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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에 백 년을 걷다

하루에 백 년을 걷다

  • 서진영
  • |
  • 21세기북스
  • |
  • 2021-04-01 출간
  • |
  • 288페이지
  • |
  • 138 X 210 mm
  • |
  • ISBN 9788950993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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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서평




무심코 지나친 건물에 깃든 오랜 역사
도심 속 등록문화재를 따라 걷다

도심 속에 우뚝 선 서양식 이층집과 어딘가 빛바랜 간판을 달고 위엄을 뽐내는 상점들. 요즘 유행하는 ‘빈티지’나 ‘레트로’ 콘셉트를 흉내 냈나 싶지만 어엿한 문화재다. 개발의 소용돌이 속에서 사라질 위험이 있는 근현대의 건축물이나 기념물이 현재 등록문화재로 관리되고 있다. 보존할 필요도 있고 활용 가치가 큰데도 연대가 그리 유구하지 않아 문화재로 지정되지 못한 것들이다. 새롭게 단장한 기차역과 신식 건물들 사이에서 모두가 무심히 지나치는 오래된 건물들은 왜, 어떻게 지금까지 그 자리에 있게 된 걸까.
하루가 다르게 바뀌는 도시의 풍경과 사라지는 건물에는 우리의 지난 시간과 역사가 묻어 있다. 당장 먹고사는 데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 않을 이런 이야기들을 찾아나서는 여정이 어떤 의미가 있을까 싶지마는, 알고 보면 그리 오래 전 이야기가 아니다. 등록문화재를 따라 걷는 하루는 길어야 백 년 전, 우리의 할머니 할아버지, 부모가 살아온 시간들을 마주하는 시간이다. 여행의 기준점을 등록문화재로 삼은 것은 바로 이 지점에서 의미가 있다. 지금 우리와 가장 가까운 과거이자 역사인 근대의 흔적을 좇아, 역사라는 다소 무겁고 때로는 논쟁이 되는 이야기들을 삶과 가까이 가져오려는 노력이다.
이 책에서는 화려했던 과거의 영광을 품고 고요히 자리를 지키는 골목을 걷는다. 언제든 여행객이 붐비는 서울, 대전, 대구, 부산부터 여행지로는 다소 낯선 나주, 강경의 구석구석까지. 전국의 21개 골목을 다니며 평소라면 무심하게 지나쳤을 건물을 돌아보고 만져보고, 품은 이야기를 톺아보며 하루에 백 년이라는 시간을 단숨에 통과한다. 그 시간을 통해 내것이 아닌 듯했던 역사에 가깝게 다가가며, 때로는 우리가 어디서 왔고 어디를 향해 가는지 어렴풋이 알 수 있을 것이다.

눈앞에 펼쳐진 듯 아름답고 생생한 근대 건축물
풍경과 문화재를 사진으로 담아내다

한결같이 네모반듯한 아파트, 하늘 끝까지 닿을 듯한 높은 빌딩들에 둘러싸여 매일을 보내고 있는 요즘이다. 획일화된 건물 사이에서 근대의 건축물들은 뜻깊은 역사만큼이나 비주얼도 독특하고 의미 있다. 백화점과 고층 빌딩에 둘러싸여 있지만 고딕 양식 성당의 첨탑은 고고하게 솟아올라 있고, 창문의 스테인드글라스는 오색찬란하게 빛난다. 마치 다른 시간을 지나고 있는 듯한 풍경을 가만히 살펴보고 있으면 마음에 평화가 몰려오기도 한다.
하루에 백 년을 걸으며 만날 수 있는 풍경과 건물을 사진으로 보는 것은 서진영 작가의 여정을 글로 따라가는 것과는 또 다른 재미와 여운을 안겨준다. 봄볕을 쬐는 지붕은 아련하고 건물의 낡은 흔적마저 여름엔 싱그럽다. 가을 노을에는 진한 이야기가 있을 것만 같고 새파란 겨울 하늘은 오래된 건물을 더욱 쓸쓸하게 만든다. 임승수 사진작가는 21곳의 골목을 걸으며 가장 어울리는 계절을 배경 삼아 골목 풍경과 문화재를 사진으로 담았다. 위풍당당한 벽돌집, 다닥다닥 붙은 주택, 이국적인 모습의 성당 등 시원스런 사진들이 이야기에 생기를 더한다.
푸른 제주 대정읍의 들판 위로 불쑥 솟은 일제의 비행기 격납고, 백범 김구 선생의 마지막 순간을 짐작하게 만드는 서울 경교장 유리창의 총탄 자국은 괜스레 마음 한 곳을 아릿하게 한다. 그러다 이내 진주의 야경과 노을 내린 춘천 소양강 처녀상에 여행을 떠나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한다. 지난 시간을 아련하고도 아름답게 담아낸 사진 덕분에 이 책을 열어보는 것만으로도 함께 걷고 느끼는 경험을 하게 된다.

책 한 권 들고 홀로 떠나는 여행
기차역에서부터 자박자박 거꾸로 걷는 백 년의 시간

등록문화재를 따라 걷는 이 책의 여행은 대부분 기차역에서 시작한다. 코로나19로 인해 해외여행이 어려워지면서 국내여행으로 관심을 돌리는 요즘, 무엇보다 의미 있는 여행의 출발이다. 뻔하고 요란한 인기 관광지보다 가만히 거닐며 생각할 수 있는 공간들을 걸으며 여행을 통해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것들을 고민해보게 만든다.
역사적 사실들을 몰라도 좋다. 혼자 떠나고 싶을 때, 차분히 생각할 시간이 필요할 때, 기차역에 내려 근대의 시간을 함께 걸어보길 추천한다. 우리와 가장 가까운 과거이자 역사인 근대. 그 백 년의 시간을 조용히 견딘 문화재와 삶의 흔적을 따라 백 년 전으로 걸어 들어가다 보면, ‘지금의 나는 어디에서 왔고, 앞으로의 나는 어떻게 나아갈 것인가’를 조용히 떠올려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목차


시작하는 말

봄 : 온기가 남아 있는 길을 따라서
대구 청라언덕 - 봄의 교향곡이 울려 퍼지는 언덕 너머로
광주 양림동 - 의외의 광주, 빛바랜 풍경이 빛고을에 빛을 더하네
대전 소제동 - 기차가 몰고 온 바람 뒤편에
강경 옥녀봉로 - 금강 물길 타고 흘러든 근대의 물결을 따라서
익산 춘포 들녘 - 봄아 이리로 오너라, 들녘에서 삼킨 노래

여름 : 낡고 바랜 흔적도 싱그러운
목포 유달산 아래 - 바다를 메꾼 땅, 엄두를 낼 수 없었떤 시간들
군산 내항 - 탁류가 저만치 물러난 자리에
전주 천변 - 온전한 고을, 전주의 변주
인천 개항누리길 - 개항장 인천에 남아 있는 이방의 흔적
부산 영도다리 너머 - 가마솥처럼 뜨거웠던 부산의 품결 따라
통영 토영이야길 - 통영이 그 시절 그 사람들을 기억하는 방법

가을 : 깊은 노을만큼 진한 이야기
제주 모슬포 - 아릿한 시간이 아름다운 풍경 속에 일렁일렁
진해 중앙동 - 꽃비에 감춰졌던 진해의 민낯
진주 에나길 - 붙잡을 수 없는 시간, 향수는 제자리에
경주 역전 - 신라 천년 고도에 남겨진 지난 백 년의 흔적
춘천 소양로 - 호반 물안개를 타고 산허리 돌아 걷는 길

겨울 : 고독과 낭만이 공존하는 거리에서
서울 서촌 - 시간을 곱씹는 길, 서촌 한 바퀴
원주 원일로 - 치악 자락의 풍족했던 고을, 원주의 부침 속으로
서울 교남동 - 평화를 꿈꾸던 자들의 혼이 여기에 남아
나주 영산포 - 풍요가 흐르던 포구에 세월도 흘러
서울 정동길 - 환희의 나날도 비통한 마음도 보듬고 더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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