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언어로 다시 태어난 프루스트의 대작, 그 다섯번째 권 『스완의 사랑 Ⅱ』 출간
만화로 재탄생한 프루스트의 대작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전12권)가 1999년에 그 첫째 권이 열화당에서 나온 이후, 2007년 『스완네 집 쪽으로―스완의 사랑 Ⅰ』을 출간한 지 2년 만에 드디어 그 후속권이 나왔다. 이번 권 『스완네 집 쪽으로―스완의 사랑 Ⅱ』는 전편에 이어 소설의 화자인 마르셀이 태어나기 이전인 1800년대 벨에포크의 파리를 무대로 펼쳐지는 샤를 스완과 오데트 드 크레시의 사랑 이야기 후속편이다. 이 <스완의 사랑>편은 독립적 이야기로, 프루스트 소설 중에서도 가장 널리 읽히는 부분이다. 유일하게 삼인칭 시점으로 서술되고 있어, 인물들간의 치밀하고도 탁월한 심리 묘사가 독자들로 하여금 여러 시점에서 다각도로 소설을 읽을 수 있도록 풍부한 서정을 일깨운다.
만화로 재현한 1800년대 벨에포크의 파리와 시대상
만화가 스테판 외에는 당시 자료들과 사진을 참조한 고증 작업을 병행함으로써, 우리를 소설의 시대적 배경이 된 벨에포크의 파리로 인도한다. 만화가는 역사, 음악, 회화 등을 포괄하는 이 작업이 대단히 흥미로웠다고 고백한다. 프루스트 소설 중에서 파리가 가장 중요하게 부각되는 부분이 있다면, 이는 바로 ??스완의 사랑??에서이다. 이번 권의 서두에서도, 파리 최고급 사교계를 종횡무진하던 스완이 화류계 여인 오데트에게 빠져 온갖 질투와 의심, 불안, 절망 속에서 그녀가 사는 개선문 부근의 라 페루즈가를 걷는 데서부터 시작하고 있다. 이에 더하여 스테판 외에는 원작에 드러난 인물의 내면심리를 그림에 온전히 싣기 위해, 파리가 주무대이고 밤풍경이 자주 등장하는 이 이야기에서, 농밀하고도 어둡고 갑갑한 데생을 통해 스완의 지독스런 질투심을 드러내려고 했다. 뿐만 아니라 프루스트 원작의 묘사에 따라 당대의 여러 자료와 회화작품을 참고해 오데트를 보티첼리의 제포라로, 팔랑시를 기를란다요로 그려냈으며, 세계적인 만화가 된 프랑스의 탱탱 만화의 등장인물들을 배경으로 등장시키는가 하면 전위적으로 이름난 생존 작가를 이번 권에 등장시켜, 오늘날의 독자들로 하여금 끊임없이 동참하게 하며 읽는 재미를 더한다. 그리고 당대의 풍속과 시대상을 반영하는 사교계 문화를 핵심적인 장면들과 대사로써 간결하고도 훌륭하게 표현해내는 만화가의 묘사술은 놀랍기 그지없다. 만화에서의 대화체들은 대부분 그가 원작을 바탕으로 수정하되, 주위 사람들에게 읽힘으로써 최대한 자연스럽게 연마했다고 한다. 스완과 오데트가 만나게 된 베르뒤랭 사교계를 비롯해 파리 근교의 최고급 사교계인 생 제르맹 사교계 등 당대의 부르주아 사회의 이면과 그것을 정교하게 포착해낸 관찰력을 엿볼 수 있는 이 책은, 1800년대 파리의 사회적 문화적 단면도를 제시함과 동시에 사랑에 관한 내면의 진실에 이르는 집요하고도 세심한 스완의 여정에 따라 꿈과 현실, 현재와 과거, 개인과 사회가 얽힌 다채로운 역학적 사색을 유도할 것이다.
프루스트 연구자들이 보낸 찬사, 그리고 교과서로 읽히는 프루스트 만화
세계 십여 개국 이상의 언어로 번역된 이 만화는 난해한 문장과 방대한 분량으로 인해 프루스트에게 다가가기 수월치 않았던 일반 독자들로부터 많은 주목을 받았다. 뿐만 아니라 이 책에 가장 먼저 찬사를 보냈던 이들은 바로 세심한 프루스트 연구자들이었다고 한다. 예를 들면, 일본에 이 책을 번역?소개한 사람은 바로 명문대학인 가쿠슈(學習院) 대학의 불문학자 교수였다. 또한 리우데자네이루의 ??파벨라??에 거주하는 가난한 아이들은 이 책을 학습서로 이용한다. 즉 어린아이들이 처음 프루스트와 만나는 데 훌륭한 다리 역할로서 손색이 없다는 것이다. 전 세계 문학을 통틀어 고전 중의 고전으로 손꼽히며 소설문학이 도달할 수 있는 극한점으로 평가되는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는, 아름다운 만화로 되살아나 대작의 새로운 반열에 오름과 동시에 고전의 대중화를 이끈 훌륭한 모본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