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전쟁기 문학예술’과 ‘전후 복구 건설과 사회주의 건설기 문학예술’ 동향을 쟁점별로 정리한 책을 두 권 내는데, 이 책이 그 두 번째 성과이다. 전통적인 역사주의적 연구방법을 넘어선 연구사적 지평을 확산하기 위하여 매체론적 접근법을 더하여 전후 문학예술의 미적 토대와 문화적 재편을 체계적으로 나눠 살펴보았다.
제1부에서는 전후 북한문학예술의 토대와 윤곽을 그리기 위하여 전후 북한문학예술의 담론과 미적 토대를 ‘사회주의 리얼리즘’의 잣대로 정리하였다. 구체적으로 백석의 사회주의 인식과 사회주의 시문학, 유항림 소설 「직맹반장」과 전재경 소설 「나비」, 미학계의 교조주의 수정주의 논쟁, 음악계의 탁성(‘쐑소리’) 논쟁을 검토하였다. 제2부에서는 전후 북한사회와 문화적 기억의 재편이란 틀 안에서 문학 정전화와 ‘현대조선문학선집’의 편찬체제를 분석하고 항일무장투쟁의 혁명 전통화와 항일 문예의 탄생과정을 살펴보았다. 또한 《조선녀성》지에 담긴 여성 교양 문제, 《아동문학》지에 반영된 ‘조중친선’ 문제, 한설야 소설 「형제」에 나타난 공산주의 전망과 갈등 문제, 스푸트니크 발사(1957)로 도래한 ‘위성시대’에 편승한 북한문학의 호응을 분석하였다.
12편의 글은 전후 1950년대 북한 문학예술에 대한 입체적 분석과 역사적 해석을 종횡으로 엮어내고 있다. 공동 연구를 수행한 연구회 필자들은 총론이든 각론이든 가릴 것 없이 1950년대 문학예술 작품과 비평논쟁, 담론을 통해 전후 사회주의체제 건설과 그를 미학적으로 뒷받침한 사회주의 리얼리즘의 자기 정립 과정에 관심을 가졌다. 1950년대 북한사를 연구하는 정치사, 사회경제사 전공자들이 제 3차 당 대회(1956) 전후의 당 정책과 8월 반종파투쟁, 사회주의적 경제 토대의 완성(1958)과 천리마운동에 주목했다면, 문학예술 연구자들은 그 사회 역사적 배경을 종횡으로 횡단하는 ‘부르주아미학사상 비판’과 ‘도식주의 비판’ 담론을 키워드로 삼았다.
이를 통해 2018년 김정은 시대 역동적 변화 가능성이 북한사회 내부에 오래 전부터 잠재해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고 잠정적 중간 결론을 내린다. 앞으로 다가올 평화체제로의 도정에서 남북 문화 교류 협력이 구체화될 때를 대비해 제대로 된 역사주의적 전망을 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도 구하기 힘든 60년 전 문학예술 원전자료를 꼼꼼히 검토하고 입체적으로 분석 평가하는 공동연구는 지속될 터이다. 이 책은 그 중간이정표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