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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계의 칸트

외계의 칸트

  • 페테르센디
  • |
  • 필로소픽
  • |
  • 2022-06-29 출간
  • |
  • 236페이지
  • |
  • 141 X 213 mm
  • |
  • ISBN 97911578325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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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서평




인간의 관점이 아닌 외계인의 눈으로 보는 세계 혹은 철학
파리 10대학(낭테르대학)에서 철학과 미학을 가르치고 있는 페테르 센디는 《주크박스의 철학-히트곡》,《엿듣기: 스파이의 미학》 등 매번 대중문화와 철학을 넘나드는 파격적인 소재를 다루는 철학서를 내기로 유명하다. 그가 다루는 소재들은 철학이 다루는 대상으로는 사소하다 못해 부적절해 보이기까지 하지만, 히트곡이나 스파이 영화 속의 엿듣기 행위가 왜 철학적인지를 설명해내는 그의 글쓰기 방식은 몽테뉴에서 시작한 프랑스 철학 특유의 에세이적 글쓰기를 계승한 것이다. 소재주의에 빠지지 않고, 재치 있는 문체와 깊이 있으면서도 독창적인 논증으로 독자를 설득해내는 그의 공력은 눈여겨볼 만하다. 《외계의 칸트: 우주정치적 철학픽션》도 마찬가지다. ‘칸트’와 ‘외계’, ‘우주정치’, ‘철학픽션’이라는 기묘한 조합으로, 독자들을 예상치 못한 곳으로 이끈다.

이 책은 저자가 “어느 화창한 날 칸트를 읽다가 화성인 또는 금성인을 거의 손으로 만질 수 있을 만큼 자세하게 묘사”하고 “심지어 다른 행성에 사는 존재에 대한 일종의 비교 이론 혹은 분류, 말하자면 합리적 외계인론을 제안하는 데까지 나아”가는 대목을 발견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자신을 매료하는 이 발견을 넘어, 저자는 이런 궁금함에 이른다. “칸트는 무엇 때문에 우리 지구인들에게 알려지지 않은 생명체를 생각하게 되었을까?”

저자는 사실 철학사에서 외계인을 다루려는 시도들이 꾸준히 존재했으나, 헤겔의 《자연철학》 이후로 중단되었으며 그리하여 서구 철학은 인간 및 지구 중심주의로 귀결되었다고 진단한다. 센디가 보기에 외계인에 대한 상상은 칸트에게 필연적인 것이었다. 칸트의 시대에 근대적 의미의 국민 국가가 형성되고 인류라는 공통 주관으로서의 주체 개념이 정립되면서, 인간과 지구를 보편적이고 총체적으로 사유하기 위한 허구적 외부로서의 외계의 거주자가 요청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카를 슈미트의 ‘노모스’ 개념에서 우주가 요구되는 논리 또한 마찬가지이다. 공간의 원초적 취득과 분배를 의미하는 노모스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취득되지 않은 공간, 즉 절대적으로 자유로운 외부 공간이 전제되어야 한다. 대지에 대해 바다가, 유럽에 대해 미 대륙이 자유로운 공간으로서 노모스의 존립을 받쳐주었듯이, 지구에 대해서는 우주가 그러한 역할을 떠안을 수밖에 없다.

페테르 센디가 칸트의 외계인과 슈미트의 ‘우주해적’, ‘우주 파르티잔’ 이야기에 매혹된 이유는 이들의 사유가 오늘날 세계화라 불리는 이슈와, 생태 및 난민 문제, 인공위성과 우주여행을 비롯한 우주의 지배와 분배 문제 등 우주정치적 쟁점들과 구조적으로 연결된다고 보기 때문이다.

별들의 전쟁과 새로운 노모스
칸트의 《판단력 비판》을 우주정치적으로 해독하는 책의 본론에 들어가기에 앞서 센디는 카를 슈미트의 노모스 개념, 즉 최초의 공간 취득과 분배를 통한 원초적 질서 확립이라는 개념을 도래할, 아니 이미 진행된 우주 공간의 분할과 지배라는 새로운 전망 속에서 살펴본다. 즉 지구의 노모스에서 우주의 노모스로 지평을 넓혀 우주와 외계인을 정치적인 사유의 장소와 대상으로 삼으려는 정초 작업을 한다. “빈 공간이 없으면 움직임도 없다. 자유로운 공간 없이는 어떠한 법도 있을 수 없다. … 자유는 이동의 자유이지, 그밖의 어떤 자유도 없다. 더는 외국은 없고 자국만 있는 세계, 개척되지 않은 길이 더는 없는 세계란 얼마나 끔찍한가”라고 했을 때 그는 오늘날 세계화된 지구, 더 이상 빈 공간이 없는 지구를 말하고 있는 셈이다. 적과 동지의 구별을 정치적인 것의 핵심으로 본 슈미트는 여기서 정치의 종말을 본다. 세계화가 완성된 지구에서 정치는 경제에 봉사하는 세계 경찰에 의해 해체될 것이다. “하나의 전체로 바라본 인류 그 자체는 이 행성에 적이 없다.”

그러나 1962년 출간된 《파르티잔론》에서 그는 땅을 벗어난 ‘우주 파르티잔’을 통해 세계화 이후의 정치의 가능성을 모색한다. “기술적 진보는 우주 공간으로의 항해를 가능케 하고 그에 따라 동시에 정치적 정복을 위해 무한히 새로운 도전이 열린다. 그 새로운 공간은 인간에 의해 취득될 수 있고 또 취득되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이다. … 그렇게 된다면 … 유명한 우주비행사들은 우주 해적, 어쩌면 우주 파르티잔으로 변모할 기회가 생길지 모른다.”

인류의 다음번 새로운 노모스를 형성하게 해줄 우주의 텅 빈 공간을 발견한 뒤 센디는 “이미 우주선이 되어버린 ‘우리가 거주하는 지구 자체’의 닻을 올릴 준비”를 마치고는, 세계시민주의와 ‘영구평화론’을 기획하는 칸트의 외계인에 대한 성찰로 넘어간다.

왜 없겠는가?
완전한 타자에 대한 철학픽션
센디는 ‘왜 없겠는가?’라는 부정의문문을 통해 칸트의 외계인을 불러들인다. 먼저 칸트의 초기작 《천체이론》에서 중기작 《판단력 비판》을 거쳐 후기작 《실용적 관점에서 본 인간학》에 이르기까지 어떻게 외계 생명체에 대한 질문이 고집스럽게, 반복해서, 책들 곳곳에 은유로, 각주로, 사고 실험으로 나타나는지를 소개하며, 외계인이 칸트의 저작을 관통하는 심오한 논리와 연결되어 있다고 주장한다. 예를 들어 《인간학》에서 칸트는 속내를 감추는 인간과 달리 “다른 행성에는 소리 내어 생각할 수밖에 없는 이성적 존재”가 있을 수 있다고 상상하고는 “이러한 타자의 행동은 우리 인류의 행동과 어떻게 다를까?” 질문한다. 《순수이성비판》에서는 “적어도 우리가 보는 행성 중 일부에 거주자가 있는지 아닌지를 어떤 경험을 통해 결정할 수 있다면, 나는 여기에 전 재산을 걸 것이다.”라고 외계인의 존재를 확신하고 있다. 《판단력 비판》에는 나이트 샤말란의 영화 〈싸인〉을 상기시키는, 사람이 살지 않는 곳에 그려진 의심스러운 기하학 도형을 마주하며 “그 어떤 자연적 원인도 … 이러한 현상을 불러일으킬 수 없을 것”이며, “이성만이 부여할 수 있는 개념”의 결과가 저편에 있음을 주장하며 현대의 SF 영화와의 장르적 유사성을 보여주기도 한다.

센디는 이것을 칸트의 사유 체계에서 ‘관점’이라고 불리는 것과 마주할 때 요구되는 어떤 것, 즉 인간을 지구 중심주의에서 벗어나 공정하고 보편적인 시각에서 되짚어 보게 만드는 철학픽션의 형태로 나타나는 것으로 해석한다. 보편적 존재로서의 인간이 무엇인지 정의하려면 인간 바깥의 존재를 상정해야 하기에, 칸트가 SF 작가처럼 사유 실험으로 외계인을 그의 철학에 도입했다고 보는 것이다. 센디는 자크 데리다의 용어를 빌려 이를 ‘완전한 타자’의 관점이라 부른다. 이 책의 압권은 센디가 칸트의 미학과 정치학을 완전한 타자로서의 외계인이라는 개념으로 이으면서 이 둘을 하나로 묶는 장면, 특히 《판단력 비판》의 숭고 개념을 우주정치적으로 독해하는 부분이다.

센디는 아름다움에 관한 ‘사심 없는 취미 판단’을 정의하는 《판단력 비판》의 유명하고 중요한 단락(§ 2)에서 나타나는 로빈슨 크루소의 관점에서 시작하여 보편적인 것을 향해 나아가는 칸트의 사유를 추적한다. 순수한 미에 대한 판단이 대상에 대한 관심에서 독립적이어야 한다는, 즉 욕망에서 고립된 일종의 무인도여야 한다는 조건을 세운 뒤, 칸트는 미에 대한 관심이 오직 ‘사회’에서만 나타난다는 이중성을 통해 판단 주체의 관점을 범세계적 차원으로 확장한 기반을 마련한다.

칸트에게 취미 판단은 객관적 보편성이 요구되는 지적 판단과 달리 주관적 보편성에의 요구, 모두(alle)에게가 아니라 누구나 각자(jedermann), 각각의 타인들(jedes andern)에게 타당해야 한다. 판단력의 규범, 즉 어떤 판단이 보편적이라고 말해질 수 있으려면, 각각의 타자의 관점을 취해야 한다. 센디는 칸트의 이 ‘각각의 타자’를 ‘다른 모든 인간’으로 해석하는 통속적인 번역에 대해 의문을 던지며, 이를 외계의 이성적 존재를 포함하는 ‘완전한 타자’로 해석할 것을 촉구한다. 보편적 관점의 문제는 더 이상 지구와 인간이라는 제한된 영역에 국한될 수 없다. 범세계적 시선을 획득하기 위해 요구되는 것은 “인류를 외계라는 경계로부터 사유할 필요성이다”(148쪽). “판단력 비판의 주관적 보편성과 《보편사의 이념》의 범세계주의를 결합하는 쐐기가 《천체 이론》의 우주적 시각에 있”으며, “마치 취미 판단이 지향하는 근거 위의 각각의 사람들 모두가 인류 자체를 포함할 수 있으려면 외계의 지구들에 거주하는 완전한 타자들을 통한 우주론적 우회를 통해야만 하는 것 같다”(149쪽).

감각적인 것의 우주정치적 분할
센디의 독창적인 관점은, 칸트의 정치철학과 미학이 어떻게 〈신체 강탈자의 침입〉〈화성인 지구 정복〉〈우주전쟁〉〈아엘리타〉 같은 SF 소설 및 영화 속에서 재현되는지, 또한 데리다와 랑시에르 등 현대의 철학자들에게 이어지는지 보여주는 데서 빛을 발한다. 특히 센디는 “칸트가 시나리오를 썼다고 해도 좋을 만한” 미래주의 코미디 영화 〈맨인블랙〉의 분석에서 엄청난 내공을 보여주는데, 주인공 제이가 우주경찰이 되기 위해 익명의 검은 옷을 입은 남자가 되는 것을 ‘보편적인 관점을 얻기 위해 행성에 고정된 속지주의를 넘어, 지구의 땅과 기반을 넘어 우주적 범세계주의로 나아가는 것으로 해석한다. 또한 우리가 외계인의 존재를 알아서는 안 되고, 본 것을 기억해서도 안 되는 설정을 랑시에르의 감각적인 것의 분배로 해석한다. 단, 이것은 감각적인 것의 우주론적 분할로서, 랑시에르가 단순히 감각적인 것의 “인류 및 지구 중심적 분배로 묘사했던 것을 앞서거나 넘어선다”라고 분석한다.

도대체 왜 지금 우리가 칸트의 외계인에 관심을 가져야 할까? 그것은 전 지구적 세계화와 생태 위기와 난민 문제와 세계 전쟁의 위기 속에서 왜 지금 우리에게 인간과 지구의 시각을 넘어선 보편적 관점, 우주적 관점, 결국 신의 관점이 긴급하게 요구되는지를 묻는 것이다. 센디가 칸트의 외계인에게서 발견한 것은 포스트 휴머니즘과 신유물론 등 인간 중심주의를 넘어서려는 사상계의 거대한 흐름과 맥을 같이하는 것으로, 칸트의 정치철학과 미학을 재고하는 것이 새로운 관점 형성에 하나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고 센디는 믿는 듯하다. 어느 서평가의 말처럼 “당신이 지젝을 좋아한다면 이 책도 좋아할 것이다.”


목차


약간의 관광
1장 별들의 전쟁
2장 외계의 칸트
3장 코스메티크와 코스모폴리티크
4장 무중력 상태에서(감각적인 것의 아르키메데스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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