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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광성과 그의 문학세계

손광성과 그의 문학세계

  • 일현수필문학회(엮음)
  • |
  • 이지출판
  • |
  • 2022-03-10 출간
  • |
  • 312페이지
  • |
  • 208 X 218 X 29 mm /788g
  • |
  • ISBN 97911555517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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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서평




다음은 우리나라 유수의 평론가와 작가들이 〈손광성의 문학세계〉를 집약해서 표현한 글이다.
# 만약 독자가 가장 아름다운 글을 쓰겠노라는 야망을 지닌 수필가라면 손광성의 글은 읽지 않는 것이 좋다. 읽고 난 다음, 누군가 그 정상에 이미 깃발을 꽂았다는 사실이 줄 열패감에 싸이지 않기 위해서다. - 김종완 문학평론가, 에세이스트 발행인

# 손광성이 물레를 돌리고 가마에 구워 낸 수필이라는 그릇에 담긴 것은 그 그릇만큼이나 예술적 아름다움을 지닌 것이다. 그 아름다움은 도자기의 조형적인 아름다움만이 아니다. 그보다 훨씬 더 인간 존재의 근원적 고독이나 삭막한 사회적, 문명적 조건 속에서 인간이 짊어지고 있는 아픔과 고달픔을 치유하고 위안을 주는 그 어떤 것들이다. - 김우종 문학평론가, 전 경희대 교수

# 그는 꿈꾸듯 노동의 아름다움을 찬미한다. 장작패기라는 행위는 그가 최초에 인식했던 노동에 대한 무의식이 되살아나면서 쾌활하고 건강한, 남성적 매력이 넘치는 역학적 서정으로 승화되는 것이다. - 이희자 수필가, 전 에세이문학 주간

# 손광성은 언어의 장인이다. 그의 수필은 언어의 축제장이라고 부를 정도로 모든 사물과 대상이 살아 숨 쉰다. 돌절구가 투명한 피돌기를 하고 어물전의 생선은 금방이라도 바다로 돌아갈 듯 꼬릴 퍼덕인다. - 박양근 문학평론가, 부경대 명예교수

# 손광성의 수필 〈물소 문진〉은 매우 흥미롭고 이채로운 작품이다. 문진을 놓고 펼치는 기발한 상상체험의 이야기를 감수성 넘치는 문장에 실어 들려주는 상상수필의 명편이다. - 안성수 문학평론가, 제주대 명예교수

# 그의 문장은 섬세하고 정확하다. 그의 통찰력은 예리하고 깊다. 그리고 세상과 사람을 바라보는 눈길이 따뜻하다. 같은 시대를 살고 있는 비슷한 연배로서 그리고 같이 글을 쓰는 사람으로서 손광성이라는 이름은 나를 긴장하게 하였다. 아니, 정직하게 표현하자면 그는 나를 주눅들게 하였다. - 이향아 시인, 호남대 명예교수
# 그를 작고 영롱한 것에 혼을 빼앗긴 사람으로만 치부하는 것은 금물이다. 그는 혈육을 북쪽에 두고 누님을 따라 월남한 실향민이기 전에 어린 나이에 어머니를 잃은 박행한 사람이다. 그의 수필에 어두운 그림자가 어룽거리는 것은 그런 상실감을 채우지 못한 갈증 때문이다. - 권오만 문학평론가, 서울시립대 교수

# 〈수련〉은 나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그것은 한 마디로 “유레카!”였다. 직감으로 이 작품이 내가 안고 있는 난제를 해결해 줄 단서가 될 것임을 알았다. 산문으로도 시를 쓸 수 있다는 사실을 비로소 깨달은 것이다. 그러니까 고백하건대 나는 선생님을 사숙한 셈이다. - 정희승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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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현 손광성

작가, 화가
1935년 함경남도 홍원군 보현면 방동리에서 태어나 1950년 흥남철수 때 월남함.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국어교육과를 졸업하고 동국대학교 교육대학원에서 한국화를 전공하였으며, 동남대학 객원교수와 제6대 한국수필문학진흥회 회장 및 제33대 국제PEN한국본부 부이사장을 지냄.
현재 (사)한국문인협회와 (사)한국수필문학진흥회 고문이며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에 출강하고 있음.
지은 책으로는 《달팽이》 《하늘잠자리》 《손광성의 수필쓰기》 《작은 것들의 눈부신 이야기》 《꽃, 그 은밀한 세계》가 있으며, 엮고 옮긴 책으로 《아름다운 우리 고전 수필》이 있고, 엮은 책으로는 《한국의 명수필》과 《세계의 명수필》이 있음.
제21회 국제PEN문학상
제1회 가천환경문학상
제11회 대한불교미술대전 현대화 부문 우수상
제11회 현대수필문학 대상 수상
그룹전 11회, 개인전 3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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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으로] 이어서

셋째, 비약이다. 〈아름다운 소리들〉을 예로 설명해 보자.
“소리에도 계절이 있다. 어떤 소리는 제철이 아니면 제맛이 나지 않는다”라는 말로 시작하고 있다. 의외의 발상이다.
한여름의 소리로 폭죽과 폭포와 천둥소리를 꼽는다. 한여름에 폭포는 시원할 것이고, 천둥은 대부분 여름에 치니 그렇다 하자. 그러나 폭죽은 계절에 관계없이 축제 때마다 터뜨리니 꼭 여름에 어울린다고 할 수만은 없을 것이다. 그는 밤하늘의 불꽃을 말하고 있지 않다. ‘확’ 하고 끼얹는 화악 냄새만이 무기력에 빠진 우리들의 심신에 자극을 더하기 때문에 여름에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그러다 갑자기 “뻐꾸기며 꾀꼬리는 다 어디로 갔을까?” 하고 묻는다. 순간 나는 뻐꾸기, 꾀꼬리가 떠나 버린 한여름의 폭염이 지겨워졌다. 그 소리도 잊고 살아온 도시인의 삶이 너무 가엾어졌다.
수면 위로 뛰어오르는 물고기 소리를 들으며, “살아 있다는 것은 언제나 이처럼 절실한 것을”이라는 문장의 맨 뒤에 붙여 논 느낌표 같은 한마디에, 나는 억! 하는 외마디소리를 지르고 만다.
“성가는 나의 마음을 승화시키고 독경 소리는 나의 마음을 비운다.”
이것으로 소小단락이 끝나도 된다. 하지만 한마디를 덧붙여 눈에 환하게 보이도록 만들어 버렸다. “가을 하늘처럼 비운다.” 이제 마음은 구름 한 점 없는 가을 하늘이 되었다.
작가는 비가 내릴 때면 나나 무스쿠리나 케니 지의 소프라노 색소폰을 즐겨 듣는 것 같다. 보통의 작가라면 ‘~좋아한다’로 끝났을 것이다. 과연 그의 문장은 어떨까? 여기에서 멈출까? 그럴 그가 아니다.
소리를 소리로 끝내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그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는 바로 이어서 써 놓는다. “애수 어린 그런 소리를 듣고 있으면 나는 내 나이를 잊고, 내 차가 낡았다는 사실을 잊고, 젊은이처럼 빗속을 질주할 때가 있다.” 작가는 운전 중이었던 같다. 방 안에서 듣고 있다가 질주의 충동을 느껴 차를 몰고 나서지 않았다는 것이 다행일 뿐이다.

유년의 소리들. “울긋불긋한 천막과 원숭이들과 누런 이를 드러내고 웃으며 외발자전거를 타던 난쟁이가 있던 곡마단의 나팔 소리.” 그 곡마단에 단발머리 소녀가 있었다. 어찌 그가 그 소녀를 잊을 수 있을까. “나의 단발머리 소녀는 아직도 아득히 높은 장대 위에서 물구나무를 서고 있는데 내 머리칼은 벌써 반이나 세었다.” 생생히 떠오르는 유년의 기억과 덧없이 지나가 버린 세월의 간극을 이보다 더 실감나게 표현할 수 있는 사람이 또 있을까.
하지만 손광성이 찾은 아름다운 소리의 압권은 침묵의 소리다. 소리를 이야기하면서 침묵을 가장 높게 치는 사람이 바로 손광성이다.

빈방, 창밖엔 밤비 내리고
어디선가 산과山果 떨어지는 소리

빈산에 떨어지는 산과 한 알이 문득 온 우주를 흔든다. 존재의 뿌리까지 울리는 이 실존적 물음을, 천 년 전에는 왕유王維가 들었고 지금은 내가 듣고 있다. 이런 소리는 빈방에서 혼자 들어야 한다. 아니면 들어도 들리지 않는다. - 〈아름다운 소리들〉

그의 비약은 상황에 따라서 청각적인 것을 시각적으로, 점층법으로, 역전으로, 비상으로 나타난다.

넷째, 뛰어난 해석이다. 이것은 비유라 할 수 없다. 비유란 추상적인 것을 구체화시킬 때 사용되는데, 손광성은 구체적인 것을 추상적·일반적으로 만들 때 사용하기 때문이다.
〈도다리의 친절〉에서 이미 경험했듯이, 도다리의 생김새를 보면서 겸손, 금욕, 반란 등으로
해석해 내는 것이다. 장작을 패면서, 장작을 패는 것이 기실은 인생살이와 똑같음을 알게 되고(〈장작 패기〉), 지붕의 깨진 기와를 갈아끼우면서, 그것 또한 ‘삶의 지혜 찾기’와 똑같음을 알게 된다. 생활이 곧 도道란 말인가. 〈겨울 갈대밭에서〉 갈대를 얘기하고 있으나, 다 읽고 나면 갈대는 사람으로 변해 있다. 〈달팽이〉에서 달팽이에 대한 뛰어난 관찰에 감탄하다 보면 그 달팽이는 작가 자신이 되어 있다.

손광성 문학의 고향은 어디일까? 그의 성정의 뿌리는 잃어버린 유년의 꿈의 세계와 어려서 여읜 어머니다.
그는 어려서 누나의 손을 잡고 월남한 실향민이다. 그런데 월남 후의 생활상이 그의 작품 어디에도 구체적인 모습으로 나타나 있지 않다. 왜일까? 유미주의자인 그에게 고단했던 삶의 모습은 차마 언급하기 싫었을까? 그가 살았던 삶의 모습을 간접적으로 들여다볼 수 있는 작품이 〈달팽이〉다. 〈달팽이〉에서 작가는 글의 마지막에 달팽이가 바로 작가 스스로임을 고백하고 있다. 새처럼 비상하려는 달팽이, 가늘고 긴 목에서 벌레 소리 같은 어떤 슬픈 소리가 나올 것 같지만, 끝내 아무 소리도 내지르지 못하는 달팽이. 〈달팽이〉에서 그 달팽이는 바로 작가였던 것이다.

여름도 다 끝나려는 어느 늦은 저녁 무렵이었다. 그때 나는 달팽이의 이상한 몸짓을 보았다. 억새풀의 제일 높은 끝에 한 방울의 이슬처럼 위태롭게 맺혀 있었다. 목은 길게 솟아올랐고, 조그만 입은 약간 벌어졌으며, 꽃의 수술 같은 두 개의 눈은 긴장되어 있었다. 마치 노래를 부르려는 순간의 어떤 가수처럼, 나뭇가지를 떠나려는 순간의 새의 자세처럼 보였다. 그러나 아무 소리도 내지르지 못했다. 투명한 달빛이 조그만 몸을 비추고 있었다.
밀폐된 유리벽의 저편에서 키가 작은 한 남자가 울고 있는 것을 나는 보고 있었다.
- 〈달팽이〉

작가는 달팽이를 보면서 “집이라도 한 칸 있으니 그나마 다행이다”라고 말한다. 그러나 그 집도 찬찬히 뜯어보면 허술하기 이를 데 없다. 시늉만 해도 바스라질 것 같은 투명한 껍데기일 뿐이다. 그 집은 그의 고향이 바다였다는 증거다. “먼 조상들 중 호기심 많은 한 마리가 어느 날 처음 뭍으로 올라왔다가 그만 길을 잃고 말았다.” 달팽이는 실향민의 후예다.

잃어버린 고향에 대한 그리움 때문일까? 육지에 사는 달팽이의 목과 눈은 물달팽이의 그것보다 훨씬 가늘고 길다. 슬픔도 내림이라, 수많은 세월이 흘렀는데도 조상들의 슬픔으로부터 그들은 자유로울 수가 없는 모양이다. 실향민의 후예, 달팽이는 늘 외로움을 탄다.
어디 좋은 친구 하나 없을까? - 〈달팽이〉

달팽이는 뼈도 없다. 발달한 것은 감수성뿐이다.

민감하기로는 미모사보다 더하다. 사소한 자극에도 몸을 움츠리고 이마를 스치는 바람에도 고개를 숙인다. 비겁해서가 아니다. 예민해서요, 수줍어서다. 동물이라기보다 식물에 가깝다. (중략)
달팽이는 언제나 긴 목을 치켜들고 길을 떠난다. 현실로부터 탈출할 수 있는 어떤 비밀의 문이라도 찾고 있는 것일까. 방황하는 영혼, 고독한 산책자. (중략)
다만 가시며 그루터기며 사금파리 같은 현실. 맨살로 밀며 살아갈 수밖에 없는 그런 현실이 그 앞에 놓여 있을 뿐이다. 육체의 고통이 때로는 영혼의 해방을 가져온다고 믿는 어느 고행승과도 같은 그런 표정으로 그저 묵묵히 몸을 움직일 뿐이다. - 〈달팽이〉

그는 이 세상을 바스라질 것 같은 집 한 채를 등에 지고 맨살로 밀며 살아갈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런 그를 지탱했던 것은 유년기의 아름다운 추억이다. 추억은 긴 세월 동안 탈색되어 현실감을 상실한 채 아름다운 세계로만 존재하게 된다.
우리가 살던 마을 앞에는 큰 제재소가 하나 있었다. 그곳에는 소나무와 전나무와 이깔나무와 그리고 자작나무 같은 아름드리 원목들이 넓은 공터에 늘 산더미처럼 쌓여 있곤 했는데, 그 거목들만큼이나 우람한 어깨와 완강한 팔뚝을 가진 인부들이 이마에 땀을 번득이면서 사철 목재를 운반하고 있었다.
“헹야.”
“헹야.”
“헹아라.”
“헹야.”
졸음을 몰고 오던 단조로운 반복음들. 인부들의 살갗에서 풍겨 오던 저 건강한 땀 냄새. 그리고 술 취한 사람의 얼굴처럼 벌겋게 달아오른 태양의 열띤 숨결. 무엇이고 다 잘라 버릴 듯한 기세로 흰 강철 이빨을 번쩍이던 회전톱의 위협적인 웅얼거림.
원목을 들이대면 깊은 잠에서 기분 좋게 깨어나듯, 거인의 하품 소리와도 같이 ‘쏴아아아’ 하고 후텁지근한 여름 공기를 잘게 가르며 울려 퍼지던 상쾌한 마찰음. 그리고 나무의 마지막 남은 부분이 둘로 갈라질 때, ‘팡’ 하고 터지던 저 경쾌한 파열음. - 〈냄새의 향수〉

눈이 많이 오는 나의 고향에서는 아름드리 원목을 실은 기차가 가파른 함경선 철로 위를 오르지 못해서 밤새 올라갔다가는 미끄러지고, 다시 올라갔다가는 또 미끄러져 내려왔다. 그런 날 밤은 언제나 그 소리를 들으며 잠이 들었는데 꿈속에서도 기차는 올라갔다가 미끄러지고, 미끄러지고, 미끄러지고…. 그러나 아침에 깨어서 나가 보면 기차는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 않았다. - 〈아름다운 소리들〉

그리고 그 소리는 조금 철이 들었을 때 미지의 세상을 향해 떠나라는 재촉의 소리로 들렸다. “떠나라! 떠나라! 외쳐대던 저 증기기관차의 기적 소리. 목이 잠긴 그 소리가 얼마나 우리의 가슴을 두근거리게 했던가.” - 〈아름다운 소리들〉

그가 여덟 살에 처음 보았던 바다는 그의 문학의 영원한 고향이다.
여덟 살의 사내아이였던 내 앞에 전개되어 있던 나의 최초의 바다는 몹시 성이 나 있었고, 발정기에 든 암말처럼 번들거리며 나를 향해 돌진해 오고, 또 오고…. 그러다가는 호소라도 하듯 내 발 아래 허연 거품을 쏟고는 다시 물러가고…. 그리고 헛되이 거품만 남기고 아득히 수평선이 되어 돌아서 갔다.
지금도 바다는 나의 유일한 자연이고 결코 정복될 줄 모르는 나의 영원한 여성이지만, 여덟 살에 받은 감동과 경이는 이제 기억 속에서나 가능할 뿐이다. 그 후의 모든 바다는 유년기 바다의 복사판에 지나지 않는다.
하지만 그 찝찔한 해초의 냄새와 함께 바다는 언제나 내가 돌아가야 할 고향으로 거기 그렇게 지금도 누워서 나를 기다리고 있다. - 〈냄새의 향수〉

일곱 살 때 내가 본 최초의 바다는 하나의 경이驚異였다. 스물이 되었을 때 바다는 어느새 늘 함께하고 싶은 갈망의 대상이 되어 있었다. 이제 노년의 고갯마루에서 지금 나는 다시 나의 바다를 본다. 바다는 그의 젊음으로 내 나이를 지우고 그의 커다란 눈물 속에 나의 작은 눈물을 받아들인다. 그리고 마침내 바다는 그의 품 안에 나의 존재마저 말없이 보듬는다.
- 〈바다〉

손광성 문학의 또 다른 고향은 어머니다. 그의 형수와 누나는 일찍 돌아가신 어머니의 또 다른 모습일 뿐이다. 그런데 그의 여인들은 모두 그를 떠난다. 어머니는 영원히 돌아올 수 없는 이승의 사람이 아니고(〈나의 어머니〉), 누나는 시집을 가고(〈누나의 붓꽃〉), 〈돌절구〉에서는 6·25 때 헤어진 셋째 형수의 이야기가 나온다. 형수와는 조국의 분단으로 영영 이별을 한다. 딸들은 시집을 가고, 평생 네 번의 사랑을 했던 그 여인들도 사랑 고백 한번 해 볼 기회도 주지 않고 떠난다.

갑산으로 가신다고 떠난 형님은 석 달이 지나도 소식이 없었다. 폭격은 날로 심해지고, 우리는 피란길을 떠나야 했다. 형수님은 친정으로, 나는 아버님이 계신 둘째 형님 댁으로 가고 있었다. 빨갛게 익어 가는 사과밭을 지나면 갈림길이 나온다. 우리는 거기서 헤어져야 하는 것이다. 나는 걸음을 재촉하고 있었다. 조금만 더 가면 정자나무가 나오고 그 정자나무만 지나면 내 모습이 보이지 않으리라. 뒤통수에 자꾸만 마음이 씌었다. 내가 막 정자나무 뒤로 사라지려는 순간 멀리서 형수님의 목소리가 들렸다.
“되련님, 몸 조심하셔요…. 아버님 말씀도 잘 듣구요….”
나는 돌아다보지 않았다. 저녁 해를 등지고 계시리라. 목소리가 떨리는 것 같았다. 울고 계실까. 나는 고개만 끄덕였다. - 〈돌절구〉

슬픔의 미학. 나는 이별을 이렇게 가슴 아프게 표현한 글을 보지 못했다. 슬픔을 억제함으로써 절실한 슬픔을 자아내었다. 생략의 효과를 그만큼 잘 아는 사람도 없을 것 같다.
〈발걸음 소리〉에서 작가는 2층의 자기 방에서 책을 읽고 있었다. 그때 골목 어귀에서 들려오는 발자국 소리가 둘째 딸이라는 것을 직감한다. 대문 빗장을 열어 주려고 계단을 내려갔다. 그러나 현관에 도달하기 전에 걸음을 멈추고 만다. 대문 앞에서 멈춰야 할 발자국 소리는 대문을 스쳐 지나가 버린 것이다. 아, 딸은 시집을 갔다. 그는 층계에 주저앉고 만다.
나는 이제 손광성의 문학 얘기를 끝내려 한다. 그는 분명 수필의 한 봉우리 정상에 선 사람이다. 수필을 고백의 문학이라고 정의한다면, 그는 적어도 직접적으로는 한마디도 고백하지 않았다. 그는 구술口述의 언어로 글을 쓰지 않는다. 그는 묘사의 언어로 글을 그린다. 그리고 그것을 삶에 빗대어 해석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그의 정확한 묘사가 구축한 아름다움은 아름다움으로 끝나지 않고 문학의 진리에 접근한다. 어쩌면 그만큼 생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는 사람도 드물 것 같다.
난 젊어서 그의 문학엔 땀 냄새 나는 인생이 없다고 불평했다. 난 그의 수필이 수필의 전부가 되길 바랐던 것이다. 손광성 문학은 히말라야의 한 정상을 향하여 매진했고 드디어 정상에 찬란한 깃발을 꽂았다. 나는 지금 정상에서 펄럭이는 깃발을 자랑스럽게 쳐다보고 있다. 그러나 히말라야에는 ‘8천 미터가 넘는 정상이 14좌나 있다’고 하지 않던가. 정복해야 할 산이 또 남아 있다니 후배들에게 얼마나 다행인가.


목차


발간사 4
연보 9
화보 Ⅰ 11
화보 Ⅱ 303
불우재고책중수상량문 不尤齋古宅重修上樑文 312

가. 평론가가 본 선생의 문학세계

손광성孫光成의 수필세계_ 권오만 서울시립대 교수 21
묘사로 구축한 미의 세계_ 김종완 문학평론가 34
손광성 수필의 예술성_ 김우종 문학평론가ㆍ전 경희대 교수 47
수필의 예술성-손광성의 〈달팽이〉의 경우_ 김우종 문학평론가ㆍ전 경희대 교수 64
손광성 수필에 나타난 이미지 연구_ 이희자 수필가ㆍ전 에세이문학 주간 72
‘아니마’로 캐는 수필의 미학_ 장백일 문학평론가ㆍ국민대 명예교수 85
달팽이에서 하늘잠자리까지_ 박양근 문학평론가ㆍ부경대 교수 95
손광성의 〈물소 문진〉_ 안성수 문학평론가ㆍ제주대 명예교수 102
바다를 연주하는 트럼펫_ 이향아 시인ㆍ호남대 명예교수 125
일상을 되돌아보게 하는 수필의 힘_ 함지훈 미술평론가 139
제1회 가천환경문학상 수상작 손광성 수필집 《달팽이》에 대한 심사평 141

나. 선생의 논문으로 읽는 문학세계

해석解釋에서 형상화形象化까지 143
21세기 한국현대수필의 현황과 전망 152
대상을 여는 일곱 개의 열쇠 163
한국 현대수필문학사에서 피천득 수필의 위상 175
피천득 수필 깊이 읽기 181
문학이 동양화 기법을 만났을 때 194
수필은 무한히 열려 있는 공간이다 209
수필, 진정성에 뿌리를 둔 믿음직한 나무 211
좋은 수필은 올바른 수필관에서 나온다 213

다. 대담으로 읽는 선생의 문학세계

영상매체시대 문학의 활로 정목일 217
지금은 수필을 꽃피우기에 가장 좋은 K-Essay 시대 원정란 222

라. 수필을 위한 선생의 새로운 시도

수필 전문지 계간 《에세이피아》의 창간에서부터 종간까지_ 손광성 230
공연예술로서 가능성을 연 수필낭송회_ 이송은 일현수필낭송회장 234

마. 선생의 프로필

서귀포에 은거 중인 일현 선생을 흠선欽羨하며_ 한명희 대한민국예술원 회원 237
강단에서는 대쪽같은 성품과 엄격한 문학 기준,
일상에서는 인간적인 온기_ 최장순 수필가ㆍ전 에세이피아 주간 241
은연중에 시인이신 일현 선생_ 정희승 수필가 246
우리 아빠의 뒷모습_ 손지안 일현 선생의 장녀 250

바. 외국어로 번역된 선생의 작품

일본어
三十一本目の薔薇 사사 히로코 佐?紘子 사이버한국외국어대 교수 254
この貧しい十一月を 고정애 시인ㆍ일어번역가 257
海 259
二人の友人 261
薪割り 268
美しい音 272
水牛の文鎭 275
二番目の三十才 278
영어
Fixing the Roof 이보경 영어번역가 282
Chopping wood 287
중국어
劈柴 尹昐昐 291

사. 선생의 저서와 서평 기사 2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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