18세기 중후반부터 시작하여 19세기 초중반까지 아우르는 거대한 역사가 도도히 흘러가고 있다. 한마디로 미궁 같은 작품이다. 책을 읽으며 길을 잃을 수도 있다. 결코, 만만한 책이 아니다. 이 작품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어쩌면 그 집필과정만큼이나 오랜 세월을 통과하면서 읽어내야 하는 그런 집중력이 요구되는지도 모를 일이다. 60년 동안 읽어야 할 책으로 말이다. 하나의 고전을 이해하는 것은 스스로 자기 삶에 선사하는 최고의 선물이 될 수 있다. 우리들은 이성적 존재로서 생각하는 삶을 살아가야 한다. 죽을 때까지 이성을 책임지고 살아야 한다. 이성이 시작되는 시점에 우리를 사로잡았던 것은 ‘이건 뭐야?’ 하는 질문이었다. 이성이 활동을 시작하면서 사물에 대한 호기심이 생겨났고, 그 호기심 때문에 묻기를 멈출 수가 없었던 것이다. 《파우스트》는 이성이 던지는 모든 질문에 대답했다고 할까. 그것은 실로 깨달은 자의 대답과도 같다. 때로는 복잡하고 때로는 감동적이기도 하다. 모든 것은 한계를 드러내며 죽음 앞에 서겠지만, 고전은 인류가 존재하는 한 독자의 손에 들려 읽혀지게 될 것이다. 그런 영원을 친구로 삼는 일이나 다름없다. 고전을 이해한다는 것은. 괴테는 독일을 넘어 세계로 뻗어나 간 작가이다. 온 인류가 알아주는 저자이다. 그의 《파우스트》는 신을 필요로 하는 이성적 존재의 문제를 제기하고, 거기서 해결책을 모색한다. 선과 악이 대결을 한다? 이 기발한 발상으로 ‘비극’이라는 형식 속에 삶의 이야기를 담아낸다. 비극? 괴테가 부제목으로 적어놓은 개념이다. 일반적으로 비극하면 슬픈 이야기, 고통스러운 이야기 따위를 떠올린다. 그런데 《파우스트》를 읽으면서 비극적 요소를 인식해내기란 결코 쉽지않다. 게다가 주인공은 결국 구원을 받아 하늘로 승천하면서 이야기는 끝난다. 이건 해피엔딩이 아닌가? 도대체 무엇이 비극이란 말인가? 괴테는 ‘비극’을 통해 무엇을 말하려 했던 것일까? 이 질문만 꼭 붙들고 있어도 괴테의 독자가 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