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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치 1 (큰글씨책)

백치 1 (큰글씨책)

  • 표도르도스토옙스키
  • |
  • 지식을만드는지식
  • |
  • 2022-04-28 출간
  • |
  • 776페이지
  • |
  • 210 X 297 mm
  • |
  • ISBN 9791128859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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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서평




정확한 번역
도스토옙스키가 가장 사랑했던 작품은 ≪백치≫였다. 김정아 역자 역시 ≪백치≫를 가장 사랑한다. 그러나 아쉽게도 ≪백치≫는 국내에 출간된 4대 장편 중 가장 오역이 많은 작품이다. 김정아는 한국어 번역본에서 오류를 만날 때마다 늘 심장의 통증을 느꼈다. 그는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부어 제대로 된 번역을 해냈다. 이젠 마음이 아프지 않은 ≪백치≫를 세상에 내놓는다. 지식을만드는지식 출판사가 늘 요청하는 ‘100년 갈 번역’에 호응한 것이다.
김정아의 번역은 정확하고 “힙”하다. 즉, 지극히 현대적이어서 요즘 말로 설명하듯 쉽고, 역자의 발랄함이 더해져 유연하고 따뜻하고 친절하다. 덕분에 대작이 가진 위엄과 육중함에 짓눌리지 않게 한다. 고교 3학년 때 ≪죄와 벌≫에 매료된 이후 ≪죄와 벌≫로 박사논문을 쓰고 도스토옙스키 작품들을 번역하면서 30년 넘게 그에게 영혼을 저당 잡힌 채 살아왔다.
도스토옙스키의 4대 장편은 각 작품의 분량이 대하소설에 육박할 정도로 장대하다. 이 대작들의 번역 역시 치열한 작업이다. 한 사람이 4대 장편을 다 번역한 사례가 세계적으로 드물고, 한국에서는 유일무이하다. 4대 장편에는 도스토옙스키의 사상이 서로 잇닿아 있다. 고유한 문체 역시 각기 다른 사람의 작업으로는 일관된 결을 살리기 어렵다. 한 사람의 번역이 필요한 이유다. 국내 최초 도스토옙스키 4대 장편 번역 도전에 작가를 향한 애정과 열의로 뭉친 김정아 역자가 도전한다. 백 년 갈 번역으로 도스토옙스키를 국내에 소개하고, 그에 걸맞은 옷을 입히고자 출판사와 역자가 의기투합했다. 그 첫 책 ≪죄와 벌≫이 2021년 1월 선보였고 이제 두 번째 책으로, 작가가 자신의 창작 중에서 가장 아끼고 사랑한다고 말한 작품 ≪백치≫를 선보인다. 역자는 그간 출간된 번역본들의 오류를 바로잡고, 단어 하나하나를 곱씹어 번역해 냈다.

도스토옙스키 같은 천재 작가의 언어는 풍부하고 아름답고 충만한 언어다. 그것을 원어가 가진 힘 그대로 한글로 번역해 내기란 불가능하다. 하지만 하나의 단어, 하나의 문장을 곱씹고 또 곱씹어서 최대한 가깝게 한글로 옮겨 내려 노력했다.

치정, 살인, 돈, 사랑, 욕망, 질투의 삼각관계 속에 철학을 담다
≪백치≫는 도스토옙스키의 4대 장편 중 ≪죄와 벌≫을 잇는 두 번째 작품에 해당한다. 이 작품에는 소설가, 심리 분석가, 철학가, 예언가로서 도스토옙스키의 천재성이 유감없이 발휘되어 있다. 치정, 살인, 돈, 사랑과 욕망과 질투의 삼각관계… 흥미진진한 관계와 사건 속에 작가의 철학이 녹아 있다.
토츠키는 보호자인 양 자신이 거두어들인 고아 나스타시야를 키워 첩으로 삼고는 필요 없어지자 돈 7만5000루블을 얹어 팔아 버리려 하며, 예판친 장군은 연줄 많고 돈 많은 자기 연배의 토츠키를 자신의 딸 아델라이다와 결혼시키려 한다. 오만방자하고 방탕한 겉모습의 여인 나스타시야는 미시킨을 사랑하는 마음과 사랑해서는 안 된다는 마음 사이에서 갈팡질팡한다. 7만5000루블을 위해 “더러운 여자” 나스타시야를 아내로 맞으려 했던 인물에게는 불 속에 던져 넣은 돈을 맨손으로 꺼내면 다 주겠다는 막장 드라마와도 같은 장면이 펼쳐진다.
이런 세속적인 소재를 다루면서 신과 인간, 파멸과 구원 등의 철학적 사상을 버무려 내어 시공을 뛰어넘는 예술로 승화시켰다는 데 도스토옙스키의 위대함이 존재한다. 그의 테마는 직설적인 시대 비판을 넘어 시공을 초월하는 철학적 문제들을 녹여 내고 있다. 언제나 돈과 시간에 쫓겨 기일을 맞추기 위해 서두르며 글을 써 내려갔지만, 작가의 천재성은 이 작품을 장르적 기법으로 빈틈없이 아귀가 맞는 완벽한 장편으로 태어나게끔 했다. 하나의 인물 나스타시야 필리포브나의 개인적 체험 속에 시대의 여성 문제를 녹여 내고 있으며, 사회 문제에 대한 지적뿐만이 아니라, 상처받은 자존심 강한 여성의 심리적 문제 및 구원과 파멸이라는 거대 철학의 문제를 모두 아우르고 있다. 도스토옙스키의 부차적 인물들 역시 위트나 유머의 원천이며 무거운 작품에 활력을 주기도 하나, 그것은 때로 우스움에서 그치지 않고, 두려움을 불러일으키기도 하고, 때로는 철학적인 주요 테마가 그들의 입을 통해 언급되기도 한다. 레베데프의 묵시록 해석이 그러하고, 이폴리트의 자연법칙과 자유의지의 테마가 그러하다. 그것은 도스토옙스키의 전 작품을 관통하는 거대 테마들이다.

주검 위에 세워진 환상적인 무덤의 도시, 페테르부르크
도스토옙스키가 ≪백치≫를 집필하던 1860년대 후반의 러시아는 급격한 사회·경제적 변화를 겪고 있었다. 유럽식 자본주의의 물결은 러시아에서 가장 유럽적인 도시 페테르부르크에 가장 먼저 가장 높은 파고를 타고 밀려들었다. 서구적인 것에 대한 혐오와 우려를 나타내면서 러시아적 전통과 문화, 믿음 등을 수호하는 슬라브주의자들에게 페테르부르크는 늪을 메워 그 위에 세워진, 매우 부자연스럽고 인공적이며 부정적인 공간이다. 도스토옙스키를 포함한 많은 러시아 작가의 작품 속에서 페테르부르크는 악마적 공간이며, 삶이 질식당하는 죽음의 공간으로 등장한다. 이 도시를 짓느라 수많은 농노들이 죽어 가, 돌이 아닌 농노들의 뼈가 도시의 기초가 되었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이곳에 실체도 없는 거액의 돈이 뭉텅이로 오가는 증권 거래소도 생겨났으며, 그 덕에 많은 수의 졸부와 파산자가 양산되었다. 유럽 자본주의 국가에서와 같이 빈익빈 부익부의 양상은 더욱 심해져 갔다. 사랑, 결혼, 가족, 영혼의 평화, 그리고 영혼을 가진 사람 등 이 모든 것이 돈으로 매매되는 세상이 되었다. 도스토옙스키에게 이 모든 것이 세상의 끝을 알리는 종말론적 징후였다.

미가 세상을 구원한다?
도스토옙스키는 ≪백치≫에서 “미가 세상을 구원할 수 있다”는 명제를 두고 “긍정적으로 완벽하게 아름다운 인간을 그려 내고자” 했다. 한 편지에서 작가 스스로도 인정하듯 “그것은 너무나 어려운 작업이었으므로 그것이 매력적인 것이기도 하고 사랑하고 있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준비할 수가 없었던” 테마였다. 그 인물의 현신이 미시킨 공작이다. 세계를 구원할 수 있을 정도의 아름답고 강렬한 영혼의 소유자이나 간질 환자에 백치이고, 우스꽝스러우나 무서우리만큼 날카롭게 핵심을 보고 늘 진리를 말한다. 도스토옙스키가 미시킨을 창조할 때 염두에 둔 모델 중 하나가 예수 그리스도였다. “완벽하게 아름다운 인간”인 성경 속 예수가 그의 시대에 가장 흉포한 죄인으로 몰렸던 것처럼, 도스토옙스키의 “아름다운 인간”도 페테르부르크라는 세계에서 “백치”로 여겨진다. 인간으로서의 미시킨 공작은 아글라야를 연정으로 사랑하지만, 자신이 “연민”을 품은 나스타시야 곁에 남는 길을 선택한다. 신이 인간을 사랑하는 방식이 “불쌍히 여김”, 즉 연민이다. 인간의 육체를 지닌 신 그리스도와 같이 그는 연민을 놓지 못한다. 하지만 파국으로 이어질 뿐이다.


목차


주요 등장인물
제1부
제2부
제3부
제4부

해설
지은이에 대해
옮긴이에 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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