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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치마를 입은 아이

빨간 치마를 입은 아이

  • 이경란
  • |
  • |
  • 2021-09-13 출간
  • |
  • 284페이지
  • |
  • 135X200X20mm
  • |
  • ISBN 9788982182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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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서평


2018년 문화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이경란의 첫 소설집이다.
이경란 소설의 ‘소수’들은 ‘타인은 지옥이다’라는 사르트르의 언명, 그리고 ‘관계는 혼란스러운 축복이다’라는 바우만의 통찰 사이에서 조심스럽게 항해 중이다. 이경란의 첫 소설집은 ‘혼란스런 축복’과도 같은 관계 맺기의 어떤 국면들을 탐색하고 있다. ‘관계’ 속에서 ‘나’는 ‘우리’라는 이중 주체로 결박되고, 때론 그 결박으로부터 벗어나는 데 성공하고, 그리고 나서 다시 고립 속에서 유대를 열망하고, 그리하여 이전과는 전혀 다른 방식의 결속에 안착하거나 실패하기도 한다.

「요일 팬티 7종 세트」는 이를 위트 있는 방식으로 풀어내는 소설이다. 주인공은 ‘이중주어구문’을 주제로 국문학 박사학위를 준비하고 있는데, 가령 이런 것이다. ‘나는 돈벌이가 없다’, ‘나는 팬티가 없다’의 문장에서 주어는 ‘나와 돈벌이’, 혹은 ‘나와 팬티’라는 것. 서술절이라는 학술적 탐색은 차치하고, 이 ‘이중주어구문에서 진짜 주어는 무엇인가’라는 물음은 존재에 대한 탐색으로 이어진다. “이중주어구문? 세상은 힘 있는 한 놈이 주체가 되는 거야. 둘이 나란히 주체가 되는 거 봤냐?”(196~197쪽) 이야기는 취중에 잃어버린 팬티를 구하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주인공의 해프닝을 다루고 있지만, 겨우 ‘팬티’ 하나 해결하지 못하는 ‘주체’의 빈약함을 블랙코미디로 보여준다.
둘이 주체가 될 수 없으며, 심지어 자신의 삶조차 주체로서 주도해갈 수 없다는 절망은 ‘메르센 소수’라는 단독자에 대한 열망을 낳는다. 「메르센」에서 주인공 엄씨는 삼십 년 동안 수학 교사로 근무하다 명퇴한 뒤에 아파트 경비 일을 하고 있다. 아파트 주민들과 커뮤니티 등을 접하면서 엄씨는 유별난 한 ‘아지매’를 알게 된다. 그녀는 탁구회원이 아닌데도 탁구장 주변을 맴돌면서 회원들의 눈총을 산다. 메르센 소수에서 가져온 ‘메르센’이라는 별칭은 화자인 엄씨, 혹은 작가가 붙인 것으로 이 작품에서는 ‘단독자’ 중에서도 더 드물고 귀한 존재를 뜻한다고 할 수 있다. ‘모자란다, 물색없다’라며 주민들에게 따돌림을 당하는 여성을 ‘메르센’으로 부르며 각별히 주목하는 이유는 엄씨 스스로 메르센 소수와 같은 존재라고 느끼기 때문이다. 엄씨에게 ‘메르센’이라는 여성은 타인과의 소통을 두려워해서 여전히 소수로 남아 있는 존재, 그래서 세계를 확장하는 데 무관심하거나 무능한 자신과 같은 존재를 의미한다. 그녀에 대한 감정이입은 곧 메르센 소수와 같이 소외된 모든 이들에 대한 연민의 표출을 뜻한다
단독자의 자유는 그것이 독립적 인격으로서 사회에 정착했을 때 가능하다. 아직 보편적 인권에 기입되지 못한 ‘소수자’, ‘약자’들의 타인과의 관계 맺기는 대부분 ‘폭력성’을 지닐 수밖에 없다. 소설집의 표제작 「빨간 치마를 입은 아이」는 이러한 폭력성을 치밀한 문체와 섬뜩한 이미지로 폭로하고 있는 작품이다. 아무도 돌보지 않았던 어린 소녀의 끔찍한 불행을 작가는 화자의 더딘 걸음과 함께 끌어내서 벼려놓는다. ‘빨간 치마를 입은 아이’가 흘린 피와 그로 인한 불행한 생은, 누구에게 책임을 물어야 하는가. 이 작품은 그 폭력에 대한 고발이자 희생자에 대한 뒤늦은 애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가 용기 내어 꺼내는 그 과거의 상처에 의해 또 다른 잠재적 폭력은 정지되고, 이 기억의 서사를 통해 ‘빨간 치마를 입은 아이’로 상징되는 숱한 희생자들은 위로받을 수 있다.

작가의 등단작인 「오늘의 루프탑」은 ‘소수’의 존재론에 대한 또 다른 탐색을 보여준다. 모조품과 모조 연인, 모조 같은 일과 관계 속에서 좀처럼 생의 닻을 찾지 못하는 수이는 우연히 옆 건물의 옥탑방에 갇힌 또 다른 ‘소수’를 발견한다. 하루 종일 방에 누워 아래층 며느리가 가져다주는 음식으로 그저 ‘연명’하듯 살아가는 노인은 수이처럼 ‘혼자’이다. 수이는 TV를 핑계로 그의 옥탑방에 드나들게 되고 함께 TV를 보는 것으로 ‘함께함’을 경험한다. 이들 사이에 소통은 부재하지만, 그저 시공간을 공유하는 것으로 서로를 위로한다. 수이는 이 완전한 타인에 의해 비로소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고, 더 나아가 돌봄을 통해 능동성을 회복해간다.
소수에서 합성수로의 변전이 보여주는 ‘혼란스런 축복’은 「이모들의 집」에서 더 화해롭게 그려진다. 맞벌이 부부인 유진과 진형은 어린 아들 민수를 위해 입주 이모의 도움을 받는다. 유진은 단란한 가정에 틈입한 두 명의 이모를 불편해하지만, 표현성 언어장애를 앓는 민수가 이모들로 인해 말문을 트게 되는 것을 보고 이 이상한 공동체를 받아들인다.
「라면과 홍차와 미자」는 이 느슨한 유대를 또 한 번 실험해 보이는 작품이다. 주인공인 ‘그녀’는 미자라는 노인과 함께 살고 있다. 이들은 ‘시어머니와 며느리’라는 관계를 맺고 있으나 중요한 매개인 남편은 빠져 있다. 남편은 거품 같은 그의 재산들과 함께 사라지고, "그녀"는 홀로 남는다. ‘거기 가 있던가’라는 남편의 말 때문에 시댁에 들어가긴 했으나, 딱히 갈 곳도 없는 처지이다. 그리고 "그녀"는 ‘미자’라는 동거인을 새롭게 발견한다. 철저히 계약 관계로 맺어진 일회용 연결이 아닌, 지속적인 유대 관계로 묶인 타인을. 비록 남편이 없어도, 아들이 없어도 ‘내게 하는 말’을 들어주는 ‘너’를 통해 삶이 따뜻해지고 내일을 다시 희망하게 된다면, 가족이고 연인이고 친구이다.

‘너’를 통해 비로소 ‘나’가 가능하다면, ‘너는 나다’. 작가의 항해와 탐색은 관계 맺기의 곤궁에 빠진 현대인의 일상에 의미 있는 나침반이 된다. 장식보다는 정직과 리얼리티를 지향하는 작가의 문장은 분명 이 탐색 끝에 ‘메르센 소수’와 같은 힐링과 희망을 찾아낼 것이다. 작가의 문장과 관련해서 덧붙이자면, 근자에 대구, 경북 지방의 입말을 이렇게 생생하고 풍성하게 구사한 소설도 잘 없을 것 같다.

작가의 말
부모님은 처음 마련한 작은 집의 방 하나를 세주었다. 다섯 딸을 건사하기에도 턱없이 좁은 집의 방을 세준 이유는 경제적 사정 때문이었지만, 내 유년은 그 방을 거쳐 간 세입자들 덕분에 조금 더 다채로운 무늬를 띠게 되었다. 열 살 무렵 그 방의 세입자는 손주 둘을 보살피는 할머니였다. 자식은 떨어져 돈벌이를 하고 손주들은 도시에서 학교를 다니느라 할머니가 아이들을 맡았던 것이다. 그들은 오래 머물지 않았으나 내게 특별한 무늬를 선물하고 떠났다. 따뜻하고 아름다운 우정 같은 것이 아니라 그 방이나 방 앞의 툇마루에서 옷핀을 만지던 기억이다. (……) 첫 소설집을 묶게 되었다. 어떤 이들에게 찾아온다던 ‘그분’은 한 번도 내게 오지 않았다. 고백하자면 ‘그분’의 존재를 나는 믿지 않는다. 그저 옷핀을 조립하듯 한 자 한 자 적어나갈 뿐이다. 호흡을 조절하며 손가락에 힘을 주고 뾰족한 핀 앞에서 살짝 긴장했던 그때처럼. 아차, 하는 사이 따끔한 맛을 보기도 했던 그때처럼, 방심하면 엉망이 되어버리는 문장과 인물들을 다독거리고 보살펴서 세상에 풀어놓는다.

목차


라면과 홍차와 미자
메르센
빨간 치마를 입은 아이
연두
열여섯의 일
오늘의 루프탑
요일 팬티 7종 세트
이모들의 집
페어웰, 스냅백

작품 해설_ 내게 하는 말 | 정은경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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