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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근대시론의 계보와 규준

한국 근대시론의 계보와 규준

  • 김영범
  • |
  • 역락
  • |
  • 2022-01-17 출간
  • |
  • 444페이지
  • |
  • 158 X 232 X 33 mm /774g
  • |
  • ISBN 97911674226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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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서평




근대전환기 조선은 외세로부터 성리학적 세계를 수호하려는 의지로 ‘덕체지’의 강령을 채택한 「교육입국조서(1895)」를 발표했다. 곧이어 고종은 이 세계의 중심에서 황제의 반열에 올랐으나, 그 자리를 지지해줄 강령은 을사늑약으로 무력화되었다. 정치의 상실은 국권 피탈을 전후하여 심리학적 기제인 ‘지정의’가 문학에 도입되는 계기이자, 조선적인 근대문학이 성립하게 한 하나의 단초였다. 집단 주체가 와해된 식민지에 남은 건 개인이었기 때문이다. 1910년대 중반 이 기제들은 마침내 ‘진선미’라는 근대적 가치론에 닿는다. 하지만 이후 조선의 근대문학에서 주안점은 ‘선’에 있었다. 1920년대 중반에 오면 이것은 여전히 ‘미’와 연결되거나 극적으로 단절되기도 했다. 이전까지의 문학과 새로이 등장한 프로문학의 차이가 이 점에 있었다. 상황은 1920년대 말까지 지속되지만, ‘진’과 관련된 문학 역시 준비되고 있었다.
임화ㆍ김기림ㆍ박용철 등의 시론은 전대의 자산이 없이는 전개될 수 없었다. 그러나 시의 사회적ㆍ미적 역능에 대한 인식의 편차와 그에 따른 접근 방식의 차이는 이들의 출발점을 갈라놓았다. 1930년대 초반 이들은 제각기 근대적 가치의 하나에 초점을 둔 시론을 펼쳐나갔다. 그런데 거기에는 다른 가치로 이행할 가능성이 내재해 있었고, 1930년대 중반을 지나면서 이들의 시론은 변화를 겪게 된다. 시론의 중심에 각각 현실ㆍ근대ㆍ시 등이 놓여 있었으나, 시가 앞의 둘과 무관할 수 없고 앞의 둘은 유동하고 있었으므로 그것은 필연적이기도 했다. 이들 세 문인이 행한 시론의 탐색은 1930년대 조선의 근대시론이 가치론을 배분하며 분화하고, 다시 서로 교차하고 통섭하는 역동적인 장면을 보여주었다.
물론 이들의 시론이 변모하는 데 있어 외력의 작용도 무시할 수 없다. 3ㆍ1운동의 여파로 일제는 문화정치로 기조를 바꿨지만, 통치방식의 변경은 식민지배의 인프라를 무단통치로 벌써 완성했기에 가능했다. 그러므로 1920년대 이후의 조선은 거대한 파놉티콘이었다고 할 수 있다. 이를테면 10년을 존속한 카프의 해체가 해산계의 자발적 제출이란 형식을 취하게 한 주체는 일제였다. 전면에 나설 필요가 없었다. 시스템으로 포획하면 그만이었다. 동우회사건을 일으켜 민족주의 진영의 항복을 받아내고 총독부 주도로 조선문인협회를 발족시킨 것은 국가총동원법을 전후해서였다. 그렇지만 이러한 태세전환 이전에도 대다수 문인들은 예민하게 상황을 주시하고 있었다. 일제의 파시즘화가 1930년대 전반부터 시작되었던 탓이다.
이 연구는 1910년 무렵 신채호ㆍ이광수ㆍ최남선 등이 제출한 문학과 관련된 글들을 검토하는 것을 시작으로, 1920년대에 이르러 문학적 지향이 갈라지는 양상을 간략히 살핀다. 이 과정에서 선행 연구의 성과를 ‘지정의’에서 ‘진선미’로 이어지는 인식구조의 전환으로 재해석한다. 이는 이 연구의 핵심적 고려대상인 1930년대 ‘진선미’의 정립(鼎立)과 분화라는 특성이 돌출이 아닌 이전의 문학적 현실 및 인식과의 연계 속에서 이루어졌음을 명확히 하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가치론의 전개 양상은 결국 문학적 주체를 어떻게 세울 것인가에 대한 당대인들의 기투와 그것의 결과로 이해한다.
그러므로 이 연구에서 ‘진선미’라는 가치론은 당대의 시대현실에 대응한 주체들의 타개책이라는 차원에서, 주체의 자기 정립(定立)과도 연결된다. 즉 ‘진선미’는 변하지 않는 가치 자체만을 지칭하지 않는다. 그것들은 그러한 가치를 향해 나아가는 주체들의 태도로부터 기인하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다면 ‘진선미’라는 가치는 서로 영향을 미칠 수 없다. 각각의 가치들이 접속할 수 있는 것은, 하나의 가치가 또 다른 것을 지시할 수 있다는 것을 발견하고 체현하는 주체들이 있기에 가능하다. 이 연구는 최종적으로 1930년대를 관통하며 한국 근대시론의 주체들이 진선미의 주체로 분화하고 통합하는 과정을 거쳤고, 그러한 미적 배분과 전유 그리고 변증법적 지양을 통한 재전유가 한국 근대시론의 지평을 넓혔음을 밝히고자 한다.
이러한 기획 아래, 이 책의 각 장은 다음과 같은 대요로 구성했다. 우선 2장에서는 흔히 근대문학의 전사로 일컬어지는 근대전환기의 문학과 정치적 상황을 먼저 살핀다. 이에 대한 검토는 근대전환기를 다룬 선행연구의 성과를 재해석하는 방식을 사용한다. 다음으로는 ‘덕체지’라는 교육담론이 ‘지정의’라는 심리학적 기제의 문제로 전환하는 양상을 들여다볼 것이다. 1910년을 전후해서 1920년 전후까지 진행된 문학사의 담론을 ‘지정의’라는 기제에서 촉발된 ‘진선미’의 등장이란 측면에서 파악하고 그것들을 지향했던 문학적 주체들의 모색을 검증하기로 한다. 이를 위해 기존의 논의와 연구에서 상대적으로 바깥에 있었던 최남선과 신채호를 담론의 또 다른 중심축으로 수용한다.
3장에서는 1920년대 중반 이후 문학의 상황에 대해 간단히 검토한 뒤, 1930년대 초반 임화ㆍ김기림ㆍ박용철의 시론을 차례대로 다룬다. 이러한 배치는 임화와 김기림의 시론이 대립하면서 교섭하는 양상이 두드러질 뿐만 아니라, 박용철은 이들과는 구별되는 시론을 일구어내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들의 시론을 이런 순으로 검토하고 이들 세 사람이 저마다의 자리에서 이룬 시론의 성취를 조망함으로써, 이들의 시론이 선ㆍ진ㆍ미라는 각각의 가치에 입각해 있었음을 살피고자 한다. 이리하여 이들이 한국 근대시론에 가치 지향을 도입하고 배분하여 가치론을 정립(鼎立)시켰다는 점을 논증할 것이다. 이들 주체의 문학적 행동으로서의 글쓰기가 보여준 일관성을 재구하기 위해 발표 시기에 따라 시론을 검토한다. 이 점은 4장에서도 마찬가지다.
4장에서는 1930년대 중반 무렵 문학이 처한 정치적 현실을 먼저 살핀 다음, 임화ㆍ김기림ㆍ박용철 등이 내놓은 시론을 검토할 것이다. 하지만 논의의 대상이 되는 글들이 발표되기 시작한 시기는 ‘기교주의 논쟁’이나 카프 해산 이전까지 소급된다. 이들의 시론에서 변화의 조짐이 문학사에 기록된 두 사건보다 선행해서 나타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이 사건들이 세 사람을 이론적으로 대면하게 했고, 상호부정과 상호이해가 복잡하게 얽힌 국면을 조성했으며, 그래서 이들이 유파적인 지향을 넘어서는 시론의 실험을 강행하는 데 주요한 계기로 작용했다는 사실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이 장에서는 바로 이러한 국면들을 살필 것이다. 다만 이러한 일련의 일들이 일어날 수 있었던 이유가 이들의 자발적인 이론적 탐색의 결과이기도 했음을 검증하기 위함이다. 이들의 시론에 변화를 추동한 것은 무엇보다 시대적 중압이었지만, 이들이 가치론의 삼분체계를 횡단하여 시론의 영역을 개척하는 과정에 충실성을 부여한 것은 그 누구보다 그들 자신이었다.


목차


머리말
제1장 근대문학의 구상과 근대시론의 방향
1. 문학의 가능성과 가치들의 시차(時差)
2. 근대성의 지형과 시론의 방향
3. 시론의 주체와 진선미의 좌표

제2장 근대문학의 기제와 가치 지향
1. 강령에서 기제로의 전환
1) 근대전환기 시가와 ‘덕체지(德體智)’
2) 정치의 상실과 ‘지정의(知情意)’의 부각
2. 기제에서 가치론으로의 이행
1) ‘진선미(眞善美)’와의 조우와 ‘인생’ㆍ‘예술’이라는 목적
2) 현실의 부정적 반영과 근대적 주체의 징후

제3장 근대시론의 분화와 진선미의 정립(鼎立)
1. 정치주의의 유입과 시론의 분기
2. 임화, 계급을 위한 ‘선’과 주정주의
1) 프롤레타리아 전위의 눈과 투사적 동일시
2) 당파성ㆍ객관성의 양립과 낭만적 정신
3. 김기림, 인생을 위한 ‘진’과 즉물주의
1) 주관의 움직임과 객관세계와의 선율(旋律)
2) 주지적 태도와 감각성의 언어
4. 박용철, 민족을 위한 ‘미’와 효과주의
1) 비평가의 직능과 사회적 이상
2) 대중성의 수긍과 상이성의 역할

제4장 근대시론의 통섭(通涉)과 진선미의 연계
1. 파시즘의 준동과 시론의 교차
2. 임화, 민족을 위한 ‘선’과 잉여의 세계
1) 진실한 낭만주의와 민족적 형식
2) 실천적 행위와 시학적 실천
3. 김기림, 현실을 위한 ‘진’과 과학의 모럴
1) 반성적 지성과 새로운 문체
2) 반역의 정신과 사회적 행동
4. 박용철, 시학을 위한 ‘미’와 상생(相生)의 무명화(無名火)
1) 생리적 필연과 시의 기술(技術)
2) 시의 포즈와 변용의 원리

제5장 근대시론의 형성과 탈주하는 주체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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