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학교가 광복 후 개교 70주년을 기념한 지도 엊그제 같은데, 벌써 3년 가까운 세월이 더 흘렀다. 초창기에 비하면 서울대학교는 외형적으로나 학문적 내실에 있어서 많은 변화와 발전을 거듭했다. 서울대학교의 역사는 곧 대한민국 학문 발전의 역사요 국가 발전의 역사이기도 하다. 세월의 흐름에 따라 이제 동숭동 대학본부 시절 입학했던 세대는 교수로서 모두 정년을 맞게 되었고, 초기 구성원들이 서울대학교의 학문 공동체 형성을 위해 어떠한 헌신과 기여를 기울였는지에 대한 기억도 점점 사라지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대학원동창회가 이문한·최종고 두 전임회장 시절부터 서울대학교의 학문적 뿌리가 어떻게 착근하게 되었는가를 조명해 보는 기획물을 마련한 일은 매우 뜻깊은 시도였다.
준비과정의 가장 큰 고충은 학문 분야별로 한 명의 대상자만을 선정해야 하는 어려움이었다. 사실 어떤 학문 분야도 한 사람의 노력에 의해 개척되고 자리 잡았을 리는 없다. 그런 점에서 각 분야별 대상자의 선정에는 집필자나 기획자의 주관이 어느 정도 작용했음을 부인할 수 없다. 기획상 또 다른 현실적 고충은 서울대학교 모든 학과를 하나하나 다 조명
하기 어려웠다는 점이다. 특히 이공계 분야가 너무 적게 선정된 불균형은 부인할 수 없다. 가급적 많은 분야를 대상으로 하고 싶었으나, 사실 필자 확보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예정된 원고가 제출되지 않은 분야도 여럿이었다. 그런 점에서 이 책에 수록된 40개 분야, 40명의 교수는 무슨 절대적 기획의 말평가를 통해 선정된 것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이 책자는 단지 오늘의 서울대학교의 학문적 뿌리를 큰 부담 없이 반추해 볼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기 위해 준비된 교양서 정도로 읽어 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