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주가 나라의 실정을 다 알아서 현명한 통치자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 유학 사상의 군주론이다. 고려를 부정하고 성리학적 정치이념을 내세운 조선에서는 아랫사람의 실정을 윗사람에게 전달되어야 한다는 하정상달(下情上達)을 위한 체제를 마련하였다. 조선 국왕은 나라의 실정을 파악하기 위해서 경연, 윤대, 차자, 구언 등 다양한 언로를 열어 놓았다. 이러한 공식적 언로 이외에 백성들과의 직접 소통을 위한 시스템도 있었는데, 이 책에서 다루는 ‘국왕과 민의 소통 방식’이 그것이다. ‘민(民)’은 국왕의 입장에서 보듬어야 하는 모든 백성이며, 여기에는 종친, 관료, 사족, 중인, 양인, 천인 등의 신분적 구별이 없으며, 남녀의 성별도 없었다. 이들의 소리를 가감 없이 들어서 국정에 반영하는 군주를 유학사상에서는 성군(聖君)이라고 하였다.
국왕과 민의 소통은 국왕이 민에게 다가가는 소통과 민이 국왕에게 다가가는 소통으로 나눌 수 있다. 국왕이 민에게 다가가는 소통은 국왕이 민을 대면하는 직접 소통과 윤음(綸音)이나 암행어사를 파견하는 간접 소통이 있었다. 민이 국왕에게 다가가는 소통은 신문고, 상언, 격쟁 등을 통해서 민 개개인이나 집단의 문제에 대해 국왕과 소통하였다. 그러나 민은 국왕과의 소통이 막혀서 갈 길을 잃었을 때에 유리(流離)하거나, 반란과 같은 무력적 저항으로 발전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