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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서 새빌 경의 범죄

아서 새빌 경의 범죄

  • 오스카와일드
  • |
  • 민음사
  • |
  • 2022-04-29 출간
  • |
  • 132페이지
  • |
  • 113 X 188 mm
  • |
  • ISBN 97889374298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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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서평




이 얼마나 기막히고 어처구니없는 일인가! 내 손에, 스스로 읽지 못하지만 다른 사람은 판독할 수 있는 문자로 어떤 죄의 무시무시한 비밀, 피처럼 붉은 범죄의 표식이 적혀 있단 말인가? 거기서 빠져나갈 방도는 없단 말인가? 보이지 않는 힘에 조종당하는 체스의 말보다, 명예를 얻든 창피를 당하든 도기장 마음대로 만들어지는 그릇보다 하등 나을 게 없단 말인가? 그의 이성은 반항했다. 그럼에도 자기 머리 위에 어떤 비극이 도사리고 있는 느낌, 갑자기 감당할 수 없는 짐을 짊어지라고 요구받은 듯한 느낌은 사라지지 않았다. 배우들은 운이 좋다. 비극에 나올지 희극에 나올지, 괴로워할지 즐거워할지, 웃을지 울지 선택할 수 있으니. 하지만 현실에서는 그렇지가 않다. 대부분의 경우, 어울리지도 않는 역할을 연기할 수밖에 없다. -「아서 새빌 경의 범죄」에서

“그래, 죽음. 죽음은 정말 아름답지. 부드러운 갈색 흙 속에 누워 있노라면 머리 위에서는 풀이 물결치고 정적이 귀를 가득 채우지. 어제도 없고, 내일도 없어. 시간을 잊고 삶을 잊고 평화를 누리는 것. 네가 나를 도와줄 수 있겠구나. 네가 나를 위해서 죽음의 집의 문을 열어 줄 수 있겠다. 너에게는 늘 사랑이 함께하니까. 사랑은 죽음보다 강하니까.” -「캔터빌의 유령」에서

부자가 아니라면 매력적이어도 아무런 소용이 없다. 로맨스는 실업자의 일이 아니라 부자의 특권이다. 가난한 사람들은 실질적이고 재미없는 생활을 해야 한다. 매력적이기보다 안정된 수입이 있는 편이 더 낫기 때문이다. 휴기 어스킨은 이런 근대적 삶의 위대한 진리를 전혀 깨닫지 못한 사람이었다. -「모범적인 백만장자」에서

‘코믹 미스터리’라고 불리는 「아서 새빌 경의 범죄」는 일견 범죄 혹은 추리물처럼 보이지만 결국 가혹한 운명에 맞서 싸우는 한 인간의 (비록 엉뚱할지언정) 승리를 절절히 들려준다. 마찬가지로 「캔터빌의 유령」 또한 얼핏 고딕 호러나 초자연적 심령물 같은, 어딘가 음산한 분위기를 풍기지만 실상 가슴 따뜻한 화해와 상처투성이 영혼의 정화를 (유쾌하게) 다룬다. 그리고 전형적인 오스카 와일드 스타일의 ‘우화’라고 할 수 있는 「모범적인 백만장자」는 인생의 아이러니와 진심에 응답하는 다정한 유대를 (냉소적일 만큼) 촌철살인의 문장으로 그려 낸다. 평소 와일드는 자신의 인생 자체가 훌륭한 작품이므로 정작 문학에는 열정을 다 쏟을 수 없었노라 너스레를 부렸지만, 참신하고 기괴한 발상으로 가득한 그의 이야기들, 위선적인 교훈을 거부하며 낡은 통념과 타협하지 않고 진정한 인간성의 회복을 부르짖는 그의 온기 가득한 우화들은 여전히 우리 곁에서 살아 숨 쉬고 있다. 각박한 현실 탓에 마음속 깊이 메마르고 삶의 의미를 잃어 가고 있다면, 바로 그 순간이야말로 오스카 와일드의 노긋한 이야기에 귀 기울여야 할 때가 아닐까.


목차


아서 새빌 경의 범죄
캔터빌의 유령
모범적인 백만장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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