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에세이집은 모옌의 『새로 엮은 모옌의 산문莫言散文新編』에 수록되어 있는 59편을 번역한 것이다. 다만 한국어판에서는 독자들이 좀더 체계적으로 이해를 할 수 있도록 대체적인 내용에 따라 ‘붉은 수수, 그 고향은 어떻게 내 소설이 되었는가?’, ‘삶을 질투하지 않는 문학, 문학을 질투하지 않는 삶’, ‘다른 세계와 나’, ‘초원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누가 뻔뻔스럽게 계속 살아갈까’ 등 4부로 나누어 『고향은 어떻게 소설이 되는가』라는 제목으로 상권을, 『다른 세계와 나』라는 제목으로 하권을 묶었다.
1부는 ‘붉은 수수, 그 고향은 어떻게 내 소설이 되었는가?’이다.
산둥성 가오미 출신의 모옌에게 가오미는 ‘모옌’ 문학 세계 속의 고향이기도 하다. 모옌은 젊은 시절에 고달픈 시골 생활에서 벗어나고 싶어서 고향을 탈출하였지만, 작가의 길을 걸으면서 고향으로 되돌아갔다. 그것은 그의 운명적인 문학적 선택이라고 할 수 있다. 그가 1970년대 후반에 입대할 때는 고향에서 영원히 탈출하는 줄 알았지만, 해방군예술대학 문학과에 입학하고 문학 수업을 받으면서 고향을 재인식, 재구성, 재창조하게 되었다. 모옌은 군대에 소속되어 오랜 세월을 보냈으면서도 자신의 군대 경험을 별로 많이 말하지 않는 것 같다. 하지만 여기서는 그가 입대하지 않았으면 작가 모옌도 탄생하기 어려웠으리라는 점, 요컨대 오늘의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를 탄생시킨 요람은 어떤 의미에서 보면 해방군예술대학이었음을 보여준다.
대학에 입학하려고 노력했던 일, 대학의 꿈을 이루고 작가로서도 성공한 이야기, 신비한 꿈에서 탄생한 「투명한 홍당무」, 첫 번째 장편소설 『붉은 수수 가족』에서 추구한 서사 시각으로 기존의 소설 창작의 상투적인 틀을 돌파하면서 작가로서의 입지를 굳힌 일 등 문학창작과 관련한 회상들도 포함되어 있다.
2부는 ‘삶을 질투하지 않는 문학, 문학을 질투하지 않는 삶’이다.
이 부분 작품들은 모옌 개인의 이야기에 더해 중국의 현대사와 관련한 민감한 문제들에 대한 모옌의 비판적인 시각이 엿보이는 관찰과 사색도 담아내고 있다. 모옌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통하여 중국의 현대사의 단면들을 엿볼 수 있다. 작품은 그들 세대가 그 시절을 견뎌냈고, 나름대로 삶의 의미와 재미를 찾아왔다는 사실도 보여 준다.
문학창작과 관련하여서는 전문적인 논문이 아니지만, ‘전문’ 이상의 통찰과 분석을 보여주고 있다. 중국의 현대 전쟁문학은 영웅주의 일색이었기 때문에, 전쟁 속에서 드러나는 사람의 영혼 깊은 곳에 감추어진 야만성과 폭력성 해부에 대해서는 놓친 부분과 1949년에서 1966년 사이에 나온 장편소설 가운데 성애性愛 묘사가 왜곡된 점 등을 지적하고, 독자에게 ‘폭력성’의 문제에 대하여 사색하게 한다.
이 에세이집을 통해 독자는 희대의 이야기꾼 모옌이 풀어놓은 이야기보따리 속에서, 어쩌면 가벼움 속의 무거움, 무거움 속의 웃음, 웃음 속의 애환, 애환 속에서 우리네 삶의 진정성과 치열성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