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는 우리에게 말을 건다
성인들을 상대할 때 우리는 당사자에게 생길 일을 미리 알려 주어 준비시키는 것이 보통이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아기들과 어린아이들을 대할 때는, 함부로 대할 수 없는 어른들과는 달리 구체적인 말을 통해 상황을 파악하도록 배려하는 일이 예외에 가깝다. 이것은 우선 우리의 의식이 변해야 개선될 부분이다. 하지만 갓 태어난 아기가 엄마의 관심을 감지하고 그 말에 주의 깊게 귀를 기울이는 모습을 직접 체험한 엄마는 아기가 얼마나 많은 것을 이해할 수 있는지 믿게 된다. 이런 체험을 한 엄마는 처음에는 확신이 없더라도 시간이 갈수록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생후 몇 개월이 된 아기와도 유사한 방식으로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누게 될 것이다. 이렇게 엄마가 아이에게 자신이 할 행동을 미리 말로 알려 줄 때, 엄마의 움직임도 저절로 속도가 느려지고 조심스러워진다.
이 책에 실린 여러 편의 글은 부모와 보육 종사자들이 아기와 어린아이를 대하는 과정에서 어른과 아이 모두가 기쁨을 느끼는 관계를 쌓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말을 주고받는 행위는 관계를 한층 다양하고 특별하고 신중하게 만들며, 갈등의 소지를 확연하게 줄일 것이니 말이다. 이는 우리가 무엇을 어떤 방식으로 아이에게 말하는지 의식하는 순간 어린아이의 존엄성에 대한 자각이 우리 안에 생기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가정이나 현장, 어느 곳에서든 아기 또는 어린아이와 처음 만나는 순간부터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그들과의 관계는 한층 깊어지고 풍부해진다.
베를린 피클러 협회에서 펴낸 이 자료는 부모와 어린이집 및 유치원 현장 교사, 치료사, 소아과 의사 등 어린아이들과 관련된 사람들로 하여금 영아들이 음성으로 하는 다양한 표현에 주의를 기울이도록 유도한다. 그래서 얼핏 듣기에 차이가 없지만 분명히 구분되는 여러 소리를 해독하고, 그 소리를 통해 아이가 표현하려는 욕구를 알아차리도록 돕는다. 나아가 저자들은 어린아이가 내는 모든 소리 아이가 의사 전달을 하는 중요한 형태,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주변 사람이 알아들을 수 있는 말의 중요한 형태로 이해되는 것을 중요하게 여긴다. 부다페스트에 있는 피클러 보육원의 축적된 경험에서 우리가 배울 점은, 다양한 방법으로 사람들과 의사소통을 하려는 어린아이의 욕구를 일깨우는 조건, 그리고 아기가 의사소통의 방식을 더 섬세하게 발전시켜 나가도록 하는 데 필요한 조건들이다.
특히 아기의 엄마와 아빠는 일상적인 일들을 아기와 이야기를 나누는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 기저귀를 갈아주든, 목욕을 시키든, 우유를 먹이든, 이제 무엇을 하려는지를 아기에게 항상 미리 설명해 주어야 한다. 물론 생후 몇 개월 동안 아기는 단어 하나하나를 이해하지는 못할 것이다. 하지만 엄마와 아빠의 눈길, 목소리의 높낮이, 반복되는 어순을 익혀 나가고 이에 대해 반응하려고 시도할 것이다. 이런 상호작용을 통해 아기는 신뢰감과 행동 기준을 습득한다. 그리고 상대방을 소중히 여기고 존중하는 것을 경험한다. 이 책에는 어른과 아기 또는 어른과 어린아이 간의 대화가 예시적으로 기술되어 있다.
현장과 가정의 어른들을 위해 영아보육학의 새로운 방향을 보여주는 이 책은 영아와의 적극적인 언어적 의사소통이 발달에 미치는 영향을 다양한 사례를 통해 조명하고, 이로써 "존중과 공감의 돌봄"을 실현하는 데 길잡이 역할을 할 것이다. 그리고 "엠미 피클러 보육학 시리즈"는 이미 나온 〈아기는 놀이에서 배운다〉를 시작으로 〈아기와 대화하기〉, 〈나, 너 그리고 우리〉, 〈자유놀이의 시작〉, 〈기저귀와 작별하기〉 등을 차례로 발간하여 올바른 보육학의 이론과 실천을 널리 알릴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