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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란 쿤데라를 찾아서

밀란 쿤데라를 찾아서

  • 아리안슈맹
  • |
  • 뮤진트리
  • |
  • 2022-05-20 출간
  • |
  • 188페이지
  • |
  • 130 X 180 mm
  • |
  • ISBN 9791161110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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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서평




책을 통해서 살고 책 속으로 사라진 작가, 밀란 쿤데라그의 ‘내밀한 것’을 찾아 떠난 길

체코슬로바키아에서 태어나 체코어로 소설을 쓰기 시작했고 프랑스에 정착한 후 언젠가부터 프랑스어로 글을 쓰는 작가 밀란 쿤데라. 독자로서의 우리는 그의 독창적인 작품들을 기억하고 지금도 여전히 읽고 있는데, 〈르 몽드〉 기자인 이 책의 저자 아리안 슈맹은 밀란 쿤데라를 “자발적 실종자”로 여긴다. 쿤데라를 “지난 내 20년 동안의 저자”라고 말하는 슈맹에게 쿤데라의 삶은 ‘비극적’인 삶이다.

슈맹은 동구에서 서구로 쿤데라의 삶과 작품의 여정을 따라가며 여러 사람을 인터뷰하고, 쿤데라의 부인 베라 쿤데라와도 적극적으로 소통하며 그야말로 ‘보물찾기’를 한다. 체코슬로바키아에서의 쿤데라를 파악하기 위해서 이제는 봉인이 풀린 옛 체코슬로바키아 비밀경찰국의 쿤데라 파일을 훑는다. 그녀는 음악가와 작가의 길을 병행하던 20대부터 현재까지 쿤데라의 삶의 필름을 되돌려본다. 작곡가이자 음악원 교수였던 아버지로부터 고된 수련을 받으며 음악가의 삶을 준비하던 시절, 16세부터 마르크스의 저작을 탐독하며 당의 청년 운동에 가담했으나 모스크바가 기획한 프라하 사태에 전율하여 당을 떠나게 된 것, 향토색이 짙고 투사적인 시를 쓰고 아폴리네르의 시집을 번역하던 시절, 1960년대에 들어서면서 결국 소설을 선택하게 된 계기, 그의 단편들이 당대 프랑스의 대표 지식인이던 사르트르와 아라공의 눈에 띄게 된 일, 그때부터 그의 프랑스행이 예견되었던 것 등, 이후 쿤데라의 삶의 방식을 설명해줄 열쇠들을 살펴본다.

소설 같은 운명의 작가
밀란 쿤데라의 이력을 잠깐 알아보자. 그는 1929년, 체코슬로바키아의 남부 지역에 있는 브르노시에서 태어났다. 오스트리아 빈으로부터 그리 멀지 않은 곳이다. 그는 작곡가이자 피아니스트인 아버지에게 음악을 배우며 음악적 분위기가 가득한 환경에서 청소년기를 보냈다. 아버지로부터 긴 두 손과 완벽한 귀를 물려받은 쿤데라는 당연히 음악가의 대를 이을 것으로 기대되었으나, 그는 음표 대신 말을 택했고, 서서히 문학의 길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제2차 세계대전 후 독일로부터 독립한 신생국 체코슬로바키아에 1948년 공산주의 정권이 들어서던 시기였다. 그 20년 후 프라하의 봄을 경험하기까지, 쿤데라는 어느 시점을 계기로 집권 공산당의 밀착 감시 대상자가 된다. 체제에서 쫓겨났으니 당연히 일자리도 잃는다. 프라하 영화학교에서의 세계문학사 강의도 불가능해졌고, 모든 것을 도청당하는 상태에서 가명으로 글을 쓰며 생계를 유지한다. 체코슬로바키아 내에서 그의 책을 출간한다는 건 낙관하기 어려운 상황이 계속된다. 그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건 자기 일을 계속하는 것. 그와 그의 작품에 관심이 많은 프랑스 지인들이 체코를 드나들며 물심양면으로 그를 돕는다.
자신 때문에 부모까지 감시를 당하는 고초를 겼던 쿤데라는 마흔다섯에 체코를 떠나 프랑스를 제2의 조국으로 삼는다. 그렇게 냉전과 철의 장막을 가로질렀고 두 세기에 걸쳐 여러 국경을 넘나들며 살아온 그는 이제 프랑스 파리에서 그가 사랑한 유럽이라는 환상의 해체를 바라보며 한 편의 역사처럼 살고 있다.

프랑스에서 ‘트렌드’가 된 작가
기자로서 쿤데라를 오랫동안 탐구했으니 많은 정보를 파악했을 것임에도 불구하고, 이 책에서 슈맹의 글은 절제되고 사려 깊다. 쿤데라라는 한 작가의 삶을 기자의 시각으로 파헤치는 게 아니라, 오히려 그가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사는 이유를 대신 설명해주는 것 같기도 하다. 쿤데라의 삶을 알아갈수록, 내밀한 것의 유출이야말로 우리 삶의 중대한 위협이라는 그의 의식에 깊이 공감하기 때문이리라.
슈맹은 쿤데라가 과민하리만큼 자신의 삶을 ‘봉인’해버린 이유 중 하나일 만성적 압박상태에 빠지기 시작한 계기가 1984년에 발표한 소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이었을 것으로 본다. 체코슬로바키아에서 출간되자마자 프랑스에서 번역본이 나온 소설 《농담》에 매료된 프랑스 지식인 그룹은 쿤데라에게 프랑스로 옮겨올 것을 적극적으로 권유했다. 갈리마르 출판사를 비롯한 작가그룹, 문화부를 축으로 한 문화계, 지성인으로서의 긍지가 높은 고위층들이 수면 위아래에서 네트워크처럼 움직인다. 그러는 사이 쿤데라는 파리에서 놓칠 수 없는 ‘트렌드’가 되었으나, 한편으로 그들이 만들어 준 아우라가 서서히 쿤데라를 압박하기 시작한다.
그러던 차에 프랑스에 귀화하여 처음 발표한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이 큰 성공을 거두자, 사방에서 예찬자들이 몰려든다. 거리에서도 사람들이 그를 붙잡고, 여기저기서 불러댄다. 쿤데라는 사람들을 거부해야 할 지경에 이르게 되고, 미행과 도청으로 고통을 당할 때와 비슷한 삶의 압박감을 다시 느끼게 된다.

프랑스어로 소설을 쓰는 체코슬로바키아 출신 작가
우리는 어떻게 밀란 쿤데라를 알게 되었던가.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이라는, 그 시대의 유행어가 되었던 제목의 소설을 통해서였을 수도 있고, 그를 ‘반체제’ 작가로 그의 작품들을 이데올로기적인 관점으로 포장한 언론을 통해서였을 수도 있겠다. 어떤 채널을 통해 밀란 쿤데라라는 작가를 알게 되었든, 우리가 읽게 된 그의 초기 작품의 모체는 체코어가 아닌 프랑스어로 번역된 것이었는데, 쿤데라는 한 사건을 계기로 자신의 작품의 ‘번역’에 완곡한 물음표를 달게 된다.
프랑스어로 번역된 자신의 소설이 “번역된” 게 아니라 “개작”되었다고 단언한 쿤데라는 그때부터 프랑스어 번역본 모두를 프랑스어로 다시 옮기는 기나긴 작업을 시작했다. 1990년대에는 글을 쓰는 것보다 번역에 더 많은 시간을 보낼 정도였고, 급기야는 프랑스어로 쓴 소설을 발표한다. 쿤데라는 프랑스어로 작품을 쓰면 적어도 더는 번역자들과 씨름할 일이 없어져서 좋다고 생각했지만, 이전까지 호평 일색이던 비평계의 기류가 바뀌기 시작한다. 그가 체코어로 쓸 때는 그에게 갑옷과 투구를 입혀 준 프랑스 전위 문학계가 그에게 가시 돋친 말들을 던지기 시작한 것이다. 그의 작품이 그동안 번역으로 덕을 본 거라는 의견도 튀어나온다. 언어가 표현하는 문학성의 관점에서였을까, 그들이 번역을 통해 접한 ‘화려’하고 ‘바로크적’인 그의 문체가 갑자기 너무 ‘간결’하고 ‘투명’해진 탓이었을까. 체코슬로바키아에서 탈출하여 파리에 안착한 쿤데라의 작품이 이제 프랑스보다 다른 곳에서 더 먼저 출간되기도 한다.

오직 문학을 통해서만 이야기하는 작가
사람들은 종종 체코의 대통령이 된 시인 바츨라프 하벨과 쿤데라를 비교하지만, 쿤데라는 자신의 문학이 이데올로기로 포장되거나 정치적 메시지로 이용되는 것을 원치 않았다. 지인들의 도움을 받아 1980년 프랑스 사회과학 고등연구원에서 소설에 관한 세미나를 시작한 것도, 강의가 천직일 만큼 잘하지 않음에도 강의에 열중한 것도 오로지 문학을, 그의 문학을 얘기할 수 있어서였다. 십여 년 넘게 진행된 세미나에서 그는 자신이 선별한 문학 위인들에 관해서만 이야기한다. 처음 2년간 카프카 얘기로 시작해서, 그다음부터는 순서 없이, 2년 정도 헤르만 브로흐, 1년 정도 도스토옙스키를 얘기하고, 그리고 다른 작가들로 넘어가는 식의 강의였다고 한다. 그 강의는 늘 열혈 수강생들을 유지했고 지금도 추억될 만큼 많은 전설을 낳은 모양이다. 쿤데라만의 독창성과 진지함으로 미루어 볼 때 충분히 짐작되고도 남을 일이다.

“학생들은 그 첫 강의 때 그의 손이 유럽의 지도를 그린 사실을 기억하고 있다. 그가 그린 경이로운 삼각형, 즉 부다페스트ㆍ비엔나ㆍ프라하를 넣은 그 지도는 중앙 유럽의 문학이라는 미지의 땅을 발견하도록 청하는 초대다.” _ 105p

얼마나 절실했을까. 그는 체코라는 작은 나라에서 와 ‘유명해진’ 작가로서 자신의 문학을 스스로 지키고자 한다. 그 과정에 많은 오해와 억측과 비판적 평가가 따랐지만, 그는 자신의 작품에 관한 한 자신이 직접 확인하고 엄선한 작품만 세상에서 통용되어야 한다는 신조를 굽히지 않았다. 작가의 의도와 상관없이 작품에 그들의 사상을 입히고, 작가의 글을 멋대로 짜깁기하고 마음대로 묶어내는 ‘전문가’라는 사람들을 그가 얼마나 경계했는지를 보여주는 일면이다.

문학 속으로 사라진 작가
37년 전부터 텔레비전 출연을 일절 거부해온 쿤데라가 자신의 신조를 깨고 언론에 모습을 드러낸 사건이 있었다. ‘드보라체크’ 사건이었다. 체코인으로서의 그의 과거 삶이 부메랑이 되어 날아온 그 사건으로, 절대 자전적인 글을 쓰지 않겠다고 했던 쿤데라의 문학 신조에 금이 간다. 자신의 삶을 작품에 끌어들이고 싶어하지 않았던, 자전적 소설을 쓰는 것을 무시하던 쿤데라 아니던가. 2008년, 전 세계의 언론이 이 사건을 대서특필하며 쿤데라를 ‘시험대’에 올리자, 쿤데라 부부는 큰 충격을 받는다.
“이번에는 정말 어떤 회귀도 불가능하다는 걸 깨달았어요. 동시에, 집으로 돌아가야겠다는 생각도 떠올랐죠. 숨을 수 있는 곳으로….” 쿤데라 부인 베라 쿤데라의 말이다.
쿤데라는 2007년에 체코 문학상을 받았고, 2010년에는 그의 고향 브르노시가 그를 ‘명에 시민’으로 추대했다. 2019년에는 체코 국적도 회복하여 이중국적 소유자다. 하지만 그들 부부는 자신들이 진짜 체코인도 아니고 진짜 프랑스인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유럽에 머물고 있을 뿐, 쿤데라가 사랑했던 그 유럽은 이제 빛을 잃고 있다. 쿤데라 조감도를 마무리하며 슈맹은 “쿤데라는 그 별의 기수였고, 그도 그 별과 함께 흐릿해지고 있다. 유럽이 이 부부에게 걸었던 마법은 이제 끝났다”고 말한다.

“자신의 모국어로 책을 내서는 읽히지 않게 된 작가보다 더 나쁜 경우는 아마 없을 거예요. 이제 그는 먼저 프랑스에 있지 않고서는 체코에 있을 수 없는 처지가 되었죠. 그는 체코 사람들이 자기를 거부한다는 것을 알아요. 노벨상 위원회도 그를 잊었고, 프랑스도 그를 잔뜩 추켜세웠다가 등져 버렸습니다….” 쿤데라의 오랜 지인이자 역사학자인 피에르 노라의 이 말만큼 현재의 쿤데라를 잘 설명해주는 말이 또 있을까.
슈맹은 쿤데라의 부인 베라를 만나고 그녀와 메시지를 주고받으며 느끼게 된, 여전히 모라비아의 브르노를 그리워하는 부부의 마음을 전하며 글을 맺는다. 이 책의 주제인 쿤데라의 자발적 실종과 그 이유에 대해서는 다 말하지 못한 더 많은 이유가 있겠으나, 쿤데라의 삶을 이토록 깊이 이해한 저자 덕택에 우리는 책을 읽는 내내 단락들 사이에서 쿤데라의 삶과 작품이 부단히 공명함을 느낀다. 이제 ‘내밀한 것’에 대한 그의 예민함을 마음에 담은 채 그의 소설들을 다시 읽고 싶은 욕구도.


목차


◆ 실종 7
◆ 동토에서 온 작가 21
◆ 베라 쿤데라 33
◆ “엘리트 1”, 혹은 삶은 다른 곳에 59
◆ “렌 2”, 혹은 삶은 다른 곳에 81
◆ 파리의 소설의 아틀리에 103
◆ 귀화 117
◆ 프랑스어로 소설 쓰기 131
◆ 드보라체크 사건 149
◆ 이별의 왈츠 159

◆ 감사의 말 175
◆ 옮긴이의 말 1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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