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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앙의 쌍

원앙의 쌍

  • 현공렴
  • |
  • 두두
  • |
  • 2022-05-29 출간
  • |
  • 88페이지
  • |
  • 110 X 183 mm
  • |
  • ISBN 9791191694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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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서평




ㆍ 100년 전 대중이 상상한 아메리카
그곳에서 펼쳐지는 써니와 찰리의 파란만장 러브 스토리

딱지본 소설 『원앙의 쌍』은 1929년 대창서원에서 발행되었으며 작가는 현공렴으로 표기되어 있다. 100년 전 독자들의 사랑을 받았던 딱지본 소설은 대중의 복잡성을 반영하듯 작품마다 다채로운 색깔을 보여 주는 것이 특징이다. 딱지 시리즈 1편과 2편은 식민지 조선과 중국을 배경으로 하고 이번 3편에서는 아메리카에서 살아가는 인물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 이러한 점에서도 딱지본 소설이 가진 다양성이 잘 드러난다.
『원앙의 쌍』 속 주인공은 신분 차이가 나는 남녀 인물이다. 철물점 점원 써니의 “일생에 한 번이라도 좋으니까 다만 일주일간이라도 마음대로 살아 보았으면” 하는 소망을 우연히 들은 대부호 찰리는 그녀에게 일주일간의 동거를 제안한다. 써니가 찰리의 저택으로 들어가며 둘의 행복한 동거는 시작되지만 약속한 일주일은 금세 끝나 간다. 거기에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뉴욕에 갔던 찰리의 어머니와 누이가 저택으로 돌아오며 두 사람의 사이에 적신호가 켜진다.

“여보시오, 어저께 내가 상관한 이혼 소송이 있는데 참 재미가 있습니다.”
하고 오스본 씨는 말을 내었다.
“남편은 신분이 있는 양반이요, 부인은 극천한 직업에 종사하는 부인이지요. 그러한 결혼은 잘살아갈 수가 없겠지요. 그래도 아무렇거나 비슷한 부부라야 하겠지…….”
그런 무참한 모욕을 당한 써니는 잠시도 차마 그 자리에 앉아 있을 수가 없게 되매 고만 벌떡 일어섰다.
-본문 中

가난한 써니는 부유한 찰리를 만남으로써 물질에 기반한 자유롭고 행복한 삶으로 진입하기를 희망한다. 그러나 사유재산의 규모에 따라 개인에게 부여된 위치가 정해져 있는 자본주의적 질서에 부딪히며 써니가 꿈꾸던 ‘스위트 홈’은 좌절된다. 사랑을 사수하기 위해 써니와 찰리에게 요청되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ㆍ 수직 상승이 아닌 수평적 연대를 지향하는
식민지 조선의 신데렐라 스토리

찰리와 이별한 이후 써니는 홀로 아이를 낳아 기른다. 찰리의 손에 이끌려 수동적으로 행동하던 써니는 소설 후반부에 이르러 아이와 가정을 지키기 위해 보다 강인하고 능동적인 인물로 성장한다. 과거 자신을 모욕하였던, 찰리 집안의 법률 고문인 오스본을 대면하는 자리에 나가서 자신의 의견을 내는 데도 주저함이 없다. 오스본의 흉계로 써니를 희롱하러 간 남성을 엄절히 꾸짖기도 한다.

써니는 코니 아일랜드의 영화를 동경했던 기존 면모와 달리, 카바레에서 일하는 여성 노동자의 위치에서 자신만의 가정을 꾸려 가기로 결단을 내린다. “호텔의 한 칸 방”에 구축되는 써니의 가정은 부유층 남성을 중심으로 형성되는 스위트 홈의 이미지와 달리, “동기와 같은” 여점원 스텔라 및 아들로 구성된 대안 가족의 형태를 띤다. 홀몸으로 카바레의 “환락 장에 팔려 다니는” 써니의 신세는 찰리의 호의에 힘입어 나비와 같이 춤추던 때의 화려함과 대조적이지만, 자신의 발로 노동하며 생명과도 같은 가정을 지키기 위한 주체적 행위성을 선보인다는 측면에서 한층 성장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해제 中

이러한 써니의 성장에 호응하여 찰리가 그녀를 만나러 올 차례다. 처음에는 써니가 찰리의 집으로 들어가며 둘의 연애가 시작되었지만, 마지막에는 찰리가 써니의 거주지로 오며 단절되었던 두 사람의 사랑도 되살아난다. 다시 말해 써니가 주체적인 인물로 변모함으로써, 수직적이고 불균형한 상태였던 써니와 찰리의 관계도 수평적인 상태로 변화하고 사랑 또한 지켜내게 된다. 그리하여 소설은 “계급도 없고 습속도 없이 다만 두 사람의 마음”이 전부라는 것을 확인하며 해피엔딩으로 끝난다.

써니는 스위트 홈에서 처참히 떨궈져 나와 여성 노동자의 연대 속에 자녀를 키우는 대안 가족을 형성하며 구습의 산물인 “원앙의 쌍”에 도전한다. 백 년 전의 이야기인데 그 도전이 지금도 낡지 않았다.
-추천사 中

아메리카는 당대 조선인들에게 개인의 행복과 물질적 영화가 보장되는 곳으로 여겨졌다. 이 꿈의 대륙에서 펼쳐지는 써니와 찰리의 연애담은 단순히 수직적 신분 상승을 꿈꾸는 여성의 이야기에 머물지 않고, 수평적 연대를 지향하는 새로운 신데렐라의 모습을 담고 있다. 이처럼 『원앙의 쌍』은 식민지 조선인들이 상상한 이상적인 연애가 물질문명의 풍요만으로는 성취될 수 없는 것이며, 개개인의 자유와 평등한 관계성까지 담보될 때 비로소 ‘스위트한 연애’도 가능하다는 인식을 보여 준다. 100년 전의 오래된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여기에 깃든 대중의 꿈은 여전히 진행 중이며, 그렇기에 써니와 찰리의 이야기는 오늘날의 독자에게도 충분히 매력적으로 다가갈 것이다.

ㆍ 넘쳐나는 상상력 속 끝없이 이어지는 세속의 이야기, 두두 딱지 시리즈

두두 딱지 시리즈는 ‘너저분하고 잡스러운 세속의 이야기’를 모토로 현대 독자들이 읽기 쉽게 딱지본 소설을 현대어로 번역해 선보인다. 지금 말로 바꾸되 ‘낭독/음독’된 딱지본 소설의 특징을 고려해 일부 옛 표현을 따르는 등 원작의 느낌을 최대한 살리고자 했다.
딱지본 소설은 20세기 초 많은 대중에게 사랑받았으나 이후 근대 소설에 미달한다는 평가를 받으며 문학장에서 잊힌 작품군이다. 딱지 시리즈는 근대 소설의 규범과 기준에 얽매여 우리가 잃어버린 이야기와 그 속에 담겨 있는 정제되지 않은 욕망들에 주목했다. 이 ‘미달’의 이야기들 속에 ‘넘쳐나는’ 다양한 인물과 사건, 그리고 상상력은 100년 전 독자들이 그러했듯 현대의 독자들에게도 이야기를 읽는다는 것 자체의 즐거움을 선사할 것이다.
물론 이 이야기들에도 한계는 존재한다. 그러나 불완전하고 모자란 이야기는 또 다른 이야기를 필요로 한다는 점에서 계속해서 이어질 수 있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한 편의 완전하고 완벽한 이야기가 아닌 시리즈로 구성한 까닭이 바로 여기에 있다. 딱지 시리즈는 ‘이야기의 한계는 이야기로 채운다’는 마음으로 작품 리스트를 쌓아 나가고자 한다.


목차


현대어 번역
해설 아메리카의 연애, 혹은 신데렐라와 데모크라시
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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