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기와 쓰기가 하나 되는 진짜 문학 공부!
평범한 고딩들의 오싹하고도(?) 즐거운 일 년 문학 수업
어떻게 하면 고등학교에서도 진짜 문학 수업을 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책 읽기를 넘어서 읽기와 쓰기가 하나 되는 진짜 공부를 할 수 있을까? 국어 교사 경력 30년이 넘은 조향미 선생이 아이들과 시도해 본 일 년의 문학 수업, 그리고 그 결과물이다. ‘문학을 즐기는 문학 교육’을 목표로 고등학교 2학년 학생들과 문학의 구경꾼에서 주체가 되는 진짜 공부를 했던 배움의 기록이다.
문학 수업 주당 세 시간 중 한 시간을 책 읽고 글 쓰는 시간으로 운영했다. 책 읽고 글 쓰는 시간을 만들고 선생도 아이들도 새로운 도전을 해 보니, 생각만 할 때는 불가능해 보이던 일들이 가능했다. “쌤, 농담이지요? 2천 자도 못 쓰는 우리한테 8천 자?!” 아이들의 비명과 탄식으로 시작된 문학 수업 첫 시간, 선생도 내심 불가능하리라 생각했다. 그런데 아이들은 놀랍게도 장편소설을 읽고 장장 8천 자 서평을 써냈고, 자기 생각과 감상을 담아 시 에세이와 시집 비평문을 멋지게 썼으며, 자기 이야기로 어디에서도 경험할 수 없는 첫 소설까지 썼다. 서점에서 자기 책을 사는 것부터 시작하자 그동안 대충 책을 읽고 인터넷에서 독후감을 베끼거나 분량을 채우는 게 목적이었던 책 읽기의 습관이 조금씩 바뀌었으며, 싫어하다 못해 무섭기까지 했던 글쓰기도 자연스럽게 생각을 표현할 수 있는 수준은 되었다. 그 힘으로 난생처음 소설까지 쓰면서, 열여덟, 아이들은 진지하게 자기 삶을 돌아보고 앞날을 그렸다. 무엇보다 자기 안의 에너지를 한껏 끌어내 자기를 넘어서는 경험을 하며 스스로를 새롭게 발견하게 되었다. 더구나 대부분의 아이들이 글쓰기의 재미에 흠뻑 빠지게 되었다니, 어찌 함께 뿌듯하지 않을까.
《우리의 문학 수업》은 장편소설 읽고 8천 자 서평 쓰기, 시 에세이와 시집 비평문 쓰기(모방시와 시 창작), 단편소설 쓰기, 산문집을 영상으로 표현하기까지… 조향미 선생이 일 년 동안 문학 수업한 이야기를 담아낸 책이다. 그리고 그 시간들이 단단하게 뭉쳐 고3 자기소개서 쓰기와 진로까지 어떻게 이어지는지를, 아이들의 활동과 배움을 중심으로 풀어놓았다. 구구절절한 설명보다는 아이들과 수업하고 있는 교실을 그대로 보여 주고 있어서 교사들에게는 일 년의 수업 모델이 되어 줄 것이다. 책 뒤에는 참고할 수 있도록 장편소설 8천 자 서평, 시 에세이, 시집 비평문 6편을 실었다.
《작전명 ‘진돗개’》는 문학 수업에서 아이들이 가장 재미있게, 열정을 다했던 소설 쓰기 활동의 결과물을 따로 묶은 책이다. 학교생활(공부, 시험), 우정과 연애, 가족(반려동물), 꿈과 진로(정체성)라는 네 가지 주제별로 학생들이 쓴 단편소설 13편이 실려 있다. 새 학기에 갖는 불안과 두려움부터 친구 관계에서 오는 갈등, 풋풋한 풀 향기가 날 것 같은 연애 이야기, 시험에 대처하는 자세, 부모님과 부딪치는 갈등, 우울함, 진로 고민까지……. 요즘 고등학생들의 생활과 고민이 날것 그대로 담겨 있어 아이들을 이해하고 싶은 어른들이나, 비슷한 고민을 갖고 있는 또래 고등학생들이 읽기에 한 권의 책으로서 부족함이 없다. 수업 시간에 소설 쓰기를 시도해 보려는 교사들에게도 맞춤한 보기글이 될 것이다. 소설을 쓴 아이들의 짤막한 뒷이야기와 함께, 조향미 선생이 소설에서 좋은 점과 아쉬운 점을 같이 써 놓아서 아이들과 같이 읽으면 더욱 좋은 책이다.
국어 교사 34년째, 조향미 선생도 모르는 길을 걸어왔다. 수업의 목표와 큰 틀을 잡고 첫발을 떼자 나머지는 아이들이 넘치도록 채워 주었다. 한발 내딛으면 성큼성큼 걸어가는 것이 아이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