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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이토록 작고 외롭지 않다면

우리가 이토록 작고 외롭지 않다면

  • 옌스안데르센
  • |
  • 창비
  • |
  • 2020-04-09 출간
  • |
  • 492페이지
  • |
  • 153 X 224 mm
  • |
  • ISBN 9788936447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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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서평




‘삐삐’와 ‘사자왕 형제’의 명성을 넘어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의 경이로운 일생을 총체적으로 조명하다!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은 명실상부하게 20세기를 대표하는 동화작가지만, 그녀의 삶은 더 많은 수식어와 정의를 필요로 한다. 린드그렌은 스웨덴 반핵 운동과 동물복지법 논쟁을 촉발시킨 환경운동가이며, 아동 포르노그래피, 청년 주택 문제 등에 목소리를 낸 활동가이고, 명망 있는 출판 편집자이자 신랄한 논평을 통해 사회민주당의 과세 정책을 비판하고 44년만의 스웨덴 정권 교체에 기여한 언론인이기도 했다. 세계적으로 많은 여성들이 기존의 전통적 삶의 모델에서 벗어나 다양한 꿈을 쫓기 시작한 격변의 20세기에, 린드그렌은 특히 더욱 영민한 감각으로 시대의 진보에 맞추어 자신을 적극적으로 변화시켜 나갔다.
한편, 씩씩하고 거침없어 보이는 린드그렌의 행보에는 언제나 우울과 위기가 그림자처럼 자리했다. 그녀는 외향적이고 진보적인 시대 정신을 흠뻑 흡수하는 동시에 정서적으로 불안정했으며 머리를 짧게 자르고 넥타이와 바지 차림으로 자신의 몸에 관한 결정권을 온몸으로 외치면서도 고독과 자괴감에서 헤어 나오지 못한 채 “삶이란 속속들이 썩어 빠졌다”(24면)고 읊조리기도 했다.
『우리가 이토록 작고 외롭지 않다면』은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의 작가적 면모에 집중하면서도 그녀가 삶에서 중요하게 여긴 모든 것들에 초점을 맞추려 최선을 다한 전기다. ‘세계적 작가’라는 평면적 이미지를 넘어 린드그렌의 빛과 그림자를 입체적으로 존중하며, 그녀 스스로도 종종 부정해야만 했을 고통의 실존을 함께 증언한다. 이를 통해 한층 다채로운 색으로 다시 피어난 린드그렌의 삶은 읽는 이로 하여금 한 인간의 일생이 보일 수 있는 아름다움의 크기와 성취의 범위를 재정립하게 할 것이다.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은 시간과 국경을 넘어 사랑받는 작가일 뿐 아니라 “정치인들에게만 맡겨 두기에는 너무도 중요한 정치”를 바로잡기 위해 현실 참여의 눈부신 성공 사례를 온몸으로 웅변한 지성인이기도 하다. “어린이도 예술을 통해 충격을 경험해야 한다.”라며 아동문학의 금기를 과감히 깨트리고, 그 소중한 존재들을 위해 우리가 마땅히 해야 할 바를 스스로 실천한 그의 삶에 어찌 매혹되지 않을 수 있으랴. -「옮긴이의 말」 중에서

여전히 작고 소외된 존재들을 위하여
시대를 초월해 건네는 연대와 용기

“그때 난 피임법에 대해 전혀 몰랐어. 그러니까 당신이 나한테 얼마나 지독하게 무책임한 짓을 했는지도 몰랐지.” (70면)
1926년, 열일곱 살이던 린드그렌은 당시 수습기자로 막 꿈을 펼치던 신문사 『빔메르뷔 티드닝』의 소유주이자 편집장 레인홀드 블롬베리의 아이를 임신하게 된다. 그녀의 갑작스러운 임신에는 “지독하게 무책임한” 아버지뻘 상사뿐 아니라, 성에 관해 ‘지독하게 보수적’이었던 당시의 사회 또한 관여하였다. 피임기구 광고마저 법으로 금지되어 있던 1920년대 스웨덴 농촌에서 혼외자를 임신한 어린 여성으로 낙인 찍힌 린드그렌은 그 후 자신을 신체적·정신적으로 구속하고 통제하려는 본격적인 폭력들을 공기처럼 마주하게 된다.
그러나 린드그렌이 발걸음을 옮긴 곳은 사회가 그녀를 쥐고 끌고 가려 한 방향과 완전히 다른 쪽이었다. 그녀는 사랑하지도 않는 남성의 아내가 되는 대신 “그토록 사소한 것에 대해 그렇게도 심하게 수군거”(71면)리는 고향 사람들을 떠나 덴마크에서 출산하였으며, 그곳의 명망 높은 위탁모에게 아이를 맡기고 스톡홀롬으로 이주해 홀로 속기와 타이핑을 배우며 커리어를 쌓아 나갔다.
린드그렌의 험난한 여정에 힘이 되어 준 것은 유능하고 사려 깊은 다른 여성들이었다. 스웨덴 최초의 여성 변호사이자 미혼모와 관련한 입법 활동에 적극적이었던 에바 안덴은, 블롬베리와의 법적 관계 단절을 원했던 린드그렌을 물심양면으로 도왔다. 페미니스트 잡지 『티데바르베트』의 편집자이자 의사였던 아다 닐손, 1920년대 코펜하겐 위탁모 그룹의 일원이던 유능한 위탁모 마리 스테벤스 또한 혈혈단신의 린드그렌에게 이루 말할 수 없이 커다란 지지가 되어 주었다.
『우리가 이토록 작고 외롭지 않다면』의 더욱 아름다운 점은, 여성들과의 연대에 힘입어 성장한 린드그렌이 이후 다른 약자들의 조력자이자 대변자로 활동하는 모습이 제시되는 데 있다. 생활이 안정되고 지위도 높아진 린드그렌이 과거 자신처럼 사회에서 작고 소외된 존재들을 위해 앞장서서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역사가 세세하고 정확하게 그려진다. 1970년대 핵에너지 논쟁에 참여한 것을 시작으로 아동 포르노그래피, 공공 도서관 내 인종 차별, 바다표범 사냥을 비롯한 동물권 문제, 청년을 위한 주택 부족 등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는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의 투쟁이 객관적이고 사실적으로 밝혀진다. 그뿐만 아니라, 1976년 총선에서 남성 중심 정권을 패퇴시키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한 일이나 1988년 여성 수의사 크리스티나 포르스룬드와 함께 동물복지 관련 법안을 만드는 데 일조한 사례 등 린드그렌이 일군 크고 작은 승리의 결실 또한 가감 없이 제시된다.

내가 영리하고, 현실을 직시하며, 익살맞고, 격정적이며, 분노한 여성들을 전화와 편지로 얼마나 많이 만났는지 그 기자는 모를 겁니다. 모니스마니엔의 여성들에 대해서는 민속학자 이야기가 딱 맞아요. ‘여성들은 억세고, 당나귀만큼 힘이 세며, 건포도가 많이 들어간 빵을 잘 굽지만, 그들을 도발하면 지체 없이 공격한다.’ 바로 그겁니다. 총리 관저에서 노닥거리는 소년들은 숨을 곳을 찾는 게 좋을 거예요! 여성들이 권총을 장전하고 있으니까요. -398면

나는 여성들을 위해 적극적으로 싸울 각오가 되어 있습니다. 현실적으로 세상에 존재하는 것은 남성이란 단 하나의 성뿐이기 때문이지요. -433면

부당한 상황을 인지하고 그에 맞서 싸워야 할 때, 언제나 힘을 보태며 아픔을 나눌 각오가 되어 있다는 린드그렌의 가치관은 1970년대 혁명의 정신을 뜨겁게 반영한 동화 『사자왕 형제의 모험』에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특히 죽음을 정면으로 다룬다는 이유로 찬사와 비판을 동시에 받은 결말에 관해 ”어린이는 아직 죽음을 무서워하지 않습니다. 홀로 남겨지는 것을 무서워하지요.“라며 ”이 책의 결말이 어린이에게는 해피 엔딩일 겁니다.“(382면)라고 답한 린드그렌의 사유는 전기 전반에 걸쳐 세상의 모든 소수자들을 지지하는 가치관으로 구체화된다. “그 누구도 혼자 남아 슬피 울면서 두려움에 떨 필요가 없어.”라는 주인공 스코르판의 마지막 대사는 지금 이곳에서 여전히 작고 소외된 존재들에게 전하는 용기와 연대의 메시지로서, 시대와 국경을 넘어 우리의 가슴 깊이 스며든다.

우리처럼 한데 뭉쳐 자유를 위해 싸우는 사람들을 절대 굴복시킬 수 없다는 걸 텡일은 상상도 못 하겠지. -『사자왕 형제의 모험』 중

문학적 감동으로 가득한 부드럽고 다채로운 전기

옌스 안데르센은 면밀한 조사와 따뜻한 해석으로 주제 인물의 일생을 깊고 폭넓게 다룬다는 평가를 받는 전기 작가이다.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의 전기를 작업함에 있어서도 그의 세심함은 빛을 발하였는데, 발표된 모든 글과 인터뷰는 물론, 생전에 작성한 편지와 일기, 가계부와 나무 벤치에 남긴 짧은 메모에 이르기까지 살피고 분석해 각 장의 주제에 따라 정리하였다. 린드그렌의 짧은 글들은 개인적인 삶의 굴곡과 스웨덴의 정치 상황 그리고 제2차 세계 대전 등 국제 정세의 변화를 고루 반영해 풍부한 이야깃거리의 면모를 갖추었을 뿐 아니라, 서정적 표현과 독특한 묘사 등이 어우러져 그 자체로 훌륭한 문학적 감동을 준다.
이 전기는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의 걸출한 동화들을 작가론적 분석을 통해 더욱 풍부하게 감상할 수 있는 기회도 제공한다. ‘세상에서 가장 힘센 소녀’이자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소녀’인 ‘삐삐’ 시리즈 말고도 ‘라스무스’ 시리즈, ‘에밀’ 시리즈, 『미오, 나의 미오』와 『사자왕 형제의 모험』 등 아동문학사에 한 획을 그은 작품들의 창작 동기와 집필 과정 및 주인공의 롤모델까지 전반적인 사연이 자세히 설명되어, 린드그렌의 문학에서 독자가 느낄 수 있는 아름다움의 범위를 확장한다.
특히 신선하고 강렬한 감동을 주는 부분은 작가가 자연에서 느끼는 사랑과 자유를 심도 있게 다룬 동화 『산적의 딸 로냐』 집필에 얽힌 이야기다. “혼자였지만 아무도 그리워하지 않았”으며 “삶과 행복으로 충만”한 나날을 보내던 숲 소녀 ‘로냐’가 친구 ‘비르크’를 만나며 반짝이는 여름을 보내는 이야기가 노년을 맞이한 린드그렌의 평화와 자연스레 섞이며 한 폭의 수채화처럼 펼쳐진다. 옌스 안데르센은 여기에 열세 살 아스트리드가 자연과의 친말함에 관해 지었던 글을 연결함으로써 동화의 주인공과 어린 시절의 작가, 노년의 작가가 『산적의 딸 로냐』의 로냐와 비르크처럼 겉으로는 들리지 않는 대화를 나누도록 돕는다.

잔잔하고 푸른 물결과 파란 하늘, 빨갛고 노랗게 단풍 든 나무들, 별이 쏟아지는 저녁, 슬프도록 아름다운 노을이 정말 가을답고 환상적이어서 어쩔 줄 모르겠어. 나는 온전히 홀로 있는 기쁨에 겨워 고독 속에 춤춘단다. -413면, 안네마리에게 보낸 편지 중

갓 태어난 새끼 여우들이 굴 밖으로 나와 코앞에서 뒹굴었다. 다람쥐들은 나무 꼭대기에서 바쁘게 돌아다녔다. 이끼 위로 뛰어온 토끼들이 덤불 속으로 사라지는 모습도 보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새끼를 낳을 살무사는 근처에서 햇볕을 쬐며 평화롭게 누워 있었다. 둘은 뱀을 건드리지 않았고, 뱀도 그들을 건드리지 않았다. -420면, 『산적의 딸 로냐』 중

어쩌다 여기까지 왔는지는 모르지만, 어느 겨울 아침 나는 숲의 가장자리에 서서 눈 덮인 나무들이 나를 내려다보며 이렇게 말하는 것을 들었다.
“조그만 인간 아이야, 여기서 무엇을 찾니?”
나는 조용히 대답했다.
“아마 당신과 자연의 아름다움에 대한 그리움이 나를 이리로 이끌었나 봐요. 다른 사람들이 일어나기 전에, 해가 떠오르기 전에.”
나는 한동안 가만히 서서 생각에 잠겼다. 모든 것이 참 아름답다고 생각했다. -421면, 열세 살 린드그렌의 에세이 「빔메르뷔에서 크뢴으로 가는 길」 중

옌스 안데르센은 전기 전반에 걸쳐 이 경이로운 대화의 숨겨진 참여자로서 린드그렌의 삶과 문학을 빠짐없이 조명하고 아름답게 내보인다. 더 이상 린드그렌에게 편지를 쓰고 답장을 받거나, 그녀와 연대해 함께 걸어갈 수 없는 현대의 독자들에게 시대를 초월해 만난 두 작가가 전하는 값진 선물이다.


목차


서문

1장 작가에게 보내는 팬레터
2장 새로운 세상으로 한 걸음
3장 출산의 수수께끼
4장 희망의 길
5장 당신의 아이는 당신의 아이가 아니다
6장 온 세상 어머니들이여, 단결하라!
7장 요람 속 혁명
8장 슬픔새와 노래새
9장 백야를 노래하며
10장 판타지를 위한 투쟁
11장 나는 고독 속에 춤추었다

작품 목록
참고 문헌
옮긴이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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