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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원을 따라 걷다 (큰글자도서)

춘원을 따라 걷다 (큰글자도서)

  • 김재관
  • |
  • 이숲
  • |
  • 2020-10-20 출간
  • |
  • 280페이지
  • |
  • 198 X 286 mm
  • |
  • ISBN 979118692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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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서평




리더스원의 큰글자도서는 글자가 작아 독서에 어려움을 겪는 모든 분들에게 편안한 독서 환경을 제공함으로써 책 읽기의 즐거움을 되찾아 드리고자 합니다.

조선의 근대화를 꿈꾸던 작가의 식민지 여행

『매일신보』가 동경 유학 중이던 춘원에게 남선(南鮮) 5도를 여행하면서 현장에서 쓴 기행문을 연재해 달라고 요청했던 이유는 간단하다. 소설 『무정』으로 조선인 사이에서 명성을 얻은 그의 감성적인 글을 통해 일제의 식민 지배가 이룩한 근대화의 업적과 그 긍정적인 효과를 널리 알리고자 했기 때문이다. 춘원도 조선총독부의 홍보기관인 매일신문사가 자신에게 무엇을 기대하고 있는지를 잘 알고 있으면서도, 특히 자기가 쓴 글이 엄혹한 검열을 거쳐야 함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이 제안을 수락했던 이유는 근대화한 조선의 모습과 식민지 조선의 현실을 두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당시 조선의 지식인이자 대표적 작가, 근대 기행문 장르의 창시자 격이었던 그는 기차, 기선, 자동차 등 ‘근대 문명의 이기(利器)’를 이용해 여행을 계속하면서 식민지 조선을 돌아보고 지방 행정관들을 인터뷰하여 작성한 기행문을 일제가 도입한 우편 체계를 통해 하루 이틀 만에 신문 기사화하는 전혀 새로운 모험을 시도했다.

춘원은 백 년 전 조선에서 무엇을 보았을까

1917년 6월 26일 오전 여덟 시 남대문역을 출발하여 첫 기착지인 공주에서부터 시작된 오도답파여행은 8월 18일 경주에서 마지막 원고를 작성할 때까지 54일간 계속된다. 반봉건주의자 이광수는 이 기행문에서 여행 중에 관찰한 조선 사회의 문제점들을 지적하고, 근대화주의자답게 개선 방안을 제시한다. 소위 ‘문명’과 ‘야만’의 이분법적 구도를 근간으로 하고 있는 그의 제안과 당부는 사실상 매일신보사의 기획 의도를 충실하게 반영하고 있는 셈이다. 그는 한편으로 지방 관리들을 만나 취재 형식으로 논평을 배제한 채 조선총독부 정책의 성과를 나열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여정에서 만난 다양한 군상의 모습과 도시 정경을 매우 세밀하고 사실적으로 묘사한다. 그러면서도 조선인의 삶이 피폐해진 원인에 대해서는 의도적으로 언급을 회피하거나, 두루뭉술하게 넘어간다. 기행문이 『매일신보』의 기획물이며 엄격한 검열의 대상이었다는 점을 생각하면, 이해할 수 있는 대목이다. 그는 동족의 무지몽매한 삶을 보고 동정과 아픔을 느끼고, 식민지 지식인으로서 고뇌를 토로하지만, 그 슬픔의 울타리 밖으로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한다. 그는 “농사지은 것이 없어서 초근목피를 뜯는 자, 다 쓰러져 가는 초가집에 병들어 누운 자, 작은 황금을 바라고 영영급급하는 자, 돼지우리 같은 집에 나체로 낮잠 자는 자, 쓸데없는 일에 서로 욕설하고 무함하는 자, 연지 냄새와 주정 냄새 나는 속에서 청결한 정조를 더럽히는 자”를 보며 분개하고 탄식하지만, “오늘밤에는 모든 것을 다 잊자, 세상 밖의 경계에, 세상 밖의 사람이 되어, 힘껏 마음껏 청풍명월의 즐거움에 취하자.”고 말한다.
춘원은 「오도답파여행」에서 조선인의 삶을 마치 기차를 타고 가는 여행자가 차창 밖 풍경을 바라보듯이 서술한다. 매일신보사의 검열 때문이든, 그가 스스로 기피했든, 근대적 교통수단을 이용한 그의 여행 방식이 한 걸음 떨어져 현실을 바라보게 했기 때문이든, 아니면 이 세 가지가 모두 작용했든, 「오도답파여행」에 드러난 식민지 조선인의 삶은 피상적 서술에 지나지 않는다.

비판적 신오도답파여행

이 책은 백 년 전 이광수가 오도답파여행에서 방문하고 관찰한 도시들을 다시 찾아가 이후의 변화를 살펴보고, 당시 춘원의 생각과 오늘날 우리의 현실이 맺고 있는 관계를 짚어보는 인문학적 기행문이다. 저자는 그 과정에서 「오도답파여행」에 제시되었던 문명론의 변이 과정을 추적하고, 오늘날 우리를 지배하고 있는 발전론의 실체에 대해 성찰한다.
저자는 신작로 건설을 예찬하고, 대규모 농장 경영을 추구해야 한다고 설파했던 이광수의 주장이 그 대상과 방식이 달라졌을 뿐, 개발과 성장을 우선하고 기업을 대형화하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그 효력을 발휘하고 있음을 지적한다. 조선인의 교육열을 고취하고, 보통교육과 전문실업교육의 확대를 통해 조선의 산업 발전을 이루자고 주장했던 이광수의 사회발전론은 개발독재 시대의 주장과 같은 맥락에 있으며, 일제가 추진했던 식산흥업의 근대적 체계는 오늘날 차별적 발전과 소외계층의 확대라는 부정적인 측면을 낳았음에도 주목한다.
저자는 이광수의 근대화론이 오랜 세월 우리를 지배했던 발전 논리와 매우 흡사하며, ‘문명화’라는 명분을 내세워 조선의 고유성을 야만으로 폄하했던 일제가 패망한 지 70년이 지났음에도 우리 사회는 여전히 그들이 내세웠던 문명과 야만의 대립 구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비판한다. 국가 발전의 구호였던 산업화, 공업화, 선진화, 세계화가 이름은 다르지만, 그 바탕에 문명과 야만의 이분법적 대립 구도가 자리 잡고 있다고 말하는 저자는 해방 이후 한국인에게 문명화는 개인의 자발적 선택이 아니라 국가의 직간접적 폭력이 내재된 의무로 수용되었다는 점에 주목한다.
식민지의 기억은 지우고 싶은 치욕의 역사지만, 백여 년 동안 우리가 성취한 근대화의 연원임을 부정하기 어렵다면서 저자는 ‘식민지의 유산’을 바라보는 두 시선, 즉 ‘수탈’과 ‘근대화’의 양면성을 살펴보면서, 우리는 진정한 근대인의 면모와 내면을 갖추었는지, 전근대와 근대 사이에 머물러 있으면서 탈근대를 외치고 있지는 않은지 뼈아픈 질문을 던진다.


목차


책을 내면서-5

머리말 _ 백 년 전 춘원을 따라 나서며-13

1. 충청남도
서울역 가는 길-53 | 서울역에서-63 | 춘원 이광수, 이등칸의 조선인-70
철도와 신작로를 따라 문명의 시대를 꿈꾸다-74 | 붉은 속살을 드러낸 조선의 산하-79
쇠락하는 백제의 고도 공주에서-86 | 백제 영욕의 역사를 잇는 길-94
망국의 역사를 떠올리며-101 | 저녁이 아름다운 부여-108 | 해 저무는 강경에서-116

2. 전라북도
조선의 미곡은 군산으로-123 | 전통 부정과 자연 예찬-131 | 식산흥업의 몽상-141
선량한 제국주의자-147 | 영락한 백제의 유적과 전북의 새로운 중심지 이리-153

3. 전라남도
조선반도의 낙원을 꿈꾸는 도시-163 | 이순신 유적을 삼킨 일본-171
아름다운 다도해-180

4. 경상남도
환락과 타락의 도시로 전락하다-189 | 충무공의 도시 통영-200
달 밝은 한산도에서 충무공을 생각하다-207 | 부산과 경쟁하라-213
온천 관광의 시대가 열리다-221 | 해운대의 밤바다와 비애감-227
부유한 부산이 되어라-231 | 기차는 대륙을 향해 달린다-235

5. 경상북도
대구의 청년이여, 분발하라-243 | 서라벌로 가는 길-250 | 효현(孝峴)을 넘어서-254
황룡사의 주춧돌과 안압지-257 | 토함산 석굴암-263 | 불국(佛國)의 이상-268

맺음말 _ 나의 신오도답파여행-2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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