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소망도 이루어진다는 에메랄드 시티까지
변화와 구원에 대한 열망으로 각자의 여정을 시작한 사람들
자기 현실의 바깥에서 뭔가를 찾고 있는 그들의 이야기
『에메랄드 시티』 속 인물들은 인생의 벼랑 끝에 서 있다. 그들이 처한 현실은 오랫동안 염원해온 바람을 저버리고 좌절감만 안길 뿐이다. 월가에서 뼈빠지게 일하며 중산층 가정을 꾸려온 가장에게도, 꿈을 좇아 화려한 도시로 찾아든 모델 지망생에게도, 몇 년 동안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일한 스타일리스트에게도, 지금껏 남부럽지 않은 결혼생활을 하고 있다고 자부해온 젊은 여자들에게도, 외로움을 채워줄 존재를 드디어 찾았다고 생각한 십대 여자아이들에게도 위기는 찾아온다. 가정을 지탱하려다가 사기를 당해 횡령까지 저지르고, 원하는 자리에 모델로 발탁될 길은 끝내 보이지 않고, ‘일하는 동네’ 분위기상 자신은 가진 것 없이 이미 늙어버렸다는 느낌이 엄습하고, 여유롭고 안정적이었던 관계가 외도 고백으로, 과거 폭로로 흔들리는 순간이 닥치고, 애써 다가간 친구들은 말 한마디 없이 모습을 감추거나 무시하고 따돌린다. 이들은 그래서 여행을 떠난다, 탈출을 희망하며 자기 현실의 바깥에서 무언가를 찾으려 한다. 이는 “참담하지만 거치지 않고선 이른바 성찰을 얻을 수 없는 과정, 그래서 특별히 여정이라 불리는 것”(277쪽)이다.
그들이 여행을 떠났을 때도 그런 기대가 있었으리라. 도로시가 예기치 않은 사고로 오즈에 불시착한 것과 달리, 그들은 막연하지만 절실한 목적성을 가지고 여행을 떠났다. 그들이 어떤 소망도 이루어진다는 머나먼 ‘에메랄드 시티’까지 간 것은, 다만 물리적인 귀향을 바랐던 도로시와 달리, 변화를, 내처 구원을 기대해서였던 것 같다. 277~278쪽, ‘옮긴이의 말’에서
때로 녹록지 않은 이 길을 그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지나간다. 자기 자신 그리고 피하고 싶었던 아픈 과거와 대면하면서. ‘여행지는 가혹한 운명의 시험장이 되기도’(278쪽) 하지만, ‘여행의 하찮은 일화가 절망에 빠진 삶을 단숨에, 희망으로 전향시키기도’(283쪽) 한다. 지난 관계를 끊어낸 여자들은 이후에도 또다른 인생이 가능할 것임을 깨닫고, 십대 소녀들은 불안했던 시절을 견디고 살아남을 것이다. 꿈은 가까이 가도 멀어지기만 할 뿐 도무지 손에 잡히지 않지만, 이제 “이도 저도 안 되면 그때는 세상을 달리 보게”(89쪽) 될 거라고, “새로운 일이 일어나길 기다리고 있”(211쪽)다고 담담히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실패해도 삶은 다른 전망을 보여준다.”(280쪽)
제니퍼 이건은 각각의 단편에서 이 모든 인물을 날카롭지만 사려 깊은 시선으로 그려 보이며 공감을 이끌어낸다.
언론평
제니퍼 이건은 인생의 벼랑 끝에 서 있는 사람들을 향한 탁월한 공감을 보여준다. 그녀의 이야기들은 희망과 구원의 힘을 찬양한다. 알알이 빛나는 목걸이와도 같아서, 숨이 멎을 정도다. 글래머
이건의 목소리는 한계가 없다. 모든 이야기에서 변화의 순간은 대단히 세심하게, 특유의 스스럼없는 방식으로 구축되어 있다. 댈러스 모닝 뉴스
날카로운 시선과 우아한 산문. 그녀는 리얼리티가 환상으로 변하는 초월적인 장소를 우리에게 선사한다. 뉴욕 뉴스데이
이야기들은 이건의 생기 넘치는 이미지, 분위기와 장소의 적확한 연출로 반짝거린다. 대단히 지적이고 기품 있는 작가. 필라델피아 인콰이어러