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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양하 그의 삶과 문학

이양하 그의 삶과 문학

  • 김욱동
  • |
  • 삼인
  • |
  • 2022-05-31 출간
  • |
  • 376페이지
  • |
  • 152 X 225 mm
  • |
  • ISBN 9788964362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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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서평




자연과 예술을 사랑하며 생명의 불길에 몸을 녹이다

“나 누구와도 다투지 않았네. / 다툴 만한 사람이 없었기에.
자연을 사랑했고 / 자연 다음으로는 예술을 사랑했네.
생명의 불길에 두 손을 녹였거늘 / 이제 그 불길 꺼지니 떠나갈 차비를 하네.”

이 시는 저자 김욱동이 직접 번역한 월터 새비지 랜더의 시이다. 랜더는 19세기의 영국 시인이자 산문 작가이다. 저자는 이 시를 이 책의 제사로 사용하였다. 저자가 랜더의 시를 제사로 사용한 데에는 랜더의 시에서 이양하의 삶을 읽었기 때문일 것이다. 이양하는 1937년 3월 일본 겐큐사에서 간행하던 ‘영미문학 평전총서’의 38권으로 랜더의 평전을 집필하였다. 그만큼 이양하는 랜더에 대한 관심이 많았다.
저자는 랜더의 시를 두고 “이 작품은 어떤 의미에서 이양하 자신에게도 어느 정도 해당한다. 이양하는 랜더처럼 평생 좀처럼 누구와도 다투지 않았을 뿐 아니라 자연을 사랑하고 예술을 사랑하면서 ‘생명의 불길’에 몸을 녹이며 살았기 때문이다. 랜더처럼 아흔 살 가까이 장수를 누리지는 못했을망정 그는 이 영국 문인처럼 고독을 음미하고 산책과 저술에 몰두하였다. 그러고 보니 이양하가 왜 그토록 애정을 품고 랜더의 삶과 문학을 조명했는지 그 까닭을 알 만하다.”라고 하였다.

이양하는 일제강점기였던 1904년 8월 24일 평안남도 강서에서 태어났다. 이양하는 그곳에서 동네 앞개울로 헤엄을 치러 다니는가 하면 친구들과 뒷산으로 꽃을 꺾고 새를 잡으러 다니는 등 고향의 자연을 만끽하며 어린 시절을 보냈다. 그런 그에게 평생을 고독과 우수 속에서 살게 하는 두 가지 사건이 일어난다. 하나는 어머니의 죽음이고 또 하나는 고향 상실이다. 이양하는 대여섯 살 때 어머니를 여의는데 그때 어머니의 상여를 따라가며 어머니의 시신 냄새를 맡는다. 그 냄새는 그를 평생 따라다니는 형이상학적 슬픔이 된다. 그리고 한반도의 분단으로 고향마저 잃게 된다. 저자는 이양하의 고향 상실이 문명의 손길이 닿지 않은 평화로운 낙원의 상실이자 일본 제국주의에 의한 조국의 상실을 상징한다고 분석한다. 개인적 차원과 역사적 차원에서 이양하는 타향과 타국을 떠돌며 고독하게 살 수밖에 없었다. “자유와 낭만을 즐기면서도 평생 고독을 물마시듯이” 했다는 장덕순의 증언과 그 외 주변 인물들의 증언이 이를 뒷받침한다. 그러나 그는 여기에 굴하지 않고 오히려 그것을 원동력으로 삼아 한국의 문학계와 영문학계에 큰 족적을 남겼다.

이양하가 남긴 업적

저자는 피천득의 말을 빌려 시인 이양하가 이양하 자신이 그토록 칭송했던 정지용에 못지않은, 어떤 면에서는 정지용보다 더 뛰어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고 말한다. 또한 한국어에서 죽은 것과 다름없던 아름다운 토박이말이나 평안남도 지방 사투리를 찾아내어 그것에 호흡을 불어넣어 새롭게 살려낸 것을 높이 평가한다. 그리고 이양하의 작품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고차원적 표현미는 우리말과 우리 시의 산 기념비”라고 한 연희전문학교 시절의 제자 유영의 말을 인용한다.
수필가로서 이양하는 탐미주의적 감성을 유감없이 발휘하는 신변잡기적 개인 수필에서부터 사회나 국가의 현안을 다루며 개선을 촉구하는 계몽적 사회 수필에 이르기까지 온갖 형식으로 삶의 여러 문제를 두루 다뤄 한국 문학사에서 수필의 금자탑을 쌓았다.
번역가 이양하는 문학 연구에 과학적 방법을 도입한 I. A. 리처즈의 『과학과 시』, 엘리엇· 워즈워스·예이츠 등의 시와 베이컨의 수필 등을 번역하였다. 뿐만 아니라 이광수와 주요한의 시를 영어로 번역하여 영국 잡지에 소개하기도 하는 등 인바운드 번역과 아웃바운드 번역을 모두 수행하였다. 그의 번역은 특히 시에서 빛을 발하는데 토착어를 사용한 자국화 번역, 시의 어조를 한껏 살린 번역이 이양하 번역의 특징이라고 저자는 평한다.
영문학자 이양하는 일본 유학 시절부터 두각을 나타내어 리처즈의 『시와 과학』, 월터 새비지 랜더 평전을 각각 번역·집필하였다. 그리고 한국의 대표적 고전소설 『춘향전』을 서양의 루크레티아 설화와 비교하여 비교문학의 초석을 놓았고, 영어사전과 영어 교과서 편찬으로 우리나라의 영어 교육에 크게 이바지하였다.

나무가 되고자 했던 고독의 철인

이양하가 한국 문학과 영문학계에 큰 기여를 할 수 있기까지는 어머니를 대신해 그를 정신적·육체적으로 양육한 젖어머니와 그의 가족들의 헌신 그리고 그의 재능을 알아본 국내외 여러 사람의 도움이 있었다. 그가 동료들과 제자들을 아끼고 어린아이들을 사랑한 데에는 그의 그런 경험이 뒷받침되어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이양하는 성실한 삶을 살았다. 피천득의 회고에 의하면 이양하가 끔찍이 가지고 싶어 한 것이 두 가지 있었다. 하나는 젊음이고 다른 하나는 좋은 글이다. 이양하는 노년으로 접어들면서 젊음을 무척 아쉬워했다고 하는데, 이양하가 자연을 사랑했던 데에는 어린 시절 고향 강서의 추억과 주기적으로 젊음을 회복하는 자연의 생명력 때문이었을지도 모른다. 그가 얼마나 좋은 글을 열망했는지는 그가 1963년 2월 5일 눈을 감기 직전까지 두 번째 수필집 『나무』의 마지막 교정쇄를 봤다는 부인 장영숙의 증언을 통해서도 잘 알 수 있다.
이양하는 그가 집필한 평전 『랜더』의 주인공 월터 새비지 랜더가 쓴 시처럼 생명의 불길이 사라질 때까지 자연과 예술을 사랑하며 성실한 삶을 살았다. 저자는 그의 죽음을 두고 다음과 같이 말한다.
“이양하는 죽으면 바위가 아니라 차라리 ‘홀로 서 있는 나무’가 되고 싶다고 말하였다. (중략) 이양하는 나무에서 ‘훌륭한 견인주의자’, ‘고독의 철인’, 그리고 ‘안분지족의 현인’의 모습을 찾아냈다. 이양하는 그가 바라던 소망이 이루어져 어쩌면 지금 한 그루 나무가 되어 우리 주위에 서 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지금 우리는 그 나무에서 이양하가 한국 영문학계와 문학계에 뿌린 씨앗이 풍성한 열매를 맺게 될 날을 기대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목차


책머리에 5

제1장 고독과 우울과 명상의 삶
어머니의 죽음과 젖어머니 16 / 강서에서 평양으로 25 / 평양에서 도쿄와 교토로 32 /
연희전문학교 시절 41 / 경성제국대학과 서울대학교 시절 73 / 미국 체류 시절 80 /
동숭동과 우이동 98 / 침묵의 몸짓 105

제2장 시인 이양하
시인은 태어나는가 124 / 정지용과 이양하 129 / 고향 상실과 실낙원 133 /
자연과 죽음 139 / 연정과 인정 146 / 한반도의 분단과 이양하의 정치의식 154 /
소리와 의미 162 / 이양하 시의 상호텍스트성 182

제3장 수필가 이양하
늦깎이 수필가 200 / 신변잡기적 개인 수필 210 / 자연 예찬 수필 217 /
기행 수필 221 / 자기 반영적 수필 226 / 계몽적 사회 수필 229 /
이양하 수필의 문체 235

제4장 번역가 이양하
이양하의 번역관 251 / 토착어의 구사 255 / 자국화 번역 262 /
시의 어조와 번역 271 / 에세이 번역 283 / 리처즈의 『시와 과학』 번역 291
한국시의 영문 번역 294

제5장 영문학자 이양하
졸업논문 305 / 리처즈의 『시와 과학』 315 / 월터 새비지 랜더 평전 326 /
한국 비교문학의 초석 334 / 영문학과 문학평론 353 / 영어사전과 교과서 편찬 359

참고 문헌 366

찾아보기 3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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