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끈 (도메니코 스타르노네 장편소설)

끈 (도메니코 스타르노네 장편소설)

  • 도메니코스타르노네
  • |
  • 한길사
  • |
  • 2021-08-13 출간
  • |
  • 296페이지
  • |
  • 127 X 188 mm
  • |
  • ISBN 9788935668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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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서평




엘레나 페란테로 지목된 작가의 충격적인 작품
스타르노네는 이탈리아에서 가장 권위 있는 문학상인 ‘스트레가상’을 수상한 작가다. 나폴리 출신인 그는 이탈리아어 교사로 재직하다 소설가로 문단에 이름을 알렸다. 스타르노네는 소설가인 동시에 뛰어난 시나리오 작가이기도 하다. 그는 30년간 영화와 드라마 15편을 각색했고 소설집 7권, 서평집과 수필집 15권을 낸 비중 있는 중견작가다. 해외 평단에서는 그를 언어의 마술사라고 평가하며 그의 유려한 문체와 영화적 문법을 활용한 소설 구조에 찬사를 보낸다.
스타르노네는 ‘나폴리 4부작’을 쓴 얼굴 없는 작가 엘레나 페란테(Elena Ferrante)로 지목되기도 했다. 그가 엘레나 페란테로 거론되는 가장 큰 이유는 작품의 유사성 때문이다. 『끈』은 엘레나 페란테의 『버려진 사랑』과 비슷한 부분이 많다. 『버려진 사랑』은 남편에게 버림받고 홀로 두 아이를 키우게 된 한 여인의 한여름 밤의 악몽을 그린 작품이다. 이 소설 속 주인공 올가와 『끈』의 반다에게는 두 아이가 있고 남편은 젊은 여자와 바람났으며 이웃집 남자에게 도움을 받아 위기를 모면한다. 그러나 스타르노네는 영화 같은 장면 구성과 시간과 공간을 넘나드는 이야기 구조, 화자에 따른 서술로 자신만의 독특한 서사를 연출한다. 이러한 문학적 성취로 스타르노네는 이탈리아뿐만 아니라 세계에서 독보적인 자리를 차지했다. 그의 소설은 첫 페이지를 읽는 순간부터 마지막 장을 넘길 때까지 긴장을 늦출 수 없게 한다. 이탈리아 사람들의 폭발하는 감정선, 독자들을 끌어당기는 흡인력과 반전으로 『끈』이라는 아름다운 건축물을 완성한 스타르노네의 매력에 빠져들 것이다.

결혼과 가족에 대한 뜨겁고 날카로운 소설
『끈』은 세 개의 챕터가 모여 하나의 완전한 이야기를 이룬다. 챕터는 ‘장’이 아닌 ‘권’이라는 독특한 개념으로 묶여 있고 각 권이 넘어갈 때마다 서술자가 바뀌는 방식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독자들은 가족 구성원의 이야기를 한 사람 한 사람의 관점에서 듣고 조각난 퍼즐을 맞추면서 전체적인 서사를 완성한다.
「제1권」은 아내 반다가 가족을 떠난 남편 알도에게 전하는 편지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반다는 혼자 어린 남매를 돌보면서 생계를 유지하고 날아드는 각종 청구서를 처리하는 등 생활 전반의 문제를 감당하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반다는 남편의 마음과 모든 상황을 제자리로 되돌려놓기 위해 자신이 얼마나 힘든 상황을 겪고 있으며, 마음이 어떻게 파괴되고 있는지 편지로 자신의 생각을 낱낱이 밝힌다. 반다는 가족이라는 존재가 숨 막힐 정도로 부담스럽고 이미 알도가 오래전에 자신을 죽였음을 고백한다. 아이들의 상태를 더 나쁘게 만들지 말아달라는 부탁으로 끝맺는 편지에서 반다가 느끼는 고통과 절망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제2권」은 알도의 관점에서 노인이 된 알도와 반다가 함께 여름휴가를 떠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부부는 여전히 풀리지 않은 깊은 감정의 골과 서로에 대한 불신을 가득 품은 모습이다. 여행을 떠나기 전부터 낯선 남녀에게 사기를 당하는 등 그들의 여정은 초반부터 삐걱거리기 시작한다. 그들이 다시 집으로 돌아왔을 때 집은 처참하게 망가져 있다. 알도는 어지럽혀진 집을 정리하다가 리디아와의 추억이 담긴 사진이 사라진 것을 알아챈다. 그는 반다가 자신보다 먼저 사진을 발견하고 감정을 추스르지 못할까봐 온 집 안을 뒤지면서 자신이 리디아와 사랑에 빠지던 순간부터 집을 떠나 리디아와 사랑을 키워오다 죄책감에 결국 다시 집으로 돌아오는 과정을 회상한다. 알도는 반다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기 위해 여전히 속내를 감추려 하지만 반다는 자신의 감정을 그대로 드러낸다. 반다가 삶의 허무함과 과거에 바로잡지 못했던 일들에 대한 후회 속에서 분노를 터뜨리며 제2권이 막을 내린다.
「제3권」은 알도와 반다의 딸 안나의 관점에서 이야기한다. 아들 산드로와 딸 안나는 이제 성인이 되어 어린 시절에서 벗어났지만 여전히 부모님에게서 받은 상처를 간직하면서 살아간다. 부모의 갈등은 자식들에게 씻을 수 없는 상흔을 남겼다. 산드로는 많은 여인과 사랑을 나누고 무려 자식을 네 명이나 둔 다처주의자가 되었고, 안나는 여성의 배를 이용하는 생식의 역사는 모조리 지워버려야 한다는 염세주의자가 되었다. 진실에 가려진 오염된 감정을 품고 서로를 배신했던 결과인 자식들의 모습은 이 작품에서 가장 비극적인 모습이다. 남매는 과거 부모님에게 받은 상처에 대해 이야기하며 부모님의 재산을 가로채기 위해 계획을 세운다.
『끈』은 놀랍고 비범한 작품이다. 소설의 시점은 명확한 듯하면서도 모호한 면이 있고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확장과 수축을 반복한다. 그 결과 예측할 수 없고 놀랍도록 틀에 얽매이지 않은 소설이 탄생했다.

특별한 용기 안에 담긴 폭발적인 서사
이 작품이 특별한 이유는 이야기를 전달하는 방식에 있다. 바람난 남편이 죄책감에 시달리다가 다시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는 서사는 어느 나라에서나 흔히 볼 수 있는 소재다. 그러나 스타르노네는 이 통속적인 이야기를 자신만의 특별한 용기(容器)에 담아 예술의 차원으로 끌어올렸다. 용기는 비어 있거나 귀중하고 비밀스러운 것이 담겨 있기 마련인데 스타르노네는 이 틀을 오가며 예측할 수 없는 소설의 구조를 완성했다. 인물들은 이 용기 안에서 배신과 기만의 테마를 전제로 끊임없이 서로를 속인다.
『끈』의 소설적 구조는 ‘중국 상자’에 비유할 수 있다. 중국 상자는 하나의 이야기 속에 다른 이야기가 교묘하게 숨겨져 있는 소설의 형식을 이야기할 때 흔히 언급되는 비유다. 『끈』은 이러한 효과를 교묘하게 이용한다. 소설의 모든 요소가 세심하게 배열되고 서로 정확하게 부합하는데도 어떤 면에서는 단절되어 있기도 하다. 그런 면에서 소설은 상자를 무한하게 여닫을 수 있는 중국 상자처럼 보이기도 한다. 상자가 하나씩 열릴 때마다 비밀이 풀리고 우리는 충격에 휩싸이게 된다.
소설의 구조는 주제와도 직접적으로 연결된다. 반다는 폭발하는 감정을 억누르지 못하고 알도에게 자신의 심정을 털어놓으며 이야기한다.

“사랑은 커다란 용기 같아서 우리는 그 안에 뭐든 다 집어넣어 버리지. 하지만 나는 얼마 지나지 않아 감성과 욕망과 섹스와 감정이 이미 실뭉치처럼 뒤엉켜버려서 내가 돌려받아야 할 것이 무엇인지 판단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깨달았어.”(216쪽)

반전의 반전을 거듭하는 이야기 속에서 우리는 가족과 사랑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 줌파 라히리는 “삶이란 자신이 들어 있는 용기를 배신하는 것이다. 용기에서 뛰쳐나오는 것이다”라고 말하며 『끈』을 극찬했다. 놀라운 구조와 그 속에 담긴 충격적인 서사, 간결하면서도 명확한 주제는 이 소설을 더욱 빛나게 하는 요소다.

가족이라는 실타래에 엉켜 그 누구도 구원받지 못하는 삶의 전투
가족을 다시 하나로 이어준 것은 다름 아닌 신발끈이었다. 안나와 산드로는 오랜만에 만난 아버지에게 신발끈 묶는 법을 알려달라고 한다. 이들은 알도의 독특한 신발끈 묶는 방법으로 진한 유대감을 느낀다. 그러나 알도와 아이들이 신발끈으로 서로에게 유대감을 느끼게 된 것은 우연이 아니다. 반다가 아이들에게 잘못된 기억을 심어주고 아이들이 이를 알도에게 이야기해 조작된 감정이 형성된 것이다. 이 허무맹랑한 사건을 계기로 가족은 다시 결속된다. 그러나 한 공간에서 서로의 감정을 외면하고 진심을 숨김으로써 가정은 점점 더 파국으로 치닫는다.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감춰진 진실이 수면 위로 드러나고 다르게 기억하고 애써 부정했던 사실이 밝혀진다. 소설에서 폭로되는 크고 작은 비밀들은 평범한 중산층 가정처럼 보이는 이들의 속내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한다. 먼저 알도는 자신의 감정에 솔직하지 못했다. 그는 자신의 제자를 사랑한다는 사실을 부정하고 반다에게 진심을 숨김으로써 더 큰 상처를 주었다. 반다는 복수심으로 가득한 자신의 감정을 감추고 알도를 다시 받아줌으로써 증오에 휩싸인 삶을 살게 된다. 부부의 갈등으로 자식들은 평생 치유하지 못할 상처를 떠안는다.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묶인 이들은 자를 수 없는 실타래에 엉켜 서로가 서로를 억압하며 배신과 기만을 반복한다.
옮긴이 김지우는 “소설의 결말에서 그들 중 누구도 구원받지” 못하지만 스타르노네는 “자신이 진심으로 원하는 것을 위해 끝까지 싸울 것”을 요구한다고 말한다. 우리는 『끈』이라는 매력적인 소설을 통해 삶이라는 격렬한 전투에서 이루어지는 인간의 존재와 정체성에 대해 사유하게 될 것이다.


목차


제1권
1장

제2권
1장
2장
3장

제3권

불협화음으로 가득한 가족 소나타
옮긴이의 말┃김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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