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여름이 되면 함께 수박을 먹고, 불꽃놀이도 할 수 있을 것이다. 내가 어른이 된다면 언젠가 그랬던 것처럼 함께 조그만 술집에서 맥주를 마실 수도 있을 것이다...
초등학교 6년생인 류와 그의 친구 모리, 그리고 하라는 얼마 전 할머니의 장례식을 보고 처음 '죽음'에 눈뜬 허풍쟁이 모리의 제안으로, 마을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혼자 사는 할아버지를 감시하게 된다. 하지만 이렇게 시작된 세 아이의 엉뚱한 모험은 이내 전쟁으로 인한 가슴아픈 세월을 살아온 할아버지의 40년 인생과 조우하게 되고, 황폐하게 내버려두었던 할아버지의 뜰에도 어느덧 아이들의 잦은 방문과 함께 가을을 기약하는 코스모스 씨앗이 뿌려진다.
<여름이 준 선물>은 순수하지만 각기 다른 아픔을 지닌 세 소년과 역시 아픈 기억을 간직한 채 세상과 별을 쌓고 살아가는 할아버지의 만남을 한 편의 수채화처럼 그려낸 소설이다.
초등학교 6학년에 재학중인 류와 그의 친구 모리, 그리고 하라. 생긴 거나 가정환경, 혹은 학습 능력으로 비춰볼 때 우리 주변 아이들의 평균치보다도 약간 밑도는 이 세 명의 사내애들이 그해 여름을 특별하게 보낸 계기는 허풍쟁이 모리의 이상한 제안에서 시작됐다. 뚱보 하라가 할머니의 장례식에 다녀온 다음날, '죽음'이라는 것에 처음으로 자각하게 된 모리는 같은 마을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혼자 칩거하는 할아버지를 대상으로 '죽음'이 어떻게 찾아오는지, '죽은' 후의 사람 얼굴은 어떤 표정인지를 관찰하자고 제안한다.
이렇게 시작된 세 아이들의 엉뚱한 모험은 이내 가슴 아픈 사연을 지진 채 홀로 40여년을 살아온 할아버지와의 우정으로 이어진다. 아이들이 드나들면서 우울했던 할아버지의 삶에는 활기가 돈다. 잡초만 무성한 채 허물어져가던 할아버지의 집 주변은 말끔히 정리되고 새로 매단 빨랫줄에는 하얗고 검고 알록달록한 옷들이 주렁주렁 널리기 시작한다. 담장도 새로 페인트칠을 하고 삐걱거리던 마루도 손질하고 풀들을 뽑아버린 넓은 마당에는 돌아올 가을을 기약하며 코스모스 씨앗을 가득 뿌리고……. 아이들은 이제 끔찍한 전쟁의 상흔을 털어버리지 못해 그토록 오랜 세월 홀로 살아온 할아버지에게 그리운 '할머니'를 찾아주기 위해 눈물겨운 노력을 퍼붓기까지 한다. 이렇게 할아버지의 삶에 개입하는 동안 철부지 어린아이들은 서서히 세상을 배우고 이해하기 시작한다.
그러던 어느 날, 할아버지는 잠든 듯 조용히 세상을 떠나고, 할아버지와 함께 가꾼 코스모스 정원은 류와 모리, 그리고 하라의 가슴 속으로 들어와 조금씩 모자라고 마음이 아팠던 아이들을 훌쩍 키운다.
생각해보면 누구의 가슴 속에든 조금 아프고 힘들었지만 또 그만큼 아름답고 소중한 어린시적의 추억이 있을 것이다. [여름이 준 선물]은 우리들이 덧없는 욕망에 밀려 용도폐기했던 유년의 기억과 그것이 전하는 위안과 반성의 힘을 감동적으로 환기시키는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