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분쟁 과연 그 끝은 어디인가-
인류 문명의 발상지인 중동과 북아프리카는 찬란한 문명으로 세상에 큰 영향을 미쳤으나 복잡한 역사와 지정학적인 요인으로 인해 늘 분쟁과 갈등이 그치지 않는 지역이기도 하다. 티그리스 강과 유프라테스 강을 젖줄로 메소포타미아에서 최초의 도시국가를 형성하고 농업, 관개수로, 문자, 법, 사회제도 등에서 발군의 업적을 남겼던 수메르나 나일 강을 토대로 형성한 고대 이집트의 피라미드 문화 등은 중동의 전설이자 상징이다. 뿐만 아니라 중동은 동양과 서양을 잇는 요충지로서 세계사의 많은 중요한 사건들과 관계가 있다.
수많은 민족과 제국들이 번성했다 사라지기도 했고 가장 강력한 세 종교의 발상지로서 중동의 영향력은 오늘날에도 여전하다. 세계정세를 전반적으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중동의 정세와 상황을 이해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중동 정세를 일목요연하게 파악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언제나 그래왔지만 현재의 사정도 복잡하게 돌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란과 미국의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시리아에서는 바샤르 정부와 반정부 세력 간의 내전이 9년 넘게 지속되고 있다. 이라크에서는 경제난과 더불어 관료들의 부정부패에 항의하는 반정부 시위가 격화되고 있고 소수민족인 쿠르드족 자치정부와 중앙정부간의 군사적 갈등도 심각하다. 리비아에서는 중앙 정부인 서부와 반정부 세력인 동부로 군벌이 나누어져 내전이 격화되고 있으며 특히 동부 군벌은 독자정부를 수립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영토를 둘러싼 해묵은 분쟁은 70년이 넘게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 등 중동 분쟁은 그야말로 그 끝을 알 수가 없다.
특히 중동은 빈부 격차와 더불어 난민과 실향민 문제가 가장 심각한 문제 중의 하나인데 기존 500만 명이 넘는 팔레스타인의 난민에 이어 1,000만 명이 넘는 시리아와 이라크 난민이 발생했다. 주로 유럽으로 나아가는 길목에 자리 잡은 터키에 수용되는 시리아 난민이 늘어나고 있는데 2016년 3월 EU는 터키와 협정을 맺어 터키 난민 캠프에 있었다는 사실이 확인되지 않은 그리스로의 이주자들을 다시 터키로 돌려보내기로 하는 등 난민을 통제하기로 했다. 반면 EU는 같은 수만큼의 터키 내 시리아 난민을 받아들이기로 했으며, 또한 터키에 수용되어 있는 난민에 대한 재정적 지원을 확대키로 했다.
또한 중동에는 또한 국내에서 이주한 사람들, 즉 국내 실향민이 세계 어느 지역보다 많은데 이는 국가가 전복되거나 내전 발발 또는 외국의 침략에 의해 발생한 것이다. 2014?2016년 통계에 의하면 팔레스타인에 26만 명, 리비아에 41만 명, 터키에 120만 명, 예멘 280만 명, 이라크에 400만 명의 실향민이 있다. 이들은 국가를 떠난 것이 아니기 때문에 국적에는 문제가 없으나 학교, 의료, 가족관계, 고용 등에서 혜택을 받지 못하는 등 극심한 고통 속에서 살고 있다.
이 책은 중동 정세의 주요 부분을 큰 틀에서 이해하여 세계의 정세를 한 눈으로 바라보기 원하는 독자들을 위한 것이다. 이야기는 사우디아라비아, 이란, 시리아, 이스라엘, 이집트, 이라크, 터키 등 중동 핵심 국가들의 주요 분쟁 및 사건 중심으로 전개된다. 중동 근·현대사의 일부분도 다루어질 것이고 수에즈 분쟁,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 이란-이라크 전쟁, 미국의 이라크 침공, 종파 분쟁, 시리아 내전, 미국-이란 간의 분쟁 등 굵직한 사건들이 다루어지게 된다. 그리고 석유 개발과 왜곡된 경제구조도 살펴본다. 특히 중동 석유개발 초기에 핵심적인 역할을 했으나 잘 알려지지 않은 아르메니아 출신의 협상가이자 중동 석유의 대부라 일컬어지는 굴벤키안에 대해서도 상당한 지면을 할애했다. 물론 현실적 위협인 이슬람의 과격화와 테러 단체의 준동 등도 언급할 것이며, 주요 국가와 중동의 관계에 있어서는 미국-중동 간의 일반적 관계를 필두로 미국-이스라엘 관계, 미국-사우디 관계, 러시아-시리아 관계 등을 다루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