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하 영감의 신나는 한평생」의 주인공 하 영감은 자전소설 「남중」의 ‘나’보다 더 작가 자신을 연상케 한다. 스스로의 내면과 뿌리를 돌아보고 환부와 흉을 세세히 살피는 일은 인지상정의 심적 저항을 불러일으키게 마련이다. 하지만 어쩌랴. 작가는 그것부터 시작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을. 진정한 작가라면 주머니 속의 송곳처럼 자신의 천성이 피부를 뚫고 나올 때 그것을 가감 없이 운명으로 받아들이고 그 과정마저 자세히 관찰해 글로 남기는 법이다. 자전적 소설인 「남중」에서 명옥헌의 배롱나무를 보면서 황홀경에 드는 장면은 ‘자연히 그리하지 않고서는 배길 수 없는’ 작가의 특성을 보여준다. 그런 자신에 대한 성찰과 보편적 자아로의 귀결이 좋은 소설의 몸을 이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