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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베스트도서

식물의 책 이소영



우리 곁에 있지만 미처 보이지 않았던 식물의 생활
식물세밀화가의 시선에서 말하는 도시식물 이야기

공원, 가로수, 정원은 물론이고, 식물을 활용한 인테리어를 뜻하는 ‘플랜테리어’라는 용어에 익숙해질 정도로 식물은 이제 우리 생활 깊숙한 곳에 자리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바로 곁에 있는 식물에 관해 얼마나 잘 알고 있을까? 국립수목원·농촌진흥청 등 국내외 연구기관과 협업해 식물학 그림을 그리며 식물을 가까이에서 관찰해온 이소영 식물세밀화가는 식물의 형태, 이름, 자생지 등 기본적인 정보만 정확하게 알고 있어도 더 오래도록 식물과 함께할 수 있을 것이라 말한다. 소나무, 은행나무, 개나리, 몬스테라, 딸기 등 늘 가까이에 있지만 제대로 알지 못했던 도시식물들에 관한 여러 흥미로운 이야기를 세밀화와 함께 『식물의 책』에 담았다.

숲을 떠나 도시에서 살게 된
식물의 입장에서 세상을 바라보기

이소영 식물세밀화가의 역할은 식물의 현재를 정확하게 기록하는 것이다. 그가 기록하는 대상은 실내공간, 수목원, 공원 등 주로 우리 곁에 있는 식물들, 또는 연구기관에서 개발한 신품종처럼 앞으로 우리 곁에 있을 식물들, 즉 숲을 떠나 도시에서 살게 된 식물들이다. 그의 시선을 좇다 보면 어느새 우리도 식물의 입장에서 세상을 바라보게 된다. 가로수로 심긴 은행나무나 왕벚나무, 정원수로 심긴 곰솔이나 주목, 카페 천장에 매달린 틸란드시아, 식탁 위에 놓인 사과나 포도……. 숲에서, 더 멀리는 사막에서 살던 식물들이 어쩌다 우리가 사는 도시로 오게 되었을까.
『식물의 책』을 읽다 보면 사람 중심에서 식물의 중심으로 그 시선이 자연스레 옮겨간다. 토종 민들레가 사라지고 서양민들레 수가 늘어나는 것을 두고, 사람들은 서양민들레에 밀려 토종 민들레가 터를 빼앗겼다며 민들레에 싸움을 붙인다. 그러나 저자는 “토종 민들레가 점점 숲 밖으로 밀려나고 개체 수가 줄어드는 건 정확히는 환경 파괴 때문”(p.16)이라고, 산을 깎고 땅을 메꿔 공터를 만들면서 원래 그곳에 살고 있던 토종 민들레는 사라지고 대신 서양민들레가 늘어나게 되었다고 말한다.
‘인간의 욕심’에 애꿎은 피해를 보는 건 은행나무도 마찬가지다. 지구상에서 가장 오래된 나무이자 1과 1속 1종으로 세상에 딱 한 종뿐이라 다른 나라에서는 귀한 대우를 받고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만은 열매가 떨어질 때 악취가 심하다며 홀대받는다. 열매가 익기도 전에 가지를 흔들어 어린 열매를 떨어뜨리거나 아예 열매를 맺지 못하게 암그루와 수그루를 구분해 수그루로만 심기도 한다. 그러나 은행의 지독한 냄새는 빌로볼과 은행산이라는 성분 때문으로, 동물이나 곤충으로부터 씨앗을 지키기 위한 은행나무의 생존 방법이다. 저자는 묻는다. “식물이 번식을 위해 열매를 맺고 씨앗을 퍼뜨리는 것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과정인데 과연 우리에게 그것을 인위적으로 차단할 권리가 있는 걸까”(p.195).

반려식물이 자꾸 죽어 걱정이라는
사람들을 위한 가장 간단한 조언

반려식물과 플랜테리어가 유행하고 미세먼지와 새집증후군 등으로 공기 정화용 식물에 관한 관심이 커지면서 집에서 식물을 키우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식물을 들일 때 가장 많이들 던지는 질문은 이렇다. “식물을 키우고는 싶은데, 자꾸 죽더라고요. 어떤 식물이 잘 죽지 않나요?” 저자는 식물을 키울 때 재배 방법을 잘 모르겠다 싶으면 우선 그 식물이 자생하던 원산지의 환경을 떠올려보라고 권한다. 예컨대 리톱스나 선인장 등 다육식물을 키울 때는 자생지인 사막처럼 건조한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 아주 습한 여름에는 공기 중의 물만으로도 살 수 있도록 물을 주는 횟수를 제한하는 게 좋다. 로즈마리나 라벤더 같은 허브식물의 경우에도 햇빛이 강하고 물이 풍부한 이탈리아 자생지의 환경을 떠올려보면, 물도 자주 주고 햇볕도 흠뻑 쫴주는 게 좋다고 예상해볼 수 있다.
식물의 원산지에 관한 정보를 바로 얻기 어렵다면, 우선 식물의 생김새에 주목하는 것도 방법이다. 저자는 식물을 자주 관찰하는 것이야말로 식물을 재배할 때 가장 필요한 기본자세라고 강조한다. 아이나 동물은 결핍을 말이나 움직임을 통해 드러내곤 하지만, 식물은 움직일 수 없다 보니 결핍을 형태로 드러낸다. 식물의 잎이 쳐졌다거나 색이 변했다거나 하는 작은 변이를 관찰함으로써 식물의 현재 상태를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잎의 모양에도 이미 많은 정보가 담겨 있다. 식물의 잎은 광합성과 연관이 깊은데 예컨대 식물의 잎이 크다면, 그 식물은 빛을 많이 받기 위해 그런 형태로 진화했을 테니, 빛이 많이 드는 곳에서 기르는 게 좋을 것이다. 요즘 실내에서 잘 키우는 틸란드시아는 어떨까? 틸란드시아를 자세히 살펴보면 잎 안쪽에 꺼끌꺼끌한 질감의 기공이 있음을 알 수 있다. 틸란드시아는 바로 이 기공을 통해 수분이나 양분을 흡수하는데, 그렇기에 물을 줄 때는 잎 전체를 물에 담그거나 물을 뿌려주는 게 좋다.

식물의 이름을 제대로 기억하고
불러주는 것의 중요함

사실 식물의 원산지는 그 학명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는 경우도 많다. 학명은 전 세계에서 통용하는 식물의 이름으로 식물의 분류학적, 역사적, 형태적 특징 등의 정보가 담겨 있기 때문에, 식물을 학명으로 인식하는 것만으로도 식물과의 거리가 더 가까워질 수 있다. 학명 중에 종소명은 보통 식물의 형태적 특징이나 원산지 정보를 담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일제 강점기에 일본 학자들이 가장 먼저 발견하여 ‘미선나무Abeliophyllum distichum Nakai’처럼 우리나라 특산식물임에도 불구하고 학명에 일본 식물학자의 이름이 들어간 경우도 꽤 있다. 독도에서 자라는 식물을 일본 학자가 먼저 발견한 경우엔 ‘다케시마엔시스takesimaensis’라고 명명했고, 해방 이후 우리나라 학자가 발견한 식물은 ‘독도엔시스dokdoensis’라고 학명에 기록되었다.
식물문화가 발전한 유럽에서는 품종 기록의 중요성을 일찍부터 인식하고, 식물원이나 원예협회 측에서 직접 식물세밀화가를 고용해 그 기록을 남겼다고 한다. 와인의 인기로 포도 재배 산업이 발달한 프랑스에는 포도 관련 기록물이 풍부한 편인데, 특히 1700년대 후반부터 활동한 피에르 조셉 르두테Pierre-Joseph Redout?가 포도 세밀화를 많이 남겼다. 워낙 대중적으로 알려진 인물이기도 해서 이소영 작가가 프랑스에서 만난 이들에게 직업을 소개하면 “아하 르두테와 같은 일을 하는군요!” 하며 알은체를 할 정도라고 한다.
이런 기록들이 중요한 이유는 소비자에게 다양한 품종의 존재를 알려주기 때문이다. 원예산업에서 재배자는 소비자의 선택을 따르게 마련인데, 소비자가 단일한 품종만 계속 소비하게 되면 결국 과수원에서도 ‘단종 재배’만 하게 된다. 그러다 질병이나 해충이 유행하기라도 하면 자칫 멸종 위기를 맞을 수도 있다. 이렇듯 품종의 다양화를 유지하는 일이 중요한데, 요즘에는 ‘생물 주권’의 개념이 뚜렷해지고 하나의 자원으로 인식되면서 각 나라에서 품종 개발에 더욱 힘쓰고 있다.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딸기를 예로 살펴보면, 국내에서 매향과 설향 등의 품종을 육성하기 전까지는 주로 일본 품종을 수입해와 매년 로열티만 30억 이상을 내야 했다. 그러나 10년간의 연구 끝에 설향이 품종 개발되었고, 이제 우리나라 딸기 소비량의 80퍼센트를 차지해 일본에 지불하는 로열티도 2005년 32억에서 작년에는 5천만 원으로 줄었다고 한다. (이에 출판사에서는 특별히 초판 한정 사은품으로 우리나라에서 육성한 신품종 먹을거리를 주제로 신년 달력을 제작하였다.)
『식물의 책』에는 그 밖에도 여러 도시식물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세밀화와 함께 수록되어 있다. 콜라의 원료 중 하나로 바닐라가 사용되는데, 한번은 코카콜라가 바닐라를 첨가하지 않은 새로운 레시피의 콜라 라인을 만들었다가 그해 전 세계 바닐라 소비량이 대폭 줄면서 바닐라의 주재배지인 마다가스카르의 경제가 붕괴 상태까지 갔다. 그리고 계수나무가 단풍이 들 때 달콤한 냄새가 나는 이유, 복수꽃이 겨울에 꽃을 피우는 이유, 몬스테라 잎에 난 구멍의 연원에 이르기까지 식물의 생활과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각 식물의 이름과 형태를 기억하고, 관심을 갖고 자주 들여다보는 일, 이는 식물을 숲에서 도시로 불러 이용하는 우리의 책임과 의무이기도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