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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워드 진의 역사에세이

하워드 진의 역사에세이

  • 하워드진
  • |
  • 마인드큐브
  • |
  • 2022-01-10 출간
  • |
  • 564페이지
  • |
  • 152 X 225 mm
  • |
  • ISBN 9791188434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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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서평




[옮긴이의 말]
참여하는 역사가 가치 있는 역사를 만든다
김한영

나의 역사의식은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로 깨어났다. 고등학교 입학을 기다리던 긴 겨울, 그 미지의 터널에서 만난 대문호의 작품은 미숙한 내 정신을 흠뻑 적혔다. 러시아의 광활한 대지와 자연, 귀족 가문들과 민중의 파란만장한 삶, 19세기 러시아의 대사건인 1812년 전쟁, 주인공들의 삶과 사랑과 죽음이 프레스코 화처럼 펼쳐졌다. 무엇보다 충격적이었던 것은 위대한 영웅인 줄 알았던 나폴레옹이 어릿광대처럼 그려진다는 점이었다. 개인이 역사를 만들 수 있다고 믿었던 나폴레옹, 하지만 전쟁으로 야망을 이루려 한 그 영웅은 삶과 역사의 거대한 회오리에 힘없이 휘둘리는 한 올 지푸라기에 불과했다. 승장인 쿠두조프 장군도 오십보백보였다. 이 늙은 장군은 무엇을 하고자 하기보다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차선의 전략을 채택했다. 어릿광대보다 조금 더 현명해 보였을 뿐 특별히 대단하진 않았다. 놀랍고 씁쓸한 발견이었다. 초등학교를 졸업할 무렵에 황금박쥐와 6백만 불의 사나이를 뗐을 때보다 더 충격적이었다. 그들은 어차피 만화 속의 캐릭터였지만 이들은 역사 속의 인물이었고, 역사는 절대 왜곡해서는 안 되는 신성한 이름이었다. 나는 회의를 아는 아이가 되었다. 이듬해 가을에 영원할 것 같았던 위대한 지도자 박정희가 총에 맞고 사망했다. 그리 놀랍지 않았다.
회의적인 무감각은 대학에서 깨졌다. 한 교양강좌의 리포트를 쓰기 위해 필독 교양도서 중 한 권을 읽어야 했는데, 점찍은 세 권 중 E. H. 카의 책이 제일 얇았다. 《역사란 무엇인가?》였다. 하지만 그 작은 책에서 나는 헤겔과 맑스를 접하고 《전쟁과 평화》를 다시 만났다. 역사란 영웅이 아닌 민중의 것이라는 깨달음도 함께 만났다. 톨스토이의 긍정적인 인생관이 비로소 이해되었다. 톨스토이는 역사를 영웅에게서 빼앗아 민중에게 돌려주었다. 알고 보니 민중은 원래 헤겔의 개념이었다. 주인과 노예의 변증법에서 헤겔은 사람들이 눈길조차 주지 않던 ‘백성’에게 역사의 주체라는 고귀한 역할을 부여했다(그들 개개인이 도덕적으로 고상하다는 뜻은 아니다). 카의 책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나폴레옹과 레닌을 비교한 절이었다. 카 역시 나폴레옹을 시대가 만든 운 좋고 능력 없는 영웅으로 묘사했지만, 톨스토이와는 다르게 나폴레옹의 반대쪽에 레닌을 놓았다. 카에게 레닌은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이상을 실현하고자 노력한 혁명가, 그 자신의 땀과 열정으로 사회주의 사회를 일군 진정한 영웅이었다. 좌우 이념의 옳고 그름을 떠나 카의 가르침은 역사를 보는 나의 관점을 훌쩍 키워주었다.
우리 모두가 아는 기대와 좌절, 절망과 반전의 시대가 흘러갔다. 번역은 철학과 비슷해서 시대를 정신으로 바꿔 사유하게끔 한다. 이 땅에서도 헤겔의 말대로 진보는 비틀거렸다. 정-반-합의 변증법이 막상 현실에서는 끝없이 되풀이되는 혼란으로 느껴졌다. 아이러니하게도 진보 정권 하에서 신자유주의가 바퀴벌레처럼 창궐했다. ‘작은 정부,’ ‘효율성,’ ‘다운사이징’ 같은 허울 좋은 이름 하에서 고용은 불안정해지고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내일을 기획하고 걱정해야 하는 개인사업자로 전락해갔다. 교수와 학자, 지식인과 예술가, 과학자와 기술자도 예외가 아니었다. 돈과 인기가 전문성과 사회적 가치를 빠르게 잠식하고, 깊이보다 색깔을 중시하는 표피적인 문화가 확산되었다. 2010년에 프랑스에서 한동안 공부하고 돌아온 친구는, 그 짧은 사이에 우리나라가 놀라우리만치 피상적으로 변한 것 같다고 개탄했다. 나는 이것도 변증법의 한 과정이니 걱정하지 말라고 농담으로 말했지만, 친구도 나도 웃음에서 씁쓸함을 지워내진 못했다.
작년 한 해는 광화문에 자주 나갔다. 촛불집회에도 참석하고, 공연과 어린 학생들의 외침을 들으며 모처럼 자유로운 분위기에 젖어보았다. 돌이켜보면 50대 중반인 나는 평생 전근대와 근대의 부딪힘에 몸살을 앓았다. 내 아버지는 1913년 구한말에 태어난 사람으로, 일제 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고스란히 겪은 역사의 증인이었다. 그래서인지 가정교육은 ‘하지 말라’와 ‘가만히 있어라’가 전부였고, 합리성보다는 순종을, 권리보다는 양보를 미덕으로 가르쳤다. 이 전근대성은 학교에서도 형식만 바꿔 되풀이되었다. 학생은 스키너의 쥐, 규율의 노예, 독재자의 방패막이(교련 수업이 있었다)였다. 창의성은 엄두도 내지 못했고, 자율성과 비판은 퇴학의 이유였다. 조선 시대나 일제 강점기가 아니라 불과 40여 년 전, 1970년대의 교육이 그랬다. 특히 ‘성교육’은 가관이었다. 시정잡배라도 듣는 사람을 가려야 할 음담패설이 교련시간과 체육시간에 교단에서 흘러나왔고, 그 은밀한 가르침에 학생들은 여자목욕탕을 훔쳐보는 아이들처럼 키득거렸다. 그런 어처구니없는 교육의 여파도 있을 것이다, 요즘 미투 운동이 뜨거운 것은.
작년에 나는 많은 사람들과 함께 역사의 현장에 있었다. 사실 내가 기대한 것은 전근대와 근대의 최후의 결전, 과학적·합리적 정신의 멋진 승리였다(윤리에 더 관심이 있었다면 선과 악의 구도를 그렸을 것이다). 어쨌든 세계의 많은 나라에서 봉건군주제를 물리친 것은 근대의 이성이 아니었던가. 하지만 내 눈에 비친 광경은 그 이상이었다. 현장에는 내 기대와 사뭇 다른 분위기가 넘쳐나고 있었다. 규율이 아닌 자율, 질서를 넘어선 질서가 보였고, 진정한 의미의 개인들이 모여 집단 이상의 힘을 분출하고 있었다. 물론 형식으로나마 민주주의가 갖춰졌고(많은 사람들이 이를 위해 희생했다), 그 누구도 통제할 수 없는 과학기술이 널리 퍼진 덕분이었다. 하지만 그 조건이 무엇이든 간에 눈앞에 펼쳐진 현상은 그 자체로 근대정신을 넘어 근대후 정신의 발현을 가리키고 있었다(이 두 정신 사이에 많은 반성과 논란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1990년대에 X세대를 통해 잠깐 분출했던 다원주의 정신이 2017년에 정치적 실체로 되살아나 광장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기상천외한 배너들과 젊은 사람들의 복장도 한몫했을지 모른다. 하지만 어린 학생들의 당당한 발언, 아이 손을 잡고 온 엄마 아빠의 진지한 표정, 머리가 하얗게 센 참가자들의 구호와 연좌, 축제와 시위를 넘나드는 새로운 집회형식, 대치의 경계를 허무는 공감의 힘은 이 현상이 내가 기대치 못한 새로운 정신의 표출임을 말해주고 있었다.
나의 세 번째 역사 교과서는 이 책이 될 듯하다. 어떤 사람들은 역사 저술의 중립성과 객관주의를 지양하는 하워드 진의 접근법이 위험하다고 생각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학계의 외부자이자 휴머니즘을 지향하는 나로서는 하워드 진의 현재주의 역사가 평생에 세 번째로 가슴에 세게 와 닿는다. 특히 ‘과학적인’ 역사 저술의 함정을 밝히는 그의 견해는 사학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먼저 근원을 따지고 보면 객관과 주관은 대립하는 개념이 아니다. 주관이란 말은 흔히 생각하듯 객관과 동떨어진 개념이 아니다. “인간의 감각과 느낌에는 충분한 일정성이 있어서 이 모든 성질들을 추론의 대상으로 만들고 삶과 관습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데이비드 흄) 요컨대 주관과 객관은 상대적 개념이며, 이 뿌리를 잊을 때 주관은 변덕으로 전락한다. 상대주의와 다원주의의 결정적 차이가 여기에 있다.
심리학자이자 교육학자인 하워드 가드너는 다중지능 이론을 창안한 뒤 1980년대 후반에 중국 교육의 실상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To Open Mind》 사회평론, 근간). 중국의 교육은 그의 예상과 달리 자국과 전혀 다른 가치의 보고이자 좋은 성과의 산실이었다. 귀국하자마자 그는 자신의 교육론을 되돌아보기 시작했고, 깊은 반성을 통해 자신이 과학적·객관적이라 믿었던 교육론에 개인적 요소와 주관이 얼마나 많이 개입해 있는지를 깨달았다. 심지어 실험실에서 데이터를 얻은 뒤에 그는, “이제 이 과학적 데이터를 주관적으로 해석할 차례”라고 고백했다. 결국 가드너는 중국 교육의 경험을 통해 더 정교한 이론과 더 높은 교육철학을 펼칠 수 있었다.
심리학자의 데이터는 실험실에서 나오지만, 역사학자의 데이터는 깊고도 넓은 과거의 기록에서 나온다. 애초부터 주관적 방향성이 없으면 객관의 바다에 빠져 허우적거리게 된다. 하지만 이 주관 때문에 객관적 사실이 왜곡되지 않을까? 이를 염려하는 사람들에게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이 책은 또한 (왜곡, 은폐, 날조 등으로) 사실을 함부로 뜯어고치지 않는다. 내 요점은 미리 답을 생각하고 역사 자료에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 미리 질문을 생각하고서 접근하는 것이다. 나는, 정확성은 필요조건이지만 역사가 정확하다는 이유만으로 칭찬받을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언젠가 프로이트는 말했다. 안경을 항상 닦기만 하고 쓰지는 않는 사람이 있다고.”

그렇다면 그 “질문”은 어디에서 나오는가? 예술철학자 아서 단토는 예술의 내용은 인간의 삶, “인간의 가장 깊은 관심사”(헤겔)에서 비롯한다고 보았다. 이와 마찬가지로 하워드 진도 휴머니즘을 역사적 질문의 토대로 삼는다. 그가 제시하는 휴머니즘은 소박하고 경험적이고 분명하다.

“수백 년에 걸쳐 살아온 수백만 사람들의 경험, 각 사람들이 모든 인간에게 주어진 공통된 양상들을 겪으며 저마다 확인한 경험… 사랑이 미움보다, 평화가 전쟁보다, 우애가 적대감보다, 기쁨이 슬픔보다, 건강이 병보다, 음식이 기아보다, 삶이 죽음보다 낫다는 것.”


목차


추천의 말 : 새로운 세상을 꿈꾸는 사람들의 동반자 _ 박용준/ 5
2판 서문/ 12
초판 서문/ 22

1부 : 접근법
1. 권력의 한 형태로서의 지식/ 29
2. 역사가 사사로운 사업이라고?/ 43
3. 급진주의 역사란 무엇인가?/ 70

2부 : 미국 역사 에세이
4. 불평등/ 101
5. 러들로 대학살/ 130
6. 재즈 시대의 라과디아/ 161
7. 뉴딜의 한계/ 183
8. 노예폐지론자와 선동 전술/ 209
9. 반대세력의 정신을 분석한 두 사례/ 232
10. 자유주의와 급진주의/ 250
11. 조지아 주 울버니와 뉴프런티어/ 267
12. 자유주의의 공격성/ 289
13. 베트남: 도덕의 방정식/ 308
14. 전쟁 포로: 현대사 한 토막/ 329
15. 폭력: 이중의 기준/ 349
16. 히로시마와 로이앙/ 366

3부 : 이론과 실천
17. 자유와 책임/ 401
18. 역사학자/ 419
19. 철학자/ 463
20. 철학자, 역사학자, 그리고 인과관계/ 507

후주/ 531
옮긴이의 말 : 참여하는 역사가 가치 있는 역사를 만든다 _ 김한영/ 544
찾아보기/ 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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