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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자베스 코스텔로

엘리자베스 코스텔로

  • J.M.쿳시
  • |
  • 창비
  • |
  • 2022-05-20 출간
  • |
  • 356페이지
  • |
  • 145 X 210 mm
  • |
  • ISBN 97889364648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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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서평




다른 존재 속으로 생각해 들어가기-무한한 공감의 가능성

소설의 뼈대를 이루는 것은 첫 장에서 1995년 현재 66세인, 세계적 명성을 지닌 소설가 엘리자베스 코스텔로가 여러 나라의 여러 자리에서 행하는 수상 연설과 초청 강연, 그에 따른 토론으로, 작가 쿳시가 실제로 행한 강연들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이런 성격을 반영하듯 각 장에는 ‘강’(講, lesson)이라는 이름이 붙었고 장 제목은 마지막 장을 빼면 저마다 다루는 주제를 내세우고 있다. 그 제목들이 보여주는 대로 리얼리즘·아프리카의 소설·동물에 대한 공감·악·에로스·인문학과 인본주의 같은 주제는 중요하고 진지한 것이지만 엘리자베스 코스텔로가 행하는 강연의 반응은 번번이 썩 신통치 못하다. 청중은 동료 작가, 대학생과 교수 같은 지식인부터 교양 있고 부유한 여행객까지 아우르지만 한결같이 지루해하거나 격렬하게 반발하고 비판한다. 심지어 동행하는 아들조차 그녀를 답답해하거나 연민한다. 주인공은 외롭고 피로하다. 나이 든 여자로서 느끼는 피로함에 더해 40년의 작가 생활이 주는 중압감을 온몸으로 감당하고 있다. 그러나 무너지지는 않는다. 아슬아슬하게 버티면서도 놓지 않는다. 그 집요함을 지탱하는 것은 작가로서의 존재의식이다.
제1강에서 엘리자베스 코스텔로는 프란츠 카프카의 「학술원에 보내는 보고서」에 등장하는 원숭이에 스스로를 빗대면서 문학이 자신의 가치를 말하기 어려운 시대, “바닥이 꺼져버린 시대” 속 작가가 처한 곤경을 말한다. 그러나 그녀가 실제로 강조하고 있는 것은 그 곤경 속에서도 다른 존재를 이해하기 위해 기울이는 수고에 관해서다. 각기 다른 존재들과 어울리고 그들을 이해하기 위해 그 존재들 속으로 ‘생각해 들어가는’ 것, 그것이 소설가가 하는 일이라는 것이다. 그것을 아들 존은 이렇게 표현한다. “‘그런데 제 어머니는 남자였던 적이 있어요.’ 그가 집요하게 말한다. ‘개였던 적도 있죠. 그분은 다른 사람들 속으로, 다른 존재들 속으로 생각해 들어갈 수 있어요. (…) 픽션에서 제일 중요한 게 그거 아닌가요, 픽션이 우리를 우리 자신으로부터 빼내서 타자의 삶 속으로 데리고 들어간다는 것?’”(36면)
엘리자베스 코스텔로의 이런 생각은 동물에게까지 확대되어 이 소설 전체에서 가장 주목받은 두 장, 「동물의 삶」 1, 2에서 본격적으로 펼쳐진다. ‘철학자와 동물’이라는 부제가 붙은 제3강에서 채식주의자 엘리자베스 코스텔로는 “타락과 잔인함과 도살의 사업”(90면)의 참상을 나치의 유대인 학살에 빗대면서 동물의 삶 속으로 상상해 들어갈 수 있는 가능성을 환기한다. 그리고 이는 당연하게도 ‘시인과 동물’이라는 부제의 제4강에서 여러 반박과 비판을 불러일으킨다. 여기서 엘리자베스 코스텔로가 말하는 것은 흔히 생각하는 동물권과는 다른 것으로, 동물‘권’이라는 개념조차 인간중심적인 것이라고 그녀는 생각하는 듯하다. 엘리자베스 코스텔로는 인간과 동물 존재 사이의 분명한 간극을 전제로 하는 ‘공감적 상상력’을 말한다. 이것이 시(문학)가 하는 일이며, 이 공감적 상상력에는 한계가 없다고. 그러나 이러한 공감은 어디까지나 우리의 것, 인간에게 속하는 것으로 동물 자신과는 무관하다. 우연히 들른 섬에서 그녀와 두마리 새가 “서로를 살피면서 계속 그런 채로 있”듯이(78면).

보이지 않는 것들의 서기-작가의 본질에 대한 물음

이렇게 다른 존재 속으로 ‘생각해 들어가는’, 체현하고 그것을 모사하는 존재가 작가라는 생각은 이 소설 도처의 여러 장면에서 다양하게 조명된다. 제6강 「악의 문제」는 나치 고문관이 행한 잔혹함을 생생하게 그린 소설을 예시로 인간의 가장 심오한 악을 재현할 때 작가가 그에 오염되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는가, 이런 재현이 독자를 더 나은 삶으로 이끌 수 있는가를 묻고 있다. 오랜 작가 생활 속에서 더이상 스토리텔링이 그 자체로 좋은 것이라 믿지 않게(믿을 수 없게) 된 작가 엘리자베스 코스텔로는 ‘대상이 나를 감염시킬 것인가 아닌가, 내가 회복될 수 있을 것인가 아닌가’ 회의하며 그렇게 회의하는 자신을 괴로워한다. 제7강 「에로스」는 여러 에피소드를 통해 불멸의 신과 유한한 인간의 만남을 지극히 감각적이고 육체적이며 성적인 것으로 그려내면서 감각의 세계 속에 붙들려 있으면서도 ‘저 너머’ 초월적인 존재와 관계할 수 있는 존재라는 이상적인 작가상을 제시한다.
이 작품에서 엘리자베스 코스텔로가 여러 형식으로 펼치는 사유는 딱히 일관되지도, 논리적이지도 않다. 다양한 각도에서 더 합리적이고 설득력 있는 반박과 비판이 가능하며 실제로 작품 속 토론에서 그런 것이 이루어지기도 한다. 책 전체를 아우르는 단 한가지 일관된 질문이라면 문학과 작가의 본질에 관한 것이다. 마지막 장 「문 앞에서」는 이 세계의 삶을 마치고 중간 지대에 도착한 엘리자베스 코스텔로가 그 질문에 대해 답변을 제시하는 지난한 과정을 그리고 있다. 구원의 세계로 가는 닫힌 문 앞에서 ‘믿음에 관한 고백서’를 제출할 것을 요구받자 그녀는 “제 직업은 그저 쓰는 거지, 믿는 게 아니에요. 그건 제 일이 아니라고요. 아리스토텔레스도 말했을 텐데, 저는 모방을 해요”(255면)라고 말하며 면제를 청한다. 작가란 “보이지 않는 것들의 서기”이며 그녀가 굳이 작가로서 믿는 것이라면 ‘실재하는 존재’뿐이다. 인간으로서 가질 수밖에 없는 모든 믿음을 거부하는, 그럼으로써 다른 존재들 속으로 상상해 들어가 ‘저 너머’를 구현하고자 하는 것이 작가라고 작가 쿳시는 말하고 있는 듯하다.

종횡무진으로 뻗어가는 주제와 얼핏 아퀴가 맞지 않는 듯 보이는 이 소설의 낯섦은 세상이 승인하는 선과 악, 합리와 불합리의 어느 한편을 들지 않고 그 사이의 어떤 것, 좀더 실재에, 진실에 가까운 것을 발견하려는 진정성 어린 분투의 결과다. 읽는 이를 어리둥절하게 하고 불편하게 만드는 그 싸움을 이 소설은 교묘한 위트와 아이러니를 섞어 기어코 해내고 만다. 이 싸움은 성공적인가? 성공적이라면 그 결과는 우리에게 무엇을 남기는가? 질문은 읽는 이 각자에게로 돌아오지만, 어떤 작품을 문제작이라 칭할 때 이 소설이 바로 그에 꼭 맞는 작품이라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서울여대 영문과 교수로 많은 현대철학서들을 우리말로 소개해온 역자 김성호는 이 까다롭고 섬세한 텍스트를 맞춤옷처럼 정확하고 말쑥한 우리말로 옮겨냈다. 더불어 쿳시 작품세계의 특징과 『엘리자베스 코스텔로』가 갖는 독보적 의미, 각 장의 상징과 문화적 맥락에 대한 상세한 작품해설은 이 기이하고 흥미로운 세계의 깊이 있는 길잡이가 되어줄 것이다.

∥ 옮긴이의 말

『엘리자베스 코스텔로』는 후기 쿳시의 작품 가운데 단연 돋보이는 문제작이다. 소설을 구성하는 여덟개의 강과 후기는 각기 독창적이고 도발적인 방식으로 오늘날의 삶과 문학이 처한 곤경을 조명한다. 그 곤경의 한가운데에 작가의 삶이 있다. 코스텔로의 생각과 고민, 갈등, 항변, 그리고 (드물게 보이는) 눈물은 동물의 고통에 공감하는 채식주의자의 그것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작가의 그것, ‘믿음을 믿지 않는’ 작가의 그것이다. 이 작가 코스텔로의 삶에 자신을 이입하는, 소설의 표현을 빌리면 그 속으로 ‘생각해 들어가는’ 독자는 분명 그 안쪽 어딘가에서 다시 자기 한계를 시험하고 있는 또다른 작가 쿳시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김성호


목차


제1강 리얼리즘
제2강 아프리카에서의 소설
제3강 동물의 삶 1-철학자와 동물
제4강 동물의 삶 2-시인과 동물
제5강 아프리카에서의 인문학
제6강 악의 문제
제7강 에로스
제8강 문 앞에서
후기 / 프랜시스 베이컨에게 보내는 레이디 챈도스, 엘리자베스의 편지

작품해설 / 믿음을 믿지 않는 작가의 불편한 도발
작가연보
발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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