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홉 개 구름의 꿈: 구운몽》은 조선 시대 사대부의 이상과 욕망이 숨어 있다.
학문에 통달하고 무예를 습득해 최고 벼슬에 오르며 아름다운 아내와 첩을 거느리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이 소설의 주인공은 그 모든 이상을 성취하지만, 마지막에는 허무가 자리 잡고 있다.
꿈에서 다시 꿈으로 돌아가는 구조 속에서 진짜 행복이란 무엇인가를 지금 현시점에도 생각하게 해 주는 책이다.
빠르게 고전 읽기
고전을 읽는 이유가 같은 생각을 두 번 하지 않기 위함이라는 말이 있다. 내가 하고 있는 생각과 고민을 이미 우리 선조들도 했고 그것을 정리한 것이 고전이기 때문에 우리는 고전을 읽음으로써 빨리 답을 향해 갈 수 있다. 그럼에도 고전은 읽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 그 시대의 문장을 이해하기 힘들고 시대상을 이해하기 힘들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 점에서 《아홉 개 구름의 꿈》은 미덕이 있다. 《아홉 개 구름의 꿈》은 서포 김만중의 《구운몽》 현대적 감각에 맞게 간추린 책이다. 읽기 힘든 고전을 생각과 묘사는 취하면서 속도감 있게 읽어 나갈 수 있다.
욕망이란 것의 진실
그러면 《구운몽》에서 어떤 고민을 읽어낼 수 있을까? 먼저 그 내용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중국 형산에서 육관대사의 제자로 불법을 익히던 성진은 어느 날 인간의 욕망을 탐했다는 죄명으로 인간 세상에서 환생하게 된다. 양소유란 이름으로 환생한 성진은 이전의 기억은 모두 잊고 세상의 모든 권력을 맞보게 된다. 벼슬로는 재상까지 오르고 천자의 누이를 포함해 두 명의 부인과 여섯 명의 첩을 두게 되는데, 이들 모두 뛰어난 미모와 함께 따뜻한 품성을 지니고 있다. 세상의 모든 복을 누린 양소유는 말년에 이런 인간사의 욕망이 모두 덧없음을 느끼고 불법을 익히려 하는데, 잠에서 깨어보니 이는 성진이 하룻밤에 꾼 꿈이었다.
《구운몽》은 서포 김만중이 유배 중에 어머니에게 바친 소설로 알려져 있다. 김만중은 스물아홉 살에 장원급제를 하고 예조판서까지 역임했다가 반대파에게 숙청을 당해 유배를 간 것이다. 아마도 《구운몽》의 성진은 또 다른 자신이었을 것이다. 하룻밤의 꿈과 같은 인간사의 무상함을 보며, 현재의 우리는 욕망과 행복의 인과관계를 다시 한번 살펴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