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바구니 담기 close

장바구니에 상품을 담았습니다.

회를 먹던 가족

회를 먹던 가족

  • 김승강
  • |
  • 황금알
  • |
  • 2021-10-23 출간
  • |
  • 144페이지
  • |
  • 준비중
  • |
  • ISBN 9791168150027
판매가

10,000원

즉시할인가

9,900

카드할인

0원(즉시할인 0%)

적립금

100원 적립(1%적립)

배송비

2,500원

(제주/도서산간 배송 추가비용:3,000원)

추가혜택

네이버페이 무조건 1%적립+ 추가 1%적립

수량
+ -
총주문금액
9,900

※ 스프링제본 상품은 반품/교환/환불이 불가능하므로 신중하게 선택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출판사서평




김승강의 시는 현실을 더욱더 현실답게 묘사함으로써 극사실주의를 관통하여 환상성을 가진다. 시적 묘사는 마치 천연스럽고 일상적이고 평이한 드라마이다. 이러한 평이함을 전개하면서도 극사실까지 뛰어넘어 환상성을 환기하는 건, 머리칼에 구멍을 만들 듯이 예리한 섬세함과 형언하기 어려운 미묘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묘사의 매력이다. 다음의 「회를 먹던 가족」을 읽어 보면, 고흐의 〈까마귀가 나는 밀밭〉을 연상하면서도 크로데스크하다.

추운 겨울이었지만 화창한 일요일이었다 성경책을 든 사람들이 폭풍의 언덕 위에 서 있는 교회를 향해 걸어가고 있었다 섬 북쪽 벼랑 끝 예식장에서는 예식이 거행되고 있었다 우리 가족은 방파제 옆 횟집으로 회 먹으러 갔다 회는 추운 겨울이 제맛이지 펄떡펄떡 뛰는 횟감을 고르고 우리는 회가 준비될 때까지 먼저 나온 당근과 오이를 씹어먹었다 아이들은 과자를 손에 쥐여주고 선창가에서 뛰어놀게 했다 회가 얌전하게 접시에 받쳐져 나오고 우리는 일제히 덤벼들어 회를 먹었다 회에는 소주가 제격이지 매제가 초장 묻은 입술로 말했다 술을 마시지 못하는 여자들은 사이다를 주문했다 매운탕이 나오고 밥이 나올 즈음 교회에 갔던 형님과 형수님이 뒤늦게 합류했다 형님과 형수님은 성경책을 내려놓고 그들 몫으로 덜어놓은 회부터 허겁지겁 먹었다 저녁 무렵 폭풍의 언덕 위 교회를 향해 아내가 혼자 길을 떠났다 벼랑 끝 예식장 위로는 아버지가 비닐봉지처럼 날아올랐다 방파제 끝에서 놀던 아이들은 까마귀들에게 새우깡을 나누어주고 있었다
-「회를 먹던 가족」 전문

위의 시에서 “성경책을 든 사람들이 폭풍의 언덕 위에 서 있는 교회를 향해 걸어가고 있”다와 “저녁 무렵 폭풍의 언덕 위 교회를 향해 아내가 혼자 길을 떠”나는 풍경은 절망적인 공간을 함께 공유한다. 성경책을 들고 교회로 가는 이들은 일주일치의 죄를 사하러 가지만, 아슬아슬한 위험이 도사린 폭풍의 언덕에 있는 교회라는 건, 구원조차도 기약할 수 없는 리스크를 은연중에 담보한다. 시의 말미에 길을 떠나는 아내마저 절망적인 공간으로 이동하면서 이별의 쓸쓸함을 배가한다. 시의 구조상 앞부분과 뒷부분에서 절망이라는 공간과 쓸쓸한 풍경을 연대함으로써, 이 시는 비애의 애달픔 그 너머를 넘어서는 절대적이고 운명적인 허무와 만나고 있다.
그러나 섬 북쪽 벼랑 끝 예식장에서는 누군가가 결혼식을 거행한다. 절망의 공간 언저리에서 새로운 삶을 약속하는 예식장이 있다는 자체가 아이러니하다. 폭풍의 언덕이 있는 아슬아슬한 공간에서 새로운 가족의 탄생을 알리는 예식은 생명의 탄생을 암시한다. 생명 탄생뿐만 아니라 생명 활동의 진술도 잇따른다. “우리 가족은 방파제 옆 횟집으로 회 먹으러 갔다 회는 추운 겨울이 제맛이지 펄떡펄떡 뛰는 횟감을 고르”는 행위는 생명과 죽음이 교차한다. 펄펄 살아서 뛰는 횟감은 어육의 근육은 살았지만, 이미 죽은 것이기 때문이다. 횟감 그것을 “우리는 일제히 덤벼들어 회를 먹”는 모습을 상상하면 약간 우스꽝스럽지만, 이것이 삶이다. 타자의 죽음으로 인간이 살아갈 수 있다는 건 불가피하지만, 화자는 ‘덤벼들어’ 먹는다고 한다. 인간의 세속 옆에 있는 교회와 대비되면서, 마치 사순절이 오기 전에 벌이는 사육제(謝肉祭)를 연상케 한다.
이 시는 중반부를 넘어서 후반부에서는 칼로 회를 치듯 군더더기 없는 감정의 밀도를 보여준다. 아이들 손에 과자를 쥐여주고 어른들은 덤벼들어 소주와 회를 먹는다. 그때, “교회에 갔던 형님과 형수님이 뒤늦게 합류했다 형님과 형수님은 성경책을 내려놓고 그들 몫으로 덜어놓은 회부터 허겁지겁 먹”는 모습은 웃음이 나올 듯하지만, 기괴하게 보인다. 아슬아슬한 데 있는 교회라는 구원의 공간에서 나온 두 사람은 전반부의 결혼식의 주체일 수도 있지만, 세속의 공간에서 허겁지겁하는 존재인 것이다.

그렇지만 구원은 존재한다. 다만 희생의 제의가 필요하다. “폭풍의 언덕 위 교회를 향해 아내가 혼자 길을 떠”남으로써 사육제는 파국을 맞이한다. 혼자 길을 떠나는 아내는 세속의 공간에서 벌어진 사육제의 짐을 떠메고 길을 떠남으로써 남은 자들은 살아서 견딜 수 있는 것이다. 절망과 쓸쓸함 속에 피어나는 검은 꽃처럼, “예식장 위로는 아버지가 비닐봉지처럼 날아”오르고, 방파제 끝에서 “아이들은 까마귀들에게 새우깡을 나누어주”면서 벼랑 끝과 방파제 끝은 드디어 만나면서 화해를 시도한다.


목차


1부

육중한 문·12
장미의 기억·13
통영·14
든든한 부부·16
세상에 없는 큰 뱀·18
고백·20
과음한 친구들은 일찍 죽었다 했다·22
안민고개·23
겨울 산수화·24
바보 형님·26
그대로 멈춰라·28
버려진 북쪽·29
더러운 손·30
그날·31
청소·32
파리, 잡다·33
팔씨름 공화국·36
비 내리는, 노랑·38
개에게 길을 묻다·40
어느 날 나는 흑백다방을 다시 꺼내 볼 것이다·42

2부

취객·44
휴대폰 분실은 상상하고 싶지 않다 1·45
회를 먹던 가족·48
창·49
그 표정·50
외딴집·52
그 봄의 목련·53
고양이가 나를 나쁜 놈으로 내몬다·54
취객들·56
안에 별 것 없다·57
독거·58
큰냄비·60
굴다리·62
빠진 나사·64
기타의 놀라운 힘·66
아버지·68
달력그림·70
밤의 눈동자·71
택배기사가 묻길래·72
휴대폰 분실은 상상하고 싶지 않다 2·74

3부

저녁강·78
그가 궁금하다·79
가는 길·80
달의 눈물·82
마을의 미인·83
말레나Malena·84
안민동·86
샘·87
토마토·88
성당에 나가다·90
비·91
경비아저씨·92
골목길을 빠져나와·94
귀신처럼·96
첫눈·98
사이·100
술 담그는 여인·102
이불·104
쓰레기섬·106
그 여자의 그림·109
모르는 그를 지나왔다·110

4부

수평선 너머·114
버스를 기다리며·115
예식장을 나와 장례식장으로·116
토니의 입·118
모닝커피·120
과일의 계절·121
흐린 날의 편지·122
화분의 나무는 언제 흔들렸나·123
화가의 옆얼굴·124
지붕 위에 아무것도 없었을 때·125
울컥·126
음식에 대한 예의·128
오늘은 이번 겨울 들어 가장 추웠다·130
여행은 즐거웠나요·132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할 때 2·134
벚나무 아래·135
술을 배우다·136
안개 속의 사람·138
오래된 사진·140
아무 거나·142

교환 및 환불안내

도서교환 및 환불
  • ㆍ배송기간은 평일 기준 1~3일 정도 소요됩니다.(스프링 분철은 1일 정도 시간이 더 소요됩니다.)
  • ㆍ상품불량 및 오배송등의 이유로 반품하실 경우, 반품배송비는 무료입니다.
  • ㆍ고객님의 변심에 의한 반품,환불,교환시 택배비는 본인 부담입니다.
  • ㆍ상담원과의 상담없이 교환 및 반품으로 반송된 물품은 책임지지 않습니다.
  • ㆍ이미 발송된 상품의 취소 및 반품, 교환요청시 배송비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 ㆍ반품신청시 반송된 상품의 수령후 환불처리됩니다.(카드사 사정에 따라 카드취소는 시일이 3~5일이 소요될 수 있습니다.)
  • ㆍ주문하신 상품의 반품,교환은 상품수령일로 부터 7일이내에 신청하실 수 있습니다.
  • ㆍ상품이 훼손된 경우 반품 및 교환,환불이 불가능합니다.
  • ㆍ반품/교환시 고객님 귀책사유로 인해 수거가 지연될 경우에는 반품이 제한될 수 있습니다.
  • ㆍ스프링제본 상품은 교환 및 환불이 불가능 합니다.
  • ㆍ군부대(사서함) 및 해외배송은 불가능합니다.
  • ㆍ오후 3시 이후 상담원과 통화되지 않은 취소건에 대해서는 고객 반품비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반품안내
  • 마이페이지 > 나의상담 > 1 : 1 문의하기 게시판 또는 고객센터 1800-7327
교환/반품주소
  • 경기도 파주시 문발로 211 1층 / (주)북채널 / 전화 : 1800-7327
  • 택배안내 : CJ대한통운(1588-1255)
  • 고객님 변심으로 인한 교환 또는 반품시 왕복 배송비 5,000원을 부담하셔야 하며, 제품 불량 또는 오 배송시에는 전액을 당사에서부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