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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신론

재신론

  • 리처드카니
  • |
  • 갈무리
  • |
  • 2021-07-23 출간
  • |
  • 384페이지
  • |
  • 145 X 210 mm
  • |
  • ISBN 9788961952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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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서평




신의 죽음 이후의 신을 찾기 위한 도전적 모험
“홀로코스트 이후, 히로시마 이후 ... 신을 말하는 것은 우리가 신을 새로운 방식으로 말하지 않는 한 전부 모욕에 불과하다.”(24쪽) 1882년 니체는 신의 죽음을 선언했지만, 이 책의 저자 카니에 따르면 우리 시대 유신론에 대한 가장 큰 부정은 1940년대 엘리 비젤이 아우슈비츠에서 “신”이 교수대의 밧줄에 달려 죽었다고 선언했을 때이다.
유럽대륙철학과 종교철학 연구에서 가장 중요한 철학자 중 한 사람으로 손꼽히는 리처드 카니가 신의 죽음 이후의 신을 찾기 위한 사유의 모험을 펼친다. 니체와 하이데거로 이어지는 신의 죽음 이후, 그리고 아우슈비츠에서 아무런 이유 없이 희생당한 이들을 보고도 침묵하는 신에 대한 회의 이후, 우리는 다시 신을 믿을 수 있는가? 비극적인 전쟁과 참사를 수차례 경험한 우리에게도 이 물음은 낯설지 않다.
카니는 ‘재차’, ‘다시’, ‘이후’ 등의 뜻을 가지는 Ana라는 접두어를 사용하여 Anatheism, 곧 재신론이라는 기획을 제안한다. 그는 신의 죽음 이후에 도래하는 신을 믿는 신앙의 모험을 철학적으로 펼쳐낸다. 카니는 교조주의적인 신학이나 해묵은 전통에서 비롯한 전지전능한 신 개념을 해체하고, 우리에게 갑작스럽게 들이닥치는 타자로서의 이방인인 신을 신-이후의-신으로 제시한다.
이 신은 그저 이방인으로 나타났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존재를 보증받는 것이 아니라 이 신에 환대로 응답하는 나의 ‘내기’와 더불어 신으로 받아들여진다. 마치 마리아가 그리스도를 받아들이라는 내기에 동참했고, 무함마드가 신의 계시에 굴복하여 비로소 새로운 신앙을 얻었던 것처럼 말이다. 카니에 의하면, 이런 모험은 기성 종교의 전유물이 아니다. 우리는 일상 안에서도 어떤 초월과 신비를 맛보는 경험을 할 수 있다. 그리고 낯설고 헐벗은 이방인을 환대하면서 익숙했던 낡은 삶의 방식을 벗어던지고 새로운 삶으로 전환하기도 한다. 카니는 이것 역시 재신론적 삶의 방식이라고 명명하며, 신-이후의-신을 찾는 한 가지 길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재신론의 모험은 철학, 신학, 문학, 실천을 가로지른다
카니는 이러한 자신의 모험을 철학적으로 입증하기 위해, 유대교, 그리스도교, 이슬람의 경전을 새롭게 해석해내고, 철학적으로는 에티 힐레숨, 디트리히 본회퍼, 한나 아렌트, 폴 리쾨르, 에마뉘엘 레비나스, 자크 데리다 등 홀로코스트 이후 철학자들의 논증을 재신론적으로 전유하고 발전시킨다. 이를 통해 우리는 신-이후의-신에 관한 주요 현대 사상가들의 생각을 카니를 통해 폭넓고 깊이 있게 좇아가 볼 수 있다. 또한 카니는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제임스 조이스, 버지니아 울프, 마르셀 프루스트, 셰이머스 히니 등 여러 탁월한 소설가와 시인들의 작품을 분석하면서 유신론과 무신론을 가로지르는 재신론적 상상의 산물을 발견한다. 더 나아가 카니는 윤리적이고 정치적인 삶에서 이방인을 환대하는 삶을 몸소 보여준 마하트마 간디나 도로시 데이의 삶과 사상을 좇아가면서 행동으로 몸소 재신론을 실천한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살펴본다. 이에 독자들은 철학과 신학, 종교, 문학, 실천을 가로지르는 저자의 종횡무진 모험에 동참하면서 텍스트에 대한 새로운 이해는 물론이고, 이론과 실천의 갱신을 위한 여러 통찰을 얻게 될 것이다.

이방인 환대를 위한 내기
특별히 본서는 종교 간 갈등이 끊이지 않고, 종교의 이방인 탄압이 계속되는 우리의 현실에서, 이 시대에 종교와 신앙이 나아갈 길, 종교 간 대화와 화해를 위한 길이 무엇인지 제시한다는 점에서 매우 시의적절한 책이다. 우리 사회는 예로부터 다종교 사회의 길을 걸어왔지만, 종교 간 대화와 화해, 유신론자와 무신론자의 공존 및 대화의 증진과 관련해서 매우 취약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에 극단적으로는 종교나 무신론의 이름으로 타종교를 비방하고, 이방인을 혐오하며, 타자를 배제하는 폭력적 사태가 벌어지기까지 한다. 카니는 그 스스로 아일랜드의 종교 분쟁을 경험한 철학자이자 지금도 이론적 영역에서만이 아니라 실천적으로 종교적 타자와의 대화를 적극적으로 실천하는 구도자적 철학자이다. 이에 그의 구도자적 이론이 담고 있는 이방인 환대를 위한 내기는 종교 간 갈등의 극복이라는 과제를 안고 있는 우리 사회에서도 적지 않은 울림을 줄 것이다.

재신론은 21세기 가장 영향력 있는 종교철학 기획이다
『재신론』은 유럽대륙철학과 해석학의 맥락에서 21세기의 시작부터 지금에 이르는 여러 종교철학적 기획 가운데 가장 참신하고 영향력 있는 연구로 손꼽히고 있다. 카니의 바로 앞 세대 해석학자인 가다머와 리쾨르 역시 종교철학과 관련해서도 큰 영향을 미친 저술을 남겼지만 명확하게 종교철학의 명저라 할 만한 한 권의 책을 쓰지는 않았다. 그들의 현상학과 해석학을 이어받은 카니가 바로 그 원천을 발전시켜 바로 이 『재신론』이라는 탁월한 작품을 저술했다는 점에서 유럽대륙철학의 발전과 관련해서 본서가 가지는 의의는 적지 않다. 아마도 시간이 흘러 21세기 유럽대륙종교철학의 명저의 목록을 작성한다면, 이 책이 반드시 그 목록에 들어가리라고 전망해도 좋을 것 같다. 또한 근대적인 진보 이념의 파국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아우슈비츠 이후 신을 어떻게 말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은 종교와 신앙을 포기하지 못한 철학자라면 누구라도 지나칠 수 없는 사유의 과제로 간주하였고, 이는 종교철학의 중대한 주제로 계속 다뤄지고 있다. 바로 이 맥락에서 본서는 홀로코스트 이후의 신과 종교에 대한 담론을 촉진하는 기폭제 역할을 했다. 왜냐하면 재신론이 곧 고통 속에서 침묵한 전통 신정론의 비호를 받는 신의 죽음 이후의 신을 모색하는 기획이기 때문이다. 이것 역시 재신론이 우리 시대의 철학으로 손꼽힐 수 있는 이유가 될 것이며, 이 동시대적 기획으로부터 많은 이들이 적지 않은 통찰을 얻을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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